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질문들 -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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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먼 옛날, 우리에게 서사 능력이 필요해진 것은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환경-우리를 제외하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거대하고, 힘들고, 복잡하고, 때로 가혹해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삶의 원천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이야기와 이야기 소재 사이의 거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그때의 이야기는 모닥불이 만드는 작고 환한 동그라미 안에서 절달됐고, 거기는 당장은 안전할지 몰라도 그때뿐이었습니다. 이야기에 있는 위험이 세상에도, 우리 바로 옆에도 있었습니다. .....

 

이야기의 효과는 막강했습니다. 이야기에 보호기제가 내장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_p228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가 2010년 도쿄에서 열린 국제PEN 세계대회에 연사로 사람들 앞에서 연설한 내용중 한 부분이다. 글의 제목은 문학과 환경이었다. 인류의 본능적인 혹은 필연적인 스토리텔링에 대한 내용이였는데 문학적인 면부터 인류문화사, 사회환경 및 반영에 이르기까지 고루 짚어주고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내 관심사여서 일수도 있겠으나, 글쓴이의 주제를 이끌어가는 힘 덕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로 이렇게 2004년부터 2021년에 이르기까지의, 마거릿 애트우드의 에세이들, 연설문 등 글들이 모아놓은 <타오르는 질문들>. 모든 챕터에서 저자의 주제를 끌어내는 힘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680페이지가 넘는 책두께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왠걸 생각보다 몰입도도 높아서 즐독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있었다.

 

빨간머리 앤과 같은, 익히 알고 있었던 고전들과 작가들, 작품들도 많이 다뤄주고 있어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의 틀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몇몇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_[빨간 머리 앤]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을 앤이 아니라 마릴라 커스버트로 상정하는 것이다. ,,,,, 오직 마릴라만이 책 초반부터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면모를 드러낸다. 이후 그녀의 앤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을 표현하는 능력이 날로 커져간다. 진정한 마법적 변신은 미운 오리 새끼 앤이 백조가 된 변화가 아니라 마닐라에게 일어난 변화다. ... 레이철 린드 부인의 말처럼, “마릴라 커스버트가 말랑해졌어요. 바로 그거예요.”_p156

 

자신의 작품, [시녀 이야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드라마로 먼저 만나 나 같은 이에게는 전반적인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무척 도움이 되는 내용이였다.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2021년에 가까이 올수록 비판적이고 현재진행형인 이슈들이 많아서 주의깊게 읽었다. 고전과 현대문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고를 넘나드는 저자의 깊은 인싸이트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나도 이런 통찰력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싶다는 추앙하는 마음도 생겼다.

 

이 책으로 제대로 팬이 된 마거릿 애트우드의 선집, <타오르는 질문들>, 강추하고픈 도서이다.

 

 

_장기적 목표, 부단한 정의 추구, 르 귄은 여기에 생각과 시간을 많이 들였다.

우리는 어슐러 K. 르 귄을 변치 않는 별들의 땅에서 도로 불러올 수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르 귄은 우리에게 다차원적 작품, 힘들여 얻는 지혜, 본질적 낙천주의를 남기고 갔다. 그녀의 분별 있고, 명석하고, 교묘하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더 요긴하다._p524

 

 

_[갈라놓을 수 없는]은 모든 소설이 그렇듯 특정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가진다. 하지만 동시에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다.

 

친애하는 독자여, 이 책을 읽고 울기를 바란다. 작가 자신도 처음에는 눈물을 흘린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눈물로 시작한다. 살벌한 외관과 달리 보부아르는 자자의 죽음을 두고 평생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우리가 아는 보부아르가 되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노력한 것은 어쩌면 일종의 추모였는디도 모른다._p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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