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우생학 사회 - 당신의 '낳을 권리'는 어떻게 선별되는가
이주희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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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3년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겨우 23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20만 명선마저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반등에 성공하며 2025년에는 25만 명 선을 회복했습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2030년에는 다시 30만 명대를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원인 파악과 구조적 개선 없이 낙관적인 희망만 품는다고 해서 초저출생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사회학자 이주희 교수가 진단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수많은 청년들이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 그 배경을 자세히 알기 위해 《저출생 우생학 사회》를 읽어보았습니다.

1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총 10명에 달하는 심층 면접자들의 생생한 이야기였습니다. 결혼 의사가 없는 여성/남성, 자녀를 원치 않는 기혼 여성/남성,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 입양을 원하는 동성애자, 육아휴직 후 차별을 겪은 남성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차별과 사회적 압박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출생은 단순히 현금성 지원금을 더 많이 지급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복합적인 사회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인 최준혁 씨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아내의 산후 우울증으로 가정에 위기가 찾아오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신청하였는데요. 임금은 반토막이 되었지만 업무량은 기존 그대로 짊어져야 했어요. 게다가 육아의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지지망도 없고, '무슨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냐'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그는 아내와 상의 끝에 둘째 출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최준혁 씨와 아내가 내린 합의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출산을 포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육아휴직 사용 이후 승진 대상에서 누락되어 노동위원회에 제소한 채서정 씨의 사례였습니다. 책에 소개된 A 기업의 직급별 승진·탈락률 도표를 처음 보았을 때는 남녀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승진을 개별 직급이 아닌 누적적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누적 승진 확률을 계산해 보니 해당 기업의 여성 누적 승진율은 남성의 66.7%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겉으로는 작은 차이처럼 보였던 불이익이 승진 과정을 거듭할수록 누적되면서 여성의 상위 직급 진출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소 결과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회사 측의 손을,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주며 공방이 이어졌는데요. 책에 법원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판례를 직접 찾아보니 결국 회사가 승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더라고요. (서울행법 2025. 9. 25. 선고 2023구합83097) 이를 통해,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부디 채서정 씨가 이러한 충격을 잘 이겨내고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저자는 1부에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짚어내며 오늘날의 저출생이 단순한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우생학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할 책임은 국가와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구조적 우생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자는 2부에서 초경쟁 사회에서 벗어나기, 기본소득의 점진적 도입, 성평등 혁명의 완성, 결혼 중심의 가족제도를 넘어서기 등 다양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교육 개혁과 노동 개혁 파트였습니다. 먼저, 아이가 경쟁의 수단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저출생 극복의 진정한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단 한 번의 시험 실패가 인생 전체를 좌우하지 않도록 교육 경로가 언제든 다시 열려 있어야 하며, 이러한 교육 개혁이 전제되어야만 비로소 초경쟁 사회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노동 개혁 파트에서 다룬 산업별 단체교섭 개념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산업 차원에서 출산과 돌봄 관련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기업 간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에요. 현실적으로 당장 도입하기에는 다소 급진적인 방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업과 정규직 중심으로만 배분되어 온 출산과 양육의 기회를 더 넓고 평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한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설명처럼, 고용 형태나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삶을 꿈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저출생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적 토대도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글에 적힌 저자의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기 전에, 아이를 낳아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부디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삶의 가능성을 허용하는 곳이기를 바란다.

그것이 더 나은 사회일 것이다.

그 사회에서만, 선택은 비로소 권리가 된다.


저출생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선택에서 찾는 시각에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 분,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에 관심 있는 분,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의 모습을 고민하고 싶은 분들께 《저출생 우생학 사회》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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