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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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최초의 과학자는 아마도 갈릴레이가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세계적 이론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의 저서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를 통해 기원전 6세기의 인물,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최초의 과학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아낙시만드로스의 업적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를 진보하게 만든 과학적 사고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고듭니다.

저자는 과학의 힘이란 과거로부터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그 지식의 모든 측면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보았습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당연함조차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바로 비판하는 용기가 과학을 과학답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이 지점에서 아낙시만드로스의 태도는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스승인 탈레스를 깊이 존경했고 그의 지적 성취에 크게 기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스승의 권위에 함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탈레스의 오류를 과감히 지적하고 새로운 개선 방안을 내놓았죠. 존중하면서도 의심하는 태도, 바로 이 균형이야말로 과학이 전진하는 방식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런 멋진 반항은 역사 속에서 계속 반복됩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오류를 과감하게 지적한 코페르니쿠스, 뉴턴의 절대 시공간을 재해석한 아인슈타인의 관계처럼, 과학은 앞선 세대의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며 미래로 나아갔습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저서 [자연에 관하여]에 담긴 내용 역시 매우 놀라웠습니다. 그는 지구가 어딘가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돌덩이이며,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이 발아래에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당대의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매우 급진적인 사고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그의 추측입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최초의 생명체가 물고기 또는 그와 유상한 생물이었을 것이라고 보았으며 인간은 물고기와 유사한 생물에서 진화한 결과라고 보았습니다. 과학적 실험이란 개념이 없던 시대에 이렇게 진화론을 떠올리게 하는 발상을 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 책을 덮으며 과학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적 탐구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오히려 세상에 확실한 것이란 없음을 깨닫는 데서 비롯되는지도 모릅니다. 과학은 어떤 답변도 최종적인 것으로 확정하지 않기에, 그 덕분에 끊임없이 더 나은 해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국 아낙시만드로스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세상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시 설명하려는 이 태도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의 태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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