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인두투스 : 입는 인간 - 고대 가죽옷부터 조선의 갓까지, 트렌드로 읽는 인문학 이야기
이다소미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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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동안 역사를 인물 중심, 음식, 지리 등 다양한 시선으로 읽어왔지만, 의복이나 패션의 관점으로 역사를 살펴보는 인문학 책은 거의 접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이다소미의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을 읽고,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을 좋아하는데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볼 때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중심 인물만 주목했었어요. 하지만 저자는 패션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순백의 의상을 입고 있는 히파티아가 이 그림에서 가장 돋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드레이핑 기법을 활용해 풍성한 볼륨감을 표현한 그녀의 옷차림을 설명하면서, 오드리 헵번의 “우아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다”라는 말을 인용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챕터를 읽고 다시 그림을 보니, 정말 히파티아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라인과 함께 오로지 그녀만이 흰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이 그림을 볼 때 인물만 보았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옷의 색감, 형태, 액세서리 등에는 그 시대의 미적 기준, 기술력, 계급, 세계관이 모두 담겨 있는데도 말이죠.


이렇게 이 책은 익숙한 그림과 인물들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 주었어요. 단순히 패션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옷이 사회적 신분, 권력, 기술, 문화적 규범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도구라는 것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냈어요.


그 다음 헨리 8세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의 초상화를 보고 기존에는 단순히 화려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코드피스라는 의상 아이템을 착용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코드피스는 중세 시대 남성의 성기를 보호하는 보호대였는데, 시간이 흐르며 남성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과장된 아이템을 왜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을까 싶고 어찌보면 매우 우스꽝스러워 보일 정도였어요.


이 챕터를 읽으면서 옷은 인간의 욕망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코드피스는 불안정한 결혼 생활, 채워지지 않는 권력욕 같은 것을 오히려 반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고, 그의 삶이 화려한 복식처럼 행복으로 가득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저자는 패션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하고, 역사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옷은 단순한 장식품이나 유행의 산물이 아니라, 그 시대 속 인간이 가진 욕망, 사회의 변화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식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역사를 여행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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