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
로이 야콥센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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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조차 오기 힘든 외딴 섬에 사는 한스 바뢰이 가족일가.

 

_아무도 섬을 떠날 수 없다간단히 말하면 섬은 곧 우주고 별은 눈 아래 풀 속에서 잠을 잔다하지만 간혹 섬을 떠나려고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_p24

 

사람은 어느 시대어느 장소에서 나고 자라고 정착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세상이 정해질 것이다여기 바뢰이 일가는 한 세계를 그들의 섬으로 정했고이 곳에서 시간을 쌓으며 살고 있다작가는 그들의 매일을 오고가는 이들을 통해자연을 통해매우 섬세하고 담담하게 표현해 놓았다이렇다저렇다 사족이 없다깔끔한 문체에 더 강인함이 느껴져서 차갑기 까지 하다허나 주인공들의 온정을 품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글이 진행되다가 잉그리드의 고모바브로가 섬을 떠난다.

 

특히 주의 깊게 쫓아간 것은마리아바브로잉그리드이 세 여성의 생활 이였다남성 위주의 가정에서 강하게 버티고 있는 마리아섬을 떠났지만 미혼모로 돌아온 바브로그리고 책 전반을 거쳐 꾸준히 성장 중인 잉그리드개인적으로는 이 세 인물과 한스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듯 느껴졌다.

 

_바브로가 어릴 때 바뢰이섬의 여자들은 의자가 없었다가족들은 테이블 앞에 서서 밥을 먹었다집안 여자 중 유일하게 어머니인 카야만 의자에 앉았으나 그것도 첫아들을 낳은 뒤였다카야가 죽자 바브로는 그 의자를 갖고 싶었다하지만 한스는 막 결혼한 마리아에게 주었다._p131

 

 

잉그리드는 바브로와는 달리한스가 가르치는 작업들을 곧잘 해낸다.

 

_열두 살에 잉그리드만큼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잉그리드는 부딪히는 파도들 위험이나 위협으로 보지 않고 모든 것의 수단이자 해결책으로 보는 바다의 딸이었다._p149

 

이런 잉그리드지만본토 목사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로 바뢰이섬이 지루해졌다섬에 뭔가 빠진 게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만큼 자신의 열망이 짙어졌다는 뜻이였다그러다 목사네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하게 되어 자연스레 섬을 떠나있게 되었다. ....

 

그리고 한 세대가 끝나게 되고 잉그리드가고모 바브로바브로의 아들 라스보호자를 찾지 못한 두 아이들과 꾸려가게 된 섬섬으로 돌아온 잉그리드는 지루하다는 사치스런 생각 따위는 이젠 없다.

 

 

_한스 바뢰이에게는 세 가지 꿈이 있었다모터가 달린 보트를 갖고 싶었고 더 큰 섬과 다른 삶을 꿈꿨다두 가지 꿈은 모두에게 즐겨 말했지만 마지막 꿈은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_p265

 

한 삶을 사는 것이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여기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항상은 아니더라도 그런 순간들이 무척 많으리라하지만 한 세계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포기보다는 지금을 살고 싶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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