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방황과 성장을 담은, 교토의 두 가지 이야기

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을 자주 여행하지만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교토입니다. 지금까지 대략 열 번 이상 다녀온 것 같아요. 그래서 [8월의 고쇼 그라운드]라는 책 제목만 봐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은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 '8월의 고쇼 그라운드' 이렇게 두 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은 한 겨울 교토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여고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부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무려 12월에 교토에서 도쿄까지 달리기를 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이 대회가 TV 생중계가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대회라는 것도 알게 되어 매우 신기했습니다. 대회의 첫 시작이 교토의 산조 대교 위에 있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여행 중 이 기념비를 보았던 기억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등장인물들이 달리기를 했을 지역과 배경이 눈앞에 그려지며 더욱 쉽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편의 주인공 사카토는 길눈이 어마어마하게 어두운 후보 선수로, 선배의 결장으로 인해 대회에 갑자기 참여하게 됩니다. 초반에는 자신감 없이 불안해하던 사카토가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며 투쟁심을 불태우는 모습에서 뜨거운 청춘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달리기 중간에 갑자기 신센구미가 등장하는 장면은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달리던 사카토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하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저 역시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지 싶었습니다. 일왕의 역적으로 간주되어 어쩔 수 없이 생을 마감하게 된 젊은 그들이, 역전 대회 참여 선수들처럼 누군가의 응원을 받으며 끝까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사카토는 길을 잃을 뻔한 위기를 극복하고 완주에 성공하며,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료애와 스포츠 정신을 깨달으며 성장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8월의 고쇼 그라운드' 는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취업 활동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의욕 없이 지내던 구치키가 교수님이 주최하는 야구 대회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참여 인원이 부족한 그 순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경기를 이기는데 도움을 주고, 의욕 없던 이들도 모두 야구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전쟁이라는 인생의 뺑소니 때문에 청춘을 잃은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정체가 과연 누구인지,정말 예상이 맞는 것인지 추리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뜨거운 교토의 여름 아침마다 그들과 함께 야구를 하며, 어느새 구치키의 마음 속에는 불꽃이 생겨납니다. 특히, 친구 다몬의 "우리,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막막함, 걱정을 보여주며 한 때 그들과 같은 고민을 했던 시기가 떠올라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대학생들이, 치열하게 살고 싶던 이들을 만나며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이 이야기에서도 청춘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이야기 속 인물들 간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작은 소품이나 장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숨은 그림 찾기처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교토의 익숙한 장소들이 배경이 되어 책 속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생생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