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갖가지 건강상태 사이를 왔다 갔다 했고 지금도 그것을계속하고 있다. 병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고조차 말할 수 있다. 지독한 고통을 극복했을 때야말로 정신은 궁극적으로 해방된다."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생명체로서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생리학적 건강을 잃었기 때문에 레이는 새로운 건강, 새로운 자유를 발견한 것이다. 병을 앓으며 갖가지 부침을 경험했기 때문에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각자 오늘날까지의역사, 다시 말해서 과거라는 것을 지니고 있으며 연속하는 역사와 과거‘가 각 개인의 인생을 이룬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의 인생 이야기, 내면적인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와 같은 이야기에는 연속성과 의미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인생이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야말로 우리 자신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기 정체성이기도 한것이다.
감히 말하자면 우리는 무수하고 잡다한 감각의 집적 혹은 집합체에불과하다. 그러한 감각은 믿기 어려운 속도로 차례차례 이어지고 움직이고 변화하고 흘러간다.
"설득력이 없어요. 문장이 엉망이고 조리도 없어요. 머리가 돌았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이렇게 해서 대통령의 연설은 언어상실증 환자들뿐 아니라 음색인식불능증 환자인 그녀를 감동시키는 데에도 실패했다. 그녀의 경우에는 문장과 어법의 타당성에 대해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고, 언어상실증 환자의 경우에는 말의 가락은 알아들었지만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이것이야말로 대통령 연설의 패러독스였다. 우리 정상인들은마음속 어딘가에 속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잘속아 넘어간다(‘인간은 속이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속는다‘). 음색을 속이고 교묘한 말솜씨를 발휘할 때 뇌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 빼고는 전부 다 속아 넘어간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인간은 감정, 의지,감수성을 갖고 있는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신경심리학은 이런 것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이 영역에서 당신은 그의 마음에 영향을 미쳐 그를 변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봐야만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라고 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통일성과 이성과 감정 심지어는 우리의 행동까지도 기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내가 기다리는 것은 완전한 기억상실뿐이다.그것만이 내 삶을 모두 지워버릴 수 있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 루이스 부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