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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서 배워라 - 해나 개즈비의 코미디 여정
해나 개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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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딩 코미디를 즐겨보는 한국인이 많을까? 한 명의 코미디언이 나와 한 시간 넘게 재담을 늘어놓으면, 정해진 듯한 시점에 관객 모두가 아하하 웃는다. 그게 재미있나? 왜 그걸 듣고 있지? 의구심을 갖고 보기 시작한 해나 개즈비의 나네트’(한국 제목 나의 이야기’)는 코미디를 섞어놓은 강연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 이래서 보나? 그냥 강연은 재미가 없으니 웃음을 섞여내는 건가 싶었다.

  얕은 깨달음은 해나의 두 번째 넷플릭스 스탠딩 코미디 나의 더글라스를 보고 산산이 부서졌다. 나네트를 보고 강연이냐?’며 비꼬는 남성의 의견이 많았다는거야. 스탠딩 코미디가 진심으로 재미를 위해 관람하는 장르라면, 나네트가 서구 사회에 던진 충격은 상당히 컸겠구나 싶었다. 예상치 못한 맞는 말을 듣고 머리가 아주 띵했을 테니까.

  해나는 그리 부유하지 못한 집에서 태어난 막내딸이고, 동성애자이고, 거구인데다거구인 데다, (아주 늦게) 자폐 진단을 받았다. 작은 사회에서 특별했던 해나가 제대로 fit-in 하기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어쩌다가 예술사에 관심이 생겨 간신히 대학에 갔다. 이후로도 몇 년을 더 그럭저럭 살다 우연한 기회에 코미디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스스로의 상처를 끝내주는 웃음으로 승화시켜 시청자에게 촌철살인을 날리는 세계적인 코미디언이 되었다.

  코미디 쇼와 책을 통해 내가 느낀 해나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여러분, 저는 남자로 오인 당해 맞을 뻔한 웃긴 일화가 있습니다. 마초였던 그 남자는 제가 여자인 걸 알고 진심으로 사과했죠. 그런데 이 이야기의 끝은 뭔지 알아요? 그 남자가 나의 정체성을 알아채고는 결국 때려눕혔다는 거예요. 와하하. 그런데 사실, 이 일을 이렇게 우습다며 말하지만 상처는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어요. 그건 모두에게나 그래요. 그런 상처를 신경 쓸 필요조차 없던 사람들은 몰랐겠지만요.

  해나 개즈비의 차이에서 배워라는 나네트가 대성공한 이후 해나가 정리한 본인의 인생과 코미디를 하게 된 여정이 담겨있다. 자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 세상에 적응하려 애쓴 해나의 인생은 어땠을까. 동성애자를 혐오하다 못해 불법으로 규정한 곳에서 성장한다는 건 어떤 일이었을까. 시종일관 가볍게 설명하는데도 읽는 사람의 마음은 무겁기가 한이 없다. 해나가 웃음으로 승화하기까지 그 모든 고통을 어떻게 버텼을까 싶어서.

  해나의 쇼를 보며 처음에는 저 대사를 외우고 하는 건지 순발력을 발휘하는 건지 궁금했고, 어느 시점이 되니 철저하게 모든 것을 준비했겠다고 느꼈고, 그리하여 얼마나 완벽히 준비했으면 자연스럽다 못해 즉흥적으로 보이는 극을 저리도 길게 표현할 수 있는지 존경스러웠다. 빛나는 사람이 어둡고 초라한 시기를 지나왔다며 참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펼쳤다. 나는 혹시 내가 그 시기를 더 혹독하게 만드는 사람은 아닌지, 편협과 오만으로 뒤덮인 사람은 아닌지 반성하며, 또 나는 나의 초라한 시기를 얼마나 어떻게 잘 극복했는지 되돌아보며 책을 읽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서로를 공격하기보다는 서로에게 건승을 빌어주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해나 개즈비의 두 쇼를 보시고, 책까지 읽으시라. 해나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며 일갈을 날려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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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 사지 않아도 얻고, 버리지 않아도 비우는 제로웨이스트 비건의 삶
이은재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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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길을 찾을 수 없음을 핑계 삼아 멈추고 자책하는 것은 편할 뿐 무익하다.


