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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 사계절 / 2021년 3월
평점 :
추억하며 사는 건 '나이듦'이고, 나 때는 말이야를 하면 '아재'라는데. 딱 말이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왔다. 언제부터인가 내 유년의 기억을 더듬고, 그 기억을 끄집어 내어 기록해 두고 싶다. 허나 기억을 글로 기록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나의 오랜 기억은 인출할 수 없는 깊은 장기 기억 속에 자물쇠로 채워져 보관되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막내의 뜰>을 읽노라니 내 유년 시절이 스틸 사진처럼 떠오른다. 엄마의 체온을 안으며 엄마 등에 업혀 있던 순간이며, 하필 그 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며, 굴뚝의 연기가 바닥으로 내려 앉는 뒷마당에서 산신령 놀이를 한 것이며, 문지방이 유난히 높아 오르기 어려웠던 네다섯살의 집이며, 바람부는 날 안테나를 잡고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던 기억이며, 학교를 시작하는 종이 들리는 앞마당에서 신발을 꺾어 신고 막 달려갔던 순간이며...
책 속의 '막내'를 보며, 유년의 나를 불러내고 있었다. 시인은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라 했다. 막내는 '우물' 속에 들어가 안온함을 찾았다 했다. 내 유년의 안온함은 무엇이었을까? 스무해 동안 나를 키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저 유년의 끝에서" 우리는 자신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은밀한 목록 어딘가에는 아마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말할 수 있는 것이 고치가 되어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맘이 따뜻해지는 삽화가 들어있는 어느 막내의 유년의 기억을 읽으면서 햇살로 온기를 품은 장독같은 내 어린, 유년의 시절을 마주한다.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일이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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