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정이화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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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의 이면을 읽어내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아메리고]를 워낙 재밌게 봤던 터라, 이번 [메리 스튜어트] 평전 역시 큰 기대를 안고 읽어 나갔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몰입력이 대단해서 3일 만에 읽을 수 있었어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메리의 위태로운 행보에 가슴이 서늘해졌고, 다 읽은 뒤에는 그녀가 잘못된 선택이 낳은 거대한 비극의 표상 그 자체였다는 생각에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메리의 삶이 본격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한 지점은 그녀가 총애하던 신하 리치오 살해 사건 이후입니다. 남편 단리 경의 배신과 기만은 메리를 극단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그녀는 남편 살해라는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보스웰과 재혼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죠. 일련의 과정만 놓고 보면 자극적인 치정극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츠바이크는 이를 그렇게 단순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감정이 이성을 압도할 때 그 선택이 얼마나 쉽게 파국으로 이어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정치든, 인생이든 어정쩡한 행동과 진실하지 못한 선택은

언제나 단호하고 명확한 결정보다 더 큰 해를 가져온다.

p. 53

슈테판의 이 문장은 메리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그녀는 이혼이라는 선택 대신, 남편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도박을 택합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권력의 공고화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이었습니다. 이 선택을 기점으로 메리는 여왕이라기보다는 각종 사건에 휘말려 흘러가는 수동적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메리의 비극은 숙명의 라이벌인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의 대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집니다. 엘리자베스는 메리를 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그녀의 초상화에 입을 맞추는 모순된 태도를 보입니다. 메리의 처형을 오래도록 결정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직접 승인해 놓고, 처형 이후에는 신하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어요.

하지만 엘리자베스에게 있어 진실하지 못한 태도는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권력을 지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장치였습니다. 그녀는 결정을 유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어정쩡한 선택을 반복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고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똑같이 진실하지 못한 길을 걸었음에도, 한 명은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고 한 명은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은 여왕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었어요.

메리는 정치적으로는 스코틀랜드를 위한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실패한 통치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죽음의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여왕다웠습니다. 단두대 앞에서의 의연함은 생전의 모든 과오를 덮을 만큼 강렬했습니다. 권력을 쥐고도 끝내 지켜내지 못한 인간, 그러나 마지막 순간만큼은 스스로의 존엄을 선택한 인간. 그 모순된 모습이 메리를 더욱 강렬한 인물로 기억하게 합니다.

이 책을 덮으며 오래 남는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중요한 순간마다 얼마나 진실한 선택을 하고 있는가. 메리 스튜어트의 삶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로 다가옵니다. 인간의 선택과 책임, 인간 심리의 본질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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