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미술관 - 그림이 먼저 알아차리는 24가지 감정 이야기
김병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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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보통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면 작가의 의도나 미술사적 가치, 혹은 그림 속에 숨겨진 의미를 먼저 찾게 됩니다. 저 역시 다양한 미술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며, 제가 느낀 점이 저자의 해석과 어떻게 같거나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이 감상의 정석이라 믿어왔죠.


하지만 그림을 매개로 나의 내면을 마주하고, 머리가 아닌 나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시간을 갖는다는 건 제게 무척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개념이었습니다. 호기심을 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 원장이 저술한 [나를 만나는 미술관]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허무, 불안, 행복, 애도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24가지 감정을 그림이라는 거울에 비춰줍니다. 책을 읽으며 저 역시 그동안 이름 알아차리지 못했던 제 마음속 감정들을 하나씩 마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서문 대로 이 책은 미술 감상 책이면서 동시에 제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하는 심리 치유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파트는 '무의미'였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인간이란 분투할 만한 것을 언제나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지난 몇 년간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0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하다 전업주부가 되었을 때, 처음에는 쉼과 여유가 주는 만족감에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내 삶의 방향과 의미는 어디에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는 작은 창조적 시도들을 해 보았습니다. 사이버대학교에 편입해 새로운 공부를 해보고,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블로그에는 독후감을 차곡차곡 기록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저는 성취감과 즐거움이라는 새로운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지나온 이 과정들이 바로 무의미에 맞서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공허함을 느낀다고 해서 억지로 이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대신 용기를 내어 그 빈자리를 조용히 들여다보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며 품위 있게 무의미에 맞서보라며 응원을 건넵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품위 있는 저항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허무라는 감정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내 삶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나만의 의미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품위 있는 저항입니다. 


살아가며 때때로 무의미의 파도를 마주하겠지만, 이제 저는 그 파도에 휩쓸리는 대신 제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찾아올 또 다른 공허함 역시 새로운 나를 발견할 기회로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무의미라는 파트가 가장 큰 감동을 주었지만, 이 책을 읽는 다른 누군가는 전혀 다른 페이지에서 멈춰 서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삶의 무게가 무거운 이에게는 '우울' 이란 파트,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이에게는 '사랑'의 파트가 마음에 와닿을 것 같습니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싶거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이 필요한 모든 분께 [나를 만나는 미술관]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인간은 안락하고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라 분투할 만한 것을 언제나 필요로 하는 존재다.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삶의 조건을 넘어서는 어떤 가치가 필요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의미를 추구한다. 이 본능이 충족되지 않으면 공허와 허무가 따라온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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