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 인권 최전선의 변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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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우리 사회가 공감과 연대를 통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난 20여년간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에 출간된『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는 그들이 어렵게 해결해 온 사건들과 미처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앞으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책은 총 열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일곱번째 장인 [갚지 못할 돈을 빌려드립니다. - 캄보디아 진출 한국 은행들의 빈민 약탈 대출] 편은 충격 그 자체였다. 1980년대 방글라데시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가 신용이 없는 빈곤층에게 소액의 대출을 제공해 그들의 자립을 돕는 미소금융을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나라 제1금융권이 현지에서 인수한 은행은, 캄보디아의 빈곤층에게 약탈적 대출을 자행하여 연간 2,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2024년 캄보디아의 1인당 소득이 고작 2천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한 기업이 캄보디아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이익을 달성했다는 것은, 교육 수준이 낮고 기초적인 금융 지식이 없는 빈곤층의 취약성을 악용하여 이윤을 극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이 ESG 경영,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낮은 나라라고 하여, 이윤만을 좇아 현지 사회에 혼란을 가져오고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이 발붙일 자리는 없을 것이다. 해외에서도 기업 본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공감이 제기한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향후 이것이 어떻게 해결이 될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섯번째 장인 [1과 2 사이의 거리 - 비 수술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소송] 편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비수술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 소송을 하고 승소를 한 사건인데, 여기에 인용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성별정정 허가 결정문은 법조문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을 느끼게 하였다.

"민주사회의 특징은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를 해하지 아니하는 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이 없는 존경과 배려로 서로를 관용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관용은 나에게 편안한 사람들과 편안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삶의 방식을 함께할 공간을 내어주는 것으로서 차이를 뛰어넘는 동등과 배려와 존중을 의미한다."

나는 이 문장이야말로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성소수자, 이주난민, 빈민 등과 같은 약자에 대해 혐오를 뿜어대는 사람들이 있다. 디지털성폭력 피해 여성, 재난참사 피해자에게는 조롱을 일삼기도 한다. 하지만 관용, 배려, 존중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공감을 해야 한다. 아직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들과 함께 희망을 찾고, 연대하여 이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누군가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하고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공감과 연대를 통해 연결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은 아직도 무수히 벌어지고 있는 각종 차별이 없어지려면,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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