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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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드 보통을 그간 접해보지못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집을 뒤적거리다 책을 발견해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집에 이런 책도 있었노?  읽고나니 이 작가 팬이 되서 천천히 다른 글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불안은 무엇에 관한 책이고 하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갖는 불안.에 관한 책이다.


글 구성은 크게 두 개로 나뉘어 지며 처음은 불안은 어디에서 생겨나는 지에 대해 알아보고 그 다음에는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지금까지의 해법들을 살펴보는 식으로 되어있다.


 '지금까지의 해법'에서 짐작해볼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새로운 해법들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우리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왔는가(인식하지 못했다하더래도)를 살펴볼 뿐이다. 해법들을 읽어나가면서 어떤 식의 접근이 더 유익한 삶을 이뤄나가는지에 대해 유용한 지 다만 살펴볼 뿐이고,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불안은 '지위'에 대한 불안이다. 

 그러면 불안을 느끼는 원인을 탐색해보자.


 우선 사람들은 더 높은 지위를 원한다. 그러면 그곳에서 물질, 권력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기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남의 시선에 따라서 우리의 존재, 가치가 결정된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지위을 취하지 못했을 때 불안감이 드는 것일까? 불안은 낮은 지위에서 갖는 물질적 불편함에서 오기 보다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욕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존심을 왜 건드리게 되었을까? 이 책에서는 정치혁명(평등주의)과 소비자 혁명(산업혁명)때문으로 보는데, 과거에는 신분제도가 있어서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지위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평등주의가 널리 퍼짐에 따라 사회에서 무엇이 사람의 사회적 가치(지위)를 결정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게되었는데, 모든 조건이 같다는 가정아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다. 라는 답으로 이어졌다. 또한 산업혁명은 혁명적인 물질적 진보를 가져와 모든 것을 원하면 가질 수 있다는 사념에 일조하게 되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기존의 가치체계도 무너지게 되었는데, 과거에는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가장 쓸모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 농업가 모든 경제의 근간이 되니까. 근데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은 곧 능력이 없는 사람들. 사회의 복지와 자선에 의존하는 낭비적인 존재로 치부되었다. 오히려 부자는 그 전과는 달리 큰 자본으로 여러 사람에게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그들의 강한 성공에 대한 열망은 칭송되어진다. 그리고 과거에는 부자는 가난한 사람들을 강탈하여 부를 쌓았다고 여겨지게 되었지만 능력주의가 우세함에 따라 부자는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능력이 곧 세속적 지위를 대변하고 돈이 오히려 도덕적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도덕적이다. 라는 생각은 과거에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바늘 틈보다 좁다고 말 한 것과 비교하면 참 대단한 업적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누구나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갖고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종류의 불안을 만들게 되었다. 이 생각은 불안의 추진력으로 해내지 못 할 것 같은 일들을 이룩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성공의 기대감이 끝없이 커지게 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기대감이 커질수록 성공을 하면 좋겠는데, 끝없는 기대감은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패배감을 보다 크게 만들었다.(현실적으로 하고 싶은게 많으면 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많다.)


 성공은 그렇다고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하냐, 아니다. 우리의 성공가능성은 변덕스러움, 불확실성에 의존한다. 우리의 재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어쩌다 잘 하게 될 수도 있는 그런 재능이다. 또 사회적으로 운에도 얼마나 의존하는지. 능력이 있으면 뭐하나 그걸 받아줄 사회가 없다면? 그리고 알아 주는 고용주가 없다면? 능력을 알아봐주는 고용주가있어도 그것이 이익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얘기는 또 딴 얘기다.


 이런, 그러면 항상 사람은 불안에 떨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 이 책에서는 철학, 예술, 정치, 필멸성의 의존한 기독교, 보헤미아적 사고로 어느정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공통점은 이것들이 다수에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 다수의 가치를 비판하는 새로운 가치에 기초하여 새로운 위계를 세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판사나 음악가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같은 가치체계로 행동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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