-
-
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평점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게르버>, 독일 교과과정 선정도서이며,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꾸준히 읽히는 모던클래식, 오래전에 독일 문학사의 고전이 된 이야기라고 한다.
1933년 첫 출간 당시 나치 정부의 금서판정을 받았다는 이력을 가진 소설이다.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의 자전적 내용인데, 학교라는 조직이 그 배경이다.
주인공 쿠르트 게르버는 똑똑한 학생으로 8학년, 졸업시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담임인 쿠퍼 교수는 ‘쿠퍼 신’으로 학생들 위에 군림하면서 권위적으로 학생들에게 원하는 바를 강요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만약 조금이라도 그 선에서 벗어나면 계속 꼬투리를 잡으며 괴롭힌다.
학생을 대표해서 학교와 교수들에게 맞선 게르버는 이런 쿠퍼와 대립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졸업이라는 현실, 부모의 기대 등...으로 무너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까지.... 개인 삶의 여정부터 학교체계 및 문화의 고질적인 문제, 사회를 반영하는 문제의식까지 한 호흡에 다 담고 있었다.
경직된 체계에 대한 도전은 타인과의 연대, 희생...,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의 해방과도 관련이 많다. 결국에는 진짜 나는 누구인가의 인간 실존과도 연결이 되는데 독일 문학답게 그 연장선상에 잘 풀어내주고 있었다. 그 무덤덤한 문체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독일 문학사의 고전이 되었다는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데미안, 대학시절, 황태자의 첫사랑 등과 같은 독일문학을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_아르투어 쿠퍼는 학기 중 대부분 그렇듯 그날 대단히 만족했다.
..... 공허했던 이유는, 학생들 사이에서 신으로 거닐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으로 거닐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람도 그의 전능한 권력 앞에서 부들부들 떨게 만들 수 없어서 공허했으며, 좌지우지하는 지배욕의 규범을 눈에 보이는 많은 것에 강요할 수 없어서 공허했다._p26
_백마는 잠시 더 멍에를 지고 가야 한다. ..... 그리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완전히 자유로워질 것이다...._p83
_그렇다, 그럴 수 있었다. 10월이라고 쓰고 이제 일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11월이라고 쓰고 여전히 시작이었다. 이 영원한 시작은 무서운 것으로, 숨통을 조이고 옥죄며 모든 것에 절망의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_p131
_물론 다른 아이들, 똬리를 튼 이 파충류들, 이 모든 일을 일어나게 한 그들은 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인정하며 말할 것이다. 사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쿠르트 게르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_p255
_그의 내면에서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헐벗은 나무처럼 한참 거기 서 있었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삶에 지친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두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_p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