  유튜버 히조(heejo)의 영상을 보다 '지구용 레터'를 알게 되었다. 여러 뉴스레터를 받아보지만 환경 관련 레터는 생각도 못했지 뭐야! 바로 구독한 뒤 매번 관심 있게 읽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타깃층이 찰떡같은 두 콘텐츠의 콜라보레이션이로고). 제로웨이스트를 하면 늘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이럴 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큰 도움이 된다.

"예뻐서, 예뻐서 주는거야."
'예뻐서'라는 말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하셨다. 감사합니다, 인사하며 돌아서는 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열 개쯤 떠올랐다. 내 얼굴이 예쁜 걸까, 아니면 비닐을 거절한 게 예쁜 걸까? 양쪽 다 가능성이 큰(?),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비닐 포장 없이 채소를 사려다가도 다양한 이유로 나를 합리화하며 포장된 채소를 산 기억이 많다. 이유의 근원은 사실 용기가 부족해서다. 튀고 싶지 않아서, 한 번 더 말을 걸기가 어려워서, 유난스럽다고 할까 봐. 이런 내게 상인들과 긍정적인 소통을 하는 저자의 모습은 마냥 부럽기만 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넘어 무쇠의 매력에 듬뿍 빠진 나는 국산 안성주물에서 나온 작은 사각 팬도 하나 들여 잘 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첫정을 준 롯지 10인치 팬을 가장 사랑한다. 우리는 서로를 길들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인생의 동반자가 될 '반려 프라이팬'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 절로 반려 물건을 만들게 된다. 나는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되면서 아주 깐깐한 소비자가 됐다. 무슨 물건이건 최소 몇 년 이상의 반려자가 될 가능성이 큰데,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가는 두고두고 그 부분을 후회하게 된다. 쉬이 버릴 수도 없으니 시작부터 잘해야 할 수밖에. 고민이 어려우니 소비가 귀찮아져서 자연스럽게 구매욕이 사라지게 됐다. 좋은 선순환이다.


  재래시장은 늘 옛 모습으로 멈춰 있는 올드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이곳은 가장 신상에 민감하고 지난 것은 가차 없이 치워 버리는 '프레타포르테 런웨이'다. 게다가 오로지 한정판만 짧게 취급한다. 손님들은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야 가장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살 수 있다. S/S시즌으로 쫙 깔린 매대에서 지나간 F/W시즌을 찾고 있는 것만큼 촌스러운 애티튜드는 없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진짜 중요한 정보는 신상 옷, 연예인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제철 음식과 특산품, 기가 막힌 요리법, 맛있는 과일농장 연락처고 생각한다. 시장의 김 팝업스토어 이야기는 절로 공감이 됐다. 나도 금요일만 나타나는 순대볶음 아저씨를 애타게 기다리는 터라 웃음이 났지. 저자의 다양한 요리 이야기를 보며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나는 비건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라고 말하지만 결국 핑계다. 공장식 축산은 정말 싫은데 아직도 유난스럽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이기적이기 짝이 없지. 완벽한 한 명보다 불완전한 여러 명이 낫다는 말을 믿으며 홀로 먹을 때만 채식을 고른다.


  애벌레는커녕, 벌레 먹은 구멍 하나 없이 일정한 크기로 매끈하게 빛나는 채소들은 사실 굉장히 인공적인 결과물이다. '유기농'이라는 딱지가 붙은 작물일지라도 말이다. 마치 루이 14세의 정원과 같다. 깎은 듯 잘 정돈된 그 정원을 거니는 누군가가 '자연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나는 지금 자연 그대로를 만끽하는 중이구나.' 착각한다면 우스운 모습일 것이다.

