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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의 환각 -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귀경잡록》이야기의 시초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1년 9월
평점 :
_“여기 섭주는 고려시대부터, 또 그 전의 삼국시대부터 신비한 일이 하도 많아 귀신의 땅이라고 불렸던 곳입지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라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괴이한 일이 하나둘이 아닙니다요.”_[‘지옥에서 온 사무라이’에서]
‘섭주’ 라는 지역에서 일어난 괴이한 사건, 3건이 등장하는 ‘전율의 환각’.
서두에서, 이 책에서 소개된 이야기들은 조선에서 실제로 일어난 야사들인데 어느 이야기든지, 악명 높은 도참비서로 금서 처분을 받았던 ‘귀경잡록’과 관련이 있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본문을 들어가기 전에 ‘귀경잡록’에 대해 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박해로 작가의 귀경잡록 시리즈에 등장하는 이 예언서는, 조선 세종시대 탁정암이라는 인물이 쓴 것으로, 이 서적에 의하면 가장 무서운 존재는 오늘날의 외계인과 같은 존재인 ‘원린자’라고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서적이 저자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여러 다른 의도의 수단으로 쓰이면서 이단 서적으로 낙인찍혔다고 한다.
서두에 ‘귀경잡록’은 허구의 저서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이 귀경잡록 시리즈의 전제조건인지 아니면 사실인지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다만 <전율의 환각>의 내용들을 짐작가능하게 한다. 귀경잡록 이야기의 시초라고 한다.
‘전율의 환각’, ‘검은 소’, ‘지옥에서 온 사무라이’, 모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 독립된 영화를 보는 듯 잘 묘사된 무서운 기괴한 장면들에 놀랐다.
이런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니, 없었다 가 답이였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로 섭렵했던 장르를 글로 만나는 이런 경험은 뭔가 짜릿하고 소름이 끼쳤다. 왜 한국 오컬트 소설의 1인자라고 불리는지 보다보면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미드 ‘X-파일’과 한드 ‘전설의 고향’이 하이브리드된 신소설이라는 뜻이 무엇인지를 잘 알게 된다. (호불호는 확실할 것 같다)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책을 잡은 기분이다. ‘섭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더 알고 싶어졌다.
_섭주 현령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그를 따르는 십여 명의 나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거대한 개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개’였다._[‘전율의 환각’에서]
_촌장은 평온한 일상에 예고 없이 끼어든 변화가 못마땅했다. 변화라는 건 늘 경계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의혹이 넘치는 눈으로 소를 바라보았다. 먹물을 뒤집어쓴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소는 먼 산을 바라보며 눈만 껌뻑거렸다. 재수 없다는 느낌을 받은 건 모두가 마찬가지일까. 마을 사람들의 표정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_[‘검은 소’에서]
_나인철은 섭주로 발길을 향하려니 흡혈선비 생각이 절로 났다. 그도 섭주에 관해 들은 바가 있었다. 현실을 초월하는 괴사건이 자주 일어난다는 저주받은 땅 섭주._[‘전율의 환각’에서]
_“너희들에게 환각이 일어난다! 그 환각이 너희들을 따로 떨어지게 만들고 너희들을 죽게 만든다! 속지 마! 믿지도 마! 아무도!”_[‘전율의 환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