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이별이라는 건 - The Meaning of Farewell ㅣ 소중한 너에게 2
물기남은흙 지음 / 세용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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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 받아서 주관적인 관점으로 서평을 기록하였습니다.


“있잖아, 이별이라는 건…”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이별이라는 말은 참 어렵고 슬프게 느껴진다.

그림책을 받고 금방 읽어 내려갔지만, 서평을 쓰기까지 마음이 한참 머물렀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슬픈 감정의 그림책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우리 집의 비숑을 떠나보낸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더더욱 쉽게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함께했던 시간이 끝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좋아하는 친구와 헤어진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우리 집 손녀는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할머니, 가지 마세요.”라며 붙들고 운다.

잠시 떠나 있는 것만으로도 슬픈데 함께 뛰어다닌 놀이터와 산책한 숲길, 함께 먹고 자고 놀던 우리 집.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가 없다면 어떨까?  손녀는 산책을 할 때면 

"하랑이와 여기도 왔었지?"

라며 함께 했던 추억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별은  네가 있던 자리만 보아도 눈물이 나는 것일 테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달려와야 할 비숑이 오지 않는다는 것.

매 순간이 어색하고 낯설어지는 것.  더 이상 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

“안녕” 하고 인사할 수도 없다는 것.  우리가 키우던 비숑을 많이 힘들어하던 결혼한 딸아이에게 보냈다.

직장 생활의 힘듦도 비숑 덕분에 견뎌내던 딸이었다.

그 후로 남편은 산책길에 강아지만 보이면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어른인 우리에게도 이별은 참 쓸쓸한 일인데, 어린아이에게는 얼마나 낯설고 아픈 마음일까? 

그런데 이 책은 이별을 무겁고 어렵게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포근하고 따뜻한 그림과 짧은 글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이별이라는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이별이 어렵다고 해서 네가 만남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먹먹해지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헤어져도 추억은 여기 남아 있다.

지금은 고모에게 가 있는 우리 집 비숑을 손녀는 여전히 보고 싶어 한다.

비숑과 함께 밥을 먹고, 간식을 주고, 놀아주었던 기억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아이에게는

이별이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그림책이고,

어른에게는 소중했던 만남과 추억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손녀도 이 책을 좋아한다. 우리 집 비숑과 함께했던 시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손녀에게  비숑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우리 아가야, 이별은 슬프지만

우리 함께했던 시간은 어디로도 달아나지 않는단다. 

함께 놀아주었던 기억은 오래오래 행복으로 남아 있을 거야.”



《있잖아, 이별이라는 건》 그림책은 

이별을 슬픔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조금 천천히 흘러가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어른이 혼자 읽어도 좋은 그림책.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이 따뜻함으로 차오른다.

우리의 만남이 소중했던 만큼 우리의 추억도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있잖아이별이라는건 #물기남은흙 #세용출판사 #그림책추천 #이별과추억 #힐링그림책 #아이와읽기좋은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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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일기
권남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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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고 다정한 일본 한 달 살기


 ​

『안식월 일기』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쩌면 이렇게 글이 술술 읽힐까’였다. 요즘 글을 쓰다 보니 책의 내용만큼이나 작가의 문장을 자꾸만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오랜 세월 번역을 해와서 그런 걸까. 어렵지 않고 담백한 말들인데도 참 재미있고, 어느새 홀린 듯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편안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품어본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글만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작가는 안식월을 맞아 혼자 일본에서 한 달을 지낸다. 그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내 아이들도 이제 다 컸고 둘은 결혼까지 했지만, 나는 혼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 한 달을 살아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손녀를 돌보며 보내는 지금의 일상도 좋다.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얻는 기쁨도 많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혼자 가방을 들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삶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본에서의 마주한 작가의 모습은 참 씩씩해 보였다.

혼자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먹고, 길을 찾는다. 하지만 빈틈 없이 완벽하게 씩씩한 것만은 아니다.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그런 서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오히려 귀엽기도 하고 슬며시 미소가 번지며 마음이 놓인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척척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길을 잃으면 좀 헤매면 그만이고, 작은 실수는 훗날 돌아와 다정한 이야기로 남으면 될 일이다.

​​

작가가 번역가라는 것도 이 한 달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일본 문학을 번역하면서 알게 된 작가와 편집자, 지인들을 만나고, 자신이 번역한 책과 관련된 장소를 찾아 나선다. 특히 마쓰다 미리의 『오늘의 간식은 뭐로 하지』에 실렸던 디저트 가게를 직접 찾아간 대목에서는 미소가 절로 지어질 만큼 인상 깊었다.






​엄마는 혼자 TV를 보며 가족이 서로 안고 웃는 화목한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다들 한 번씩안아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스킨십 없이 자란 자식들은 목각 인형처럼 뻐덕했다. - 209p -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져왔다.

그렇게 씩씩하게 한 달을 보내고 돌아온 사람이 북토크 자리에서 엄마 이야기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장례식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한참이 지나 뜻밖의 자리에서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

엄마라는 존재는 즐거운 여행 중이라고 해서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까지 막을 수는 없는 법인가 보다.

가슴에 돌 하나 얹어 놓은 듯, 치매이신 울 엄마가 생각났다. 멀리 있다는 이유로 동생에게 맡겨두고 자주 찾아 뵙지 못한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시렸다.