  애호박이 원래 일정한 굵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던 때, 인큐베이터 애호박이 아닌 자연스러운 애호박을 사려고 시장을 돌았다. 딱 한 가게에서 찾았지만 스티로폼에 랩이 씌워져 포장되어 있었다. 단호박에 원래 애벌레가 많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단호박은 농약을 치지 않아 좋다는 엄마의 말은 다 무엇이었나!?). 나는 못난이 채소가 원래 채소의 모습이라는 이야기를 알려준 온라인 채소 상점 '어글리어스마켓'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다. 못난 채소를 소량으로 여러 개 모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기도 하고, 팔리지 않으면 폐기 처분될 채소를 구해내기도 한다. 못난 채소가 특별히 팔리지 않게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는데. 도시에서만 산 사람이 점점 많아지니 자연을 모르는 사람도 늘어만 난다. 나부터도 특이한 모양의 채소는 생경하기만 하다.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우리 모두 '가성비와 합리적인 소비는 옳다'라는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략) 그런데 그 '보이지 않는 손'은 명품이나 다이아몬드처럼 사실은 그리 소중하지 않은 허상의 이미지에는 높은 가격을 매기지만, 지구의 바다와 땅을 오염시키고 아주 미세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사람의 몸까지 위협하는 플라스틱에는 하찮은 가격을 매기는 이상한 신(神)이다.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서도 '경제 활동의 외부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게 환경 문제의 핵심'이라는 말이 나온다. 초등학생 때 물과 공기와 같은 공공재는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라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알지. 환경에 취약한 누군가는 물과 공기를 누릴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나에게 있다.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가 잘못된 걸 알면서도 자본주의의 피라미드에서 조금 더 위칸을 차지하고 싶다. 한 칸이라도 오를까 싶어 월급을 모으고 투자를 한다. 투자한 회사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까지 고려하면 수익을 낼 수 없다. 플라스틱 하나 줄이는 것보다 투자를 골라서 해야지, 하다가도 이익률을 계산하면 눈을 흐리게 뜬다. 나란 인간의 한계다.


  이런 것까지 글로 쓰면 너무 구질구질하지 않을까 싶어서 쓰기 주저했거나 생략하려던 이 마음들이 모여 진짜 제로웨이스트가 된다.
  개인이 일상 속에서 환경을 위한 미시적 노력을 하는 것은 바로 그 공감대 형성에 의의가 있다.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의 생활을 하셨다고 만민이 스님이 됐다는 기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분의 삶에 감화받은 사람들이 조금 더 선한 길을 걷고자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제로웨이스트나 비건 같은 극단적인 길 역시 그걸 하는 개인이 미미한 오염을 줄여서 지구를 구한다거나 모든 인류를 욕망 없는 수행자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더 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의문, 작은 감동을 선사하는 일종의 '행위 예술'로서의 의미는 충분하다.

  제비(제로웨이스트+비건)에 대한 에세이는 제로웨이스트나 비건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읽고 싶어 보는 책은 아니다. 대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와 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지 공감하고 서로의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읽는 책이다. 저자는 내가 생각만 하고 실천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전부 실행하고 있을뿐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가르쳐준다. 심지어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책을 읽었지만 발견하기 어려웠던, '구질구질함'에 대한 고백까지 있다. "거지와 환경운동가는 구분되지 않는다더니!"라는 농담을 실제로 들은 사람이 나 말고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있을까? 제로웨이스트를 한답시고 애쓰다 보면 필연적으로 구질해진다. 그런 내가 초라하지 않게 버텨주는 기반은 이것이 도움이 되리란 믿음 뿐이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나는 안다. 잠깐 눈감으면 별 것도 아닐 일에 공을 들여야 하고, 이래 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현타도 견뎌야 한다. 그럴 땐 함께 이겨내 보자고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의미가 있다고 외쳐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처음 알맹상점이 생겨날 때 응원했던 마음이 이제는 동네에까지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생겼다는 반가움으로 변했다.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한 책도 많아졌다. 언젠가는 이 주제가 사라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일상이 되어서 이제는 특별히 책으로 읽지 않아도 될 만큼 평범해질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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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림 - 운과 부를 불러 모으는 안티 스트레스 타로 컬러링
정회도 지음, 이윤미 그림 / 다산라이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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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화에 대한 로망이 있다

사실 아주 크다

프리즈마 색연필 72색을 구매해 모셔두며 흐뭇해하는 정도의 로망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현실의 손은 나의 로망을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컬러링북에 집착한다

색깔에 대한 센스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일단 잘 될거라고 믿어본다


다산북스에서 컬러링북을 보내준다기에 주저없이 신청했다

그림도 몽환적인 것이 취향 저격

그래서 온 책이 이 부자의 그림이다

 


표지의 고래가 날 홀려서 책을 신청했다

전체 그림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몽환적이고 어쩐지 우주가 생각나게 하는 그림이 많다

우주의 흐름(?)이라고 하면 되려나




어떤 그림을 먼저 색칠해볼까 하다가 선택한 그림

'열정'

화산에서 뿜어져나오는 힘이 초승달을 받치는 그림이다

(화산을 아직 칠하지 못해 가렸다는 건 비밀)


