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이 없어요. 문장이 엉망이고 조리도 없어요. 머리가 돌았거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대통령의 연설은 언어상실증 환자들뿐 아니라 음색인식불능증 환자인 그녀를 감동시키는 데에도 실패했다. 그녀의 경우에는 문장과 어법의 타당성에 대해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고, 언어상실증 환자의 경우에는 말의 가락은 알아들었지만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 연설의 패러독스였다. 우리 정상인들은마음속 어딘가에 속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잘속아 넘어간다(‘인간은 속이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속는다‘). 음색을 속이고 교묘한 말솜씨를 발휘할 때 뇌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 빼고는 전부 다 속아 넘어간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