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실습으로 배우는 쿠버네티스 입문 - 만들고, 망가뜨리고, 고치며 체득하는 운영 역량과 실무 감각
타카하시 아오이 지음, 이가라시 아야 감수 / 길벗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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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출판사(길벗)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쿠버네티스를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지점에서 멈추게 된다. 매니페스트 작성도 익숙해지고 배포 흐름도 이해한 것 같은데, 막상 장애가 발생하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보니, 의도적으로 고장 난 상황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공백을 상당히 정직한 방식으로 메운다. 정상적인 쿠버네티스를 설명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고, 일부러 망가진 상태를 만들어 놓은 뒤 그 안에서 무엇을 관찰해야 하고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경험하게 만든다. 컨테이너를 만들고 클러스터에 애플리케이션을 올린 다음, 장애를 발생시키고 다시 고치는 흐름이 책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지점은, 이 책이 쿠버네티스를 잘 설정하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OOMKilled, Service 연결 실패, 리소스 설정 오류처럼 현업에서 흔히 마주치는 상황들이 교과서적인 예제가 아니라 실제 장애 시나리오로 등장하고, 독자는 그 안에서 원인을 추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쿠버네티스의 동작 원리가 자연스럽게 체화된다.




kubectl 명령어를 설명하는 방식 역시 같은 결을 유지한다. get, describe, logs 같은 명령을 기능별로 나열하지 않고, 지금 이 상황이라면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를 흐름 속에서 보여준다. Pod의 STATUS 한 줄이 왜 중요한지, Running 상태인 데도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같은 질문들이 실습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명령어 자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조사하는 순서를 익히게 만드는 구성이다.


중반부에서 다루는 리소스 관리와 스케줄링 관련 내용도 이 책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Probe, Resource requests와 limits, QoS, Affinity, Topology Spread Constraints 같은 요소들이 단순히 이런 기능이 있다는 수준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잘못 설정했을 때 어떤 식으로 장애로 이어지는지를 먼저 보여주고, 그 다음에 왜 이런 설정이 운영 환경에서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실제 서비스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면 나오기 어려운 설명 방식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야는 자연스럽게 클러스터 전체로 확장된다. 컨트롤 플레인과 워커 노드의 역할, kubectl apply 이후 컨테이너가 실행되기까지의 내부 흐름, 심지어 컨트롤 플레인이 멈췄을 때 클러스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다룬다. 앞선 장들에서 충분히 ‘망가진 경험’을 쌓아 두었기 때문에, 아키텍처 설명이 추상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현실적인 그림으로 이어진다.


옵저버빌리티와 모니터링 파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Prometheus와 Grafana를 설치하는 방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로그/메트릭/트레이스라는 관점에서 시스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정리해 준다. 장애를 발생한 뒤 복구하는 단계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단계로 시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만화와 도해가 많은 구성도 단순히 읽기 쉽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보이지는 않는다. 쿠버네티스 내부 동작은 말로만 설명하면 쉽게 추상화되는데, 이 책은 그 추상적인 개념을 계속해서 눈에 보이는 형태로 끌어내린다. 그 덕분에 그동안 복사해서 붙여 넣던 명령들이 실제로 클러스터의 상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완전히 처음 쿠버네티스를 접하는 사람보다는, 이미 한 번은 사용해 봤고 이제는 운영 관점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매니페스트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장애가 발생했을 때 무엇을 보고 어떤 순서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반복적으로 훈련시킨다. 그 과정에서 쿠버네티스는 더 이상 ‘잘 돌아가길 바라는 시스템’이 아니라, 내부 상태를 읽고 복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뀐다. 결국 이 책이 남기는 가장 큰 가치는, 쿠버네티스를 설정의 집합이 아니라 운영자가 책임지고 다뤄야 할 시스템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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