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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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 여행 중 사람들이 일회용 접시, 컵, 남은 음식 모두를 한 번에 모아서 쓰레기통에 바로 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미국은 분리배출을 대부분 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버리라는 이야기도 함께. 분리배출에 진심인 한국사람으로서, 이대로 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음료수는 세면대에 붓고 나머지만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래도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미국에서도 전혀 재활용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데, 한국처럼 적은 인구의 국가가 분리배출하며 환경보호에 힘을 기울여봐야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나 혼자라도 노력을 계속한다면 미미하더라도 자연을 위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저자는 나의 이런 생각에 대해 "2장 불필요한 성장: 자본주의를 통해 성장한 경제의 위기" 파트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 생겨난 허황된 믿음일 뿐이며, 총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적으로 대응해 해결하려는 사례일 뿐이라는 것이다. 재활용이나 기부와 같은 개인적 차원의 노력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인식을 제고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절대 가능하지 않으며, 전 지구 차원의 협력과 노력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만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패션 회사의 그린워싱 캠페인에 감화되어 옷을 기부했지만, 결국 그 옷들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허탈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러한 캠페인 때문에 결국 더 많은 옷을 사 입은 내 자신의 어리석음도 깨닫게 되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불필요한 소비 자체를 하지 않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그런 옷을 단순히 수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덜 해가 되도록 처리가 가능한 기술이나 자본을 이전해야만 한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즉, 저자의 지적대로, 개인적 차원으로는 환경 오염, 지구 온난화 등의 모든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고, 개인과 국가, 특히 국가들 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24년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은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겨우 5%로, 전세계 평균인 13%에 크게 못 미치고, 세계 두 번째 규모인 연간 100억 달러를 화석연료 공적 금융에 쏟아붓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25년 1월, 미국 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다고 밝혔고, 아직도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저자는 "완전히 다른 사회를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정치, 경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 "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였는데, 과연 언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암담한 느낌이 들었다.

성장이라는 착각에는 무수히 많은 숫자, 데이터, 그래프가 등장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 가족은 앞으로 한국이란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 걱정이 늘어났다. 다행히 "3장 성장을 넘어: 30년 후 미래" 파트를 통해 실행가능한 다양한 방법들을 알게 되었고, 미래 세대에게 용기를 주려는 저자의 의도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성장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탈성장을 할 것을 주문한다. 생산과 소비를 줄여 환경과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모든 사람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물론, 정책 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탈성장을 끌어낼 수 없다. 선거와 사회운동 등을 통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의 젊은 세대는 기후변화위기, 오염된 환경, 과도한 노동시간, 급변하는 정세 등에 노출되어 있고, 좌절과 윗 세대에 대한 적개심을 갖기도 한다. 따라서 미래세대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문한다. 인류에게는 언제나 난관과 기회가 주어졌지만,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활용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상기하고, 근시안적인 대책이 아니라, 개인, 국가 등을 모두 아우르는 그래서 실질적으로 해결을 가져올 다양한 방법을 지금 당장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비록 그 길이 요원해 보일지라도, 우리의 용기 있는 선택과 행동이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제목: 성장이라는 착각

저자: 안호기

출판: 들녘

발행: 20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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