패턴이 가득한 컬러링북은 사려고 갔다가 보기만 해도 할 수 없음이 느껴져서 포기했고

인형 옷을 색칠하는 컨셉의 책을 샀는데 계속 옷만 색칠하려니 지겨워서 포기했다

이 책은 타로카드를 모티브로 한 책이라 그림 하나하나가 전부 다른 주제가 있다는게 좋다

뜯어서 벽에 붙여놓기에도 딱 좋은 그림들이다


특이한 컨셉의 컬러링북을 찾고 있거나

몽환적인 느낌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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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보는 순간 사고 싶게 만드는 9가지 법칙
이랑주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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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것을 좋아한다. 매장의 전시는 항상 눈여겨 본다. 딱히 감각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관심이 많다. 솔직히 관심이 있는 것 치고 감각이 없는 편에 속하는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타인의 재능에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나기에 관심을 끊을 수 없다.

 

  제목만 보았더라면 이 책을 읽고싶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을거다. 그런데 홍보에 낚였지. 홍보 문구였는지, 인터뷰였는지, 아니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홍보 문구였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콱 박혀 들어왔다. 수많은 노하우를 쌓은 그녀가 이제는, 그녀의 그 비싼 노하우를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다 알 수 있게 공개한다고. 컨설팅을 해주면 돈을 많이 벌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공유를 하기로 했다고. 이렇게 쓰고 나니 흔한 약파는 문장같지만 그녀의 이력과 저 말을 합쳐 보니 믿음이 갔다. 정확하게는 진짜 그런 노하우가 있다면 정말 돈을 많이 벌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어서, 도대체 이걸 왜 알려주나 호기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리고 저자의 그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 노하우가 꽉꽉 눌러담겨진 책이다. 다만 이 책의 노하우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중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이정도는 해 낼 수 있었을거다. 하지만 그 중구난방의 노하우를 한 데 엮었다는 점과 한국의 실례(實例)를 들어주면서 이해하기 쉽게 해주었다는 점이 마음을 확 사로잡는다. 정말로 노하우를 다 보여줬구나, 내가 매장을 낸다면 이 책을 성경 삼아 읽고 또 읽을테다.

 

  하지만 아직 장사를 할 생각은 없어서(과연 내 삶에 그런 날이 올까) 나는 개인적인 흥미 위주로 읽었다. 결국 공간 구성의 이야기니까 혹시 방에 접목할만한 것은 없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내 눈에 띈 몇 가지를 적어두지만 적지 않았다고 해서 유용하지 않은 법칙인 건 아니다. 철저히 내 위주로 꼽아 적어둔다.

 

 

색상을 단순히 개인의 취향 문제로 오해하기 쉽지만,

색상의 힘은 그보다 훨씬 더 세며 색상들이 각각 전달하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중략)

 그러니 고정관념이나 두려움 따위는 벗어던지고,

색상을 과감하게 섞고 조합해 자신에게 꼭 맞는 색상을 찾아보라.

그리고 이때 70:25:5의 배색 법칙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방 인테리어를 하며 색 구성을 어찌할 지 고심하고 있는데 아주 반가운 조언이다)

 

디자인에서는 실용적인 목적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는 것과 '예쁘다'고 느끼는 것은 다르다.

(예쁘지만 쓸데 없다고 사지 않는 물건의 문제가 이거로구나!)

 

색상이 무언가를 또렷하게 인지시키거나 사람의 기분을 바꾸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낼 때도 있다.

가령 색상은 때로 시간과 무게까지 다르게 느끼도록 만든다.

(색상과 온도의 관계는 알았지만 시간의 길이까지 다르게 느끼는 줄은 처음 배웠다.

 따뜻한 계통의 색상은 시간을 실제보다 길게 느끼게 만드는 반면

차가운 계통의 색상은 실제보다 시간을 짧게 느끼게 만든다.

흥미롭다.)

 

한 공간이 전체적으로 똑같은 조도를 가지고 있으면 장소는 평범해지며 상품은 평면적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30분만 있어도 오래 머무른 것 같은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므로 고객을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하고 싶거나 특정 상품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싶다면

조도의 강약을 활용해야 한다.

(방을 꾸밀 때 조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하얀 LED 등을 쓰고 있다.

