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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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바퀴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이야기 [변신]과 [화부], [선고]가 수록된 카프카 단편선을 읽었습니다. 책 뒤의 해설에서, 원래 카프카가 이 세 작품을 한 권으로 묶어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요. 


해설을 읽고 나니, 작품들이 다시 보이면서 하나의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더라고요. 모두 거대한 아버지 권위 앞에서 흔들리는 아들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세 인물이 자유를 향해 움직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선고] : 죽음으로 향하는 가장 비극적인 자유


[선고]의 게오르크는 아버지의 절대적인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인물입니다. 그는 아버지가 내린 물에 빠져 죽으라는 선고를 거부하지 못한 채 죽음을 선택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황당해서 이게 대체 말이 되나 싶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소설 속에서 아버지의 말은 아들 게오르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규칙처럼 작용합니다. 아버지의 선고를 거부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무너지는 게오르크의 현실이 매우 섬뜩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이야말로 게오르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어두운 방식의 해방처럼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자기 소멸뿐이라는 점에서, 그의 선택은 비극적인 자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신] :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끔찍한 자유


[변신]의 그레고르 역시 자유를 꿈꿉니다. 가족 부양이라는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이 벌레라는 끔찍한 형상으로 드러나죠. 노동에서는 해방되지만 인간성을 잃고 결국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은 뒤 치료를 받지 못해 죽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요구받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화부] : 끝내 자유의 문턱에 닿지 못한 청년


반대로 [화부]의 카를은 자유를 향해 내딛지 못한 인물처럼 보입니다. 카를은 아버지에게 추방당해 미국으로 향합니다. 배에서 억울한 처지에 놓인 화부를 만나고, 정의를 위해 나서려 합니다. 그러나 우연히 마주친 외삼촌의 권위 앞에 금세 주저앉고 맙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레고르나 게오르크처럼 비극적인 자유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그저 흔들리는 파도와 같은 모습으로 보트 위에 오르게 됩니다. 다만 눈을 돌리는 외삼촌의 모습을 관찰하고 의혹을 갖는 모습을 통해, 카를이 언젠가는 외삼촌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지 않을까 추측을 할 뿐입니다. 


비극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위안​


이 세 작품을 모두 읽고 나니, 결국 소설 속 아버지는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압도하고 구속하는 구조적 권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들들이 보여주는 작은 몸짓은, 비극 속에서 인간이 스러지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자유를 향해 몸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했어요. 저는 이 부분을 통해 작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카프카의 이야기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유를 갈망하는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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