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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폰 인사이드 - 내 손으로 만든 아늑한 작은 공간 ㅣ 캐빈 폰
프리다 문 글, 강경이 옮김, 자크 클라인 기획 / 판미동 / 2020년 10월
평점 :
저자인 자크 클라인이 전문가들은 다 아는 동영상 공유 웹싸이트인 ‘비메오’의 공동 설립자 라는 것에 한 번 놀라며 책장을 넘긴, ‘캐빈 폰 인사이드: Cabin Porn Inside’.
아마존 건축 분야 1위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언뜻 보면 산속의 통나무집들을 소개하는 책인가 할 수 있지만,
이 책의 화두는,
“지금, 당신은 당신이 꿈꾸던 곳에서 살고 있습니까?”
“당신이 머무는 곳은, 당신의 취향이 깃든 공간입니까?” 이다.
그래서 부제가 [내 손으로 만든 아늑한 작은 공간] 인가 보다 싶다.
이 책을 들고,
햇살 좋은 가을날 오전에 남향으로 난 베란다 창 앞에,
매트 몇 장을 깔고 철푸덕 앉아서 본격적으로 읽고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숲 속의 통나무집, 강 위의 집, 도시탈출, 산장들, ‘작은 공간’ 프로젝트, 바람의 집, 제나가 손수 지은 집, 새들의 집, 바다 위의 군도, 산불 감시탑 으로 분류하여, 여러 나라 국가들의 작은 공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름답고 따뜻한 작은 공간들과 각종 아이디어 들이 가득한 사진들 보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그림에 비할 바가 아니게 정말 좋다. 세계 곳곳에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개선을 찾는 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때로는 인터넷 같은 세상의 연결고리를 끊고(디지털디톡스), 때로는 조용히 떨어져서 쾌적하게 지내면서도 인터넷을 통한 업무는 지속될 수 있도록.. 등 다양한 형태의 머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은 [‘작은 공간’프로젝트: '보시'프로젝트(Bothy Project)] 다.
‘보시(Bothy)'는 '작은 공간(booth)'을 뜻하는 고대 스코틀랜드어 ’보스(both)'에서 나왔다고 한다. 누구에게든 열려 있으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박한 피난처 같은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와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을 하여, 예술가들의 거처나 여행자들의 숙소로 빌려 주게 한 것이 보시프로젝트 이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보시프로젝트는 현대 미술관 정원에, 혹은 산 위 고지대 등에 설치하게 되었다. 조립식 아티스트 보시가 시판되어 배송된다.
참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보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블로그에 경험담을 남겨야 한다고 한다. 대상을 예술가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였다. 단순한 풍광도 그들의 손에서는 더 실감나게 표현되고 그들의 작품에도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진가 앤드루 리들리가 스코틀랜드 고지대에 머문 후에 적은 후기 중 한 대목은 이렇다:
“케언곰 산맥 뒤로 떨어지는 태양이 던지는 빛깔은 복숭아, 금괴, 솜사탕, 도시의 환락적인 네온을 떠오르게 한다. 시간이 멈춘 스코틀랜드의 갈색 흙과 하얀 서리, 겨자색과 연보라색 색조 틈 속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면 좋겠다 싶었던 내용이였다.
이 후기에 독특하고 아름다운 공간들과 그 철학들을 다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팬더믹으로 답답한 상황에서 숨통 트이는 시간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한편, 내 자신에게 질문해 본다:
“당신이 머무는 곳은, 당신의 취향이 깃든 공간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