조명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강약을 주어야 한다는 건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정말 비밀을 다 공개했지만 만약 저자가 컨설팅을 계속 한다면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칙과 예시를 잘 읽었다고 해서 그걸 내 상황에 완벽하게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수학 문제풀 때도 답지 보면 쉬운데 내가 풀긴 어렵다). 이런 책을 쓸 수준의 인물이라니, 필요한 일이 생기면 이분에게 컨설팅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단박에 드는 걸. 저자의 내공이 얼마나 잘 드러나는지 모른다. 출판사는 원고를 받고 쾌재를 불렀을 듯 싶다.

 

  디스플레이와 디자인에 직업적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한 번 읽어봄직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어떤 종류이든) 매장에 들어서면 그 디스플레이에 담긴 속뜻을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하지만 생업과 연결된 분야의 인물이라면 재미가 쏠쏠한 정도가 아닐듯 싶다. 만약 내 주변에 가게를 연다는 지인이 있다면 꼭, 꼭! 읽어보라고 권할 책이다. 권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 권 사서 선물할거다. 이렇게까지 속시원하게 노하우를 보여준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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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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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책은 니체의 책을 먼저 읽고 읽으면 훨씬 좋으련만, 부끄럽지만 고전과는 담을 쌓고 사는 터라 니체의 책은 표지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책등을 통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정도의 제목만 알고 있을 뿐. '차라투스트라(투라?)'는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여하간, 니체도 모르면서 니체의 인간학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이 책, 처음에는 정말 별로였다. 논리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약한 사람은 약한 상태에서 편히 살려고 착한 척을 하는 거라나? 이게 무슨 말인가. 이 일본 작가는 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나 싶고, 이런 책이 왜 일본에서 발간되다 못해 한국까지 넘어왔나 싶기도 했다. 이 논리에 다들 동의한단 말이야!? 어찌나 극단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던지 본래 책에 낙서를 절대 하지 않는 습관을 던져 버리고 책에 줄을 마구 긋기 시작했다(자조차 쓰지 않고 마구 삐뚤빼뚤하게, 화내는 이모티콘도 그려가며ㅋㅋ). 조목조목 반박해 주겠어! 반박이 끝나면 이 책과는 안녕을 하려고 했다. 진짜 재활용함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읽다보니 '약한 사람'과 '착한 사람'의 정의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내가 액면 그대로 글자만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함의를 많이 넣어 쓰고 있더라. 화가 난 부분에 줄을 치던 것이 어느새 이건 좀 좋은데, 싶은 부분에 표시를 하다가 '뭐하려고 쓸데없이 책에 낙서를 했나'하는 마음으로 넘어갔다. 아이, 두고 볼 책에 낙서를 하다니! 이거 새로 사야하나...


  이 책에서 말하는 착한 척하는(착한 것을 방패로 삼는) 약한 사람이 바로 나인 것 같다. 착하고 약하다는 점을 빌미삼아 '그러니 나를 건드리지 마!'라고 외치고 있었다. '발전이고 뭐고 지금 너무 힘들단 말이야!'라고 말한 것도 사실이다. 작은 고비를 하나 넘어 이제 좀 느슨한 일상을 살까 싶었던 시점에 딱 읽기 좋았다. 이런 자기계발서 솔직히 좋아하지 않는데, 간만에 맞춤으로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반박은 취소한다..ㅎㅎ...


  나를 이렇게 간사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이 책은 말은 쎄게 하는데 자세히 보면 매력이 쏟아지는 거친 남자같은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거친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좋은 뜻을 담고 있더라도 거칠게 포장하면 반감을 사게되는 법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처음에 내가 '이렇게 무례하고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펴냐!'며 분노했던 것처럼 언짢은 기분을 느꼈을 누군가가 있었을 것 같다. 적당히 접어두고 넘어갈 수 도 있지만 그래도 좀, 순한 말로 해주면 안되는거야?


  모든 논리에 100% 찬성하는 마음으로 두고두고 볼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씩 꺼내 읽으면 안일한 일상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채찍이 될 수 있는 책이다. '힘들다'를 연발하는 시기를 살고 있다면, 어쩌면 이 힘듦이 정말 힘든 것이 아니라 나태해진 모습을 스스로에게조차 변명하려고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물론 정말 힘든 사람이라면 화가 솟구치겠지만 말이야. 호불호가 갈릴 책이라고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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