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사계절 1318 문고 119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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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생각컨대 '사랑, 우정, 공부, 꿈, 진로라는 땅 위에서 길을 찾고 있는 모든 10대에게 보내는 위로와 희망의 편지'입니다.

17살 소녀의 꿈과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과 우정, 그리고 공부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맨스소설, 성장소설, 진로소설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어느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듯이 10대의 삶도 마찬가지지요. 그들의 연두빛 시간속에도 어른의 삶처럼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소설 속에는 완벽할 것 같은 인물과 부족하기만 할 것 같은 두 부류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나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나와 많은 이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어떤 사람조차 모두 열등감을 하나둘씩 품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감추고 싶어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싶어합니다.


소설은 느닷없이 설레는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사귈래?"

단짝 친구 지은이가 좋아하는 동주에게 고백을 받은 서현이는 지은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갈등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름다운 동주의 고백에 조금씩조금씩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서현이와 동주의 설레는 사랑이 오가는 장면마다 덩달아 첫사랑이 떠오르고 심장이 빨개지더라구요. ㅎㅎ)


"동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햇살을 받은 동주의 눈동자는 빛이 산란하는 수면처럼 분부셨다. 동주의 눈빛은 내게 말을 걸었고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가슴이 쿵 하고 곤두박질쳤다. 무서운 놀이 기구를 타는 것처럼 심장이 아찔하게 하강했다."


동주와 서현이는 소논문 동아리에서 만납니다. 그들은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건 유전자일까 아니면 성장환경일까를 주제로 잡고 논문 준비를 시작합니다. 자료 조사를 위해 서현이는 방화로 살인을 한 소년 수감자에게 편지를 쓰게 됩니다.


"..소년교도소를 다루는 5부작이었는데, 오빠는 그중 2부에 나왔죠. 오빠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소년 수감자 현수는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않다가 서현이의 정성어린 소통의 노크에 마음을 서서히 열어가기 시작하고 편지를 이어가게 됩니다.


현수는 서현이의 진솔한 마음으로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환경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점차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출소 이후의 삶을 기대하게 됩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요? 그 열등감이란 이런 거랍니다.


논리적인 말과 글솜씨를 가진 주인공 서현이의 열등감은 수학을 못하는 것과 코가 낮다는 것입니다. 단짝 친구 지은이는 수학은 잘하지만 뚱뚱한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남학생 동주는 영재인 형에 대한 콤플렉스와 운동과 노래를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에서 왕따인 아름이는 열등감 투성이일줄 알았지만, 시를 쓰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수감자 현수는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나 살인으로 감옥에 살고 있긴 하지만, 빵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꿈꾸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등장인물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넵니다.

"저마다의 빛깔로 아름다운 아이들은 자기만의 열등감을 갖고 있다. 꿈이 없거나 너무 많아서, 꿈이 있지만 부모님이 반대해서, 눈이 작아서, 키가 작아서, 얼굴이 넓적해서, 종아리가 굵어서, 쌍꺼풀이 없어서, 수학을 못해서, 영어 듣기를 못해서, 체육을 못해서, 친구가 없어서 등등. 우리 무두를 열등감 덩어리로 만드는 건 대체 누구일까. 아무리 뭐라고 떠들든, 누가 뭐랄고 지적질하든, 나는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이 소설은 공부 잘하고 싶고 멋진 꿈을 꾸고 싶고, 인정 받고 싶고, 상처받지 않고, 울고, 강해지고 싶은 약한 우리들에게 괜찮다고,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주는 듯합니다. 또한 풋풋한 푸른 사과와 부드럽고 달콤한 하이얀 생크림 같은 첫사랑의 설렘도 느끼게 해줍니다. 읽는 내내 오래 전 10대의 나와 지금 10대를 앓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이라는 제목처럼 소설은 아름답습니다. 서현이, 동주, 지은이, 아름이, 현수 그들의 맘과 말이 참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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