​

"나도 테레비에서처럼 너거 만나면 이래 안아줄라 했는데..... "


지금은 우리 얼굴을 겨우 기억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가끔은 억지 생떼를 쓰시며 자식들의 마음을 뒤집어 놓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늘 우리를 품에 안아주고 싶어 하셨던 엄마의 마음.

그 마음 앞에 나 역시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아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명절에는 먼저 다가가 엄마를 꼭, 힘껏 안아드리고 싶어졌다.



​​

한 달 동안 낯선 곳을 걷고 사람을 만나고, 잘 먹고 길을 잃으며 즐겁게 지낸 이야기 끝에 이런 장면을 마주하니 무어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 차올랐다.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슬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슬픔을 품고 있다고 해서 즐겁게 살지 못하는 것도 아닌가 보다. 마음속에는 여러 결의 감정이 얼마든지 함께 머물 수 있는 것 같다.

​​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작가가 참 부러웠다. 혼자 훌쩍 일본으로 떠나는 용기도, 혼자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씩씩함도, 무엇보다 이렇게 술술 읽히는 다정한 글을 쓰는 솜씨도 부러웠다. 책을 다 덮은 지금도 여전히 부럽다.



​하지만, 부러움의 결이 조금 달라졌다.

오랫동안 제 길을 걸으며 자기 일을 해오고, 그 일이 또 다른 인연을 맺어주고, 책 속의 공간으로 이끌며, 끝내 그 하루를 오롯이 자신의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


나도 언젠가는 혼자 훌쩍 떠나보고 싶다. 꼭 일본이 아니어도 좋다. 낯선 곳을 거닐다 길도 좀 잃어보고, 혼자 밥도 먹으며, 처음 마주하는 풍경을 느긋하게 눈에 담고 싶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그 하루를 나의 온도로 내 글로 남겨보고 싶다.

​

지금은 이렇게 가끔 일상을 찬찬히 적어 내려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 역시, 낯선 길을 씩씩하게 걸어간 하루를 돌아와 다정한 글로 남기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그 따뜻하고도 조금은 서툰 여행길이, 나에게도 나만의 속도로 걸어갈 또 다른 길을 조용히 비춰주고 있었다.


*이 리뷰는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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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가는 길
정형남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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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관점으로 서평 하였습니다.


정형남 소설가의  『새벽으로 가는 길』은 역사적인 아픔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이 어떻게 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는지를 찬란한 문장으로 묘사합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실제적인 자연의 풍광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실제적인 묘사는 주인공과 함께 보는 감동을 줍니다.


철저히 자연 속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며 각자의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삶은 자연의 깊이를 닮아 깊어지고, 매일 반복되는 석양과 새벽처럼 역사의 아픔 속에서도 다시 새롭게 삶의 향기의 빛으로 깨어납니다.


삶의 벼랑 끝에서 외딴섬의 암자로 들어간 주인공 ‘우인’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작품은 큰 사건의 연속보다 인간의 내면이 조금씩 움직이는 순간에 주목하는 소설입니다. 그곳에서 도옹을 만납니다.도옹은 이념 갈등의 역사적 상처를 겪은 후 외딴섬에 묵묵히 살아가는 깊은 통찰력을 가진 자로  우인에게 자연의 순리와 깊이를 일깨워 주며 우인이 상처를 딛고 내면의 회복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합니다.  


우인이 섬으로 향한 마음도 누군가에게는 도피처럼 보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겨우 선택한 길일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를 그곳까지 밀어냈으며,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주하게 될까. 공간을 옮긴다고 마음까지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조용해진 뒤에야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도 있고, 바쁘게 지낼 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딴섬의 암자라는 배경은 휴식의 장소이면서, 자기 자신과 오래 마주해야 하는 장소처럼 느껴집니다.

​

처음 이 소설을 접하였을 때 내 마음속에 문장들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했습니다.한숨에 몰입해 읽어 내려간 소설은 메마른 마음을 어루만지며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속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위치한 공간에서 낚시를 하고 염소를 돌보며 함께 음식을 나누고 대화를 통하여서 서로의 삶에 깊은 영향력을 흘려보냅니다. 신뢰감을 주는 대화, 자신이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내어주는 소중함을 나눠주는 삶, 보이지 않는 지지와 관계들은 깊은 감동을 불러왔습니다.

 

"자네는 자기 중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늘의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언제나 그자리에 있었어."


이 문장을 마주하며 한 사람이 자기중심을 지키고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을 때, 주변과 공동체 또한 함께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고통과 갈등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내는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굳건한 머무름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소설 속 쏟아져 내리는 새벽 별빛과 신선한 새벽 공기는 단순히 배경이 아니었습니다.

'새벽으로 가는 길' 은 문장 하나하나가 찬란한 보석처럼 빛나는 소설입니다. 그 문장들은 역사적인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건네는 대자연의 말 없는 위로이자, 다시 새로운 하루를 깨어내는 강인한 힘이었습니다.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은 날, 작가의 유려하고 깊이 있는 문체에 마음을 맡긴 채 자연의 품속에서 역사적 아픔을 보듬는 따뜻한 위로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밤, 당신의 마음에도 영롱한 새벽 별빛이 쏟아져 내리길 소망합니다.

​

오늘의 밤이 조금 길게 느껴진다면 《새벽으로 가는 길》과

함께 천천히 새벽을 기다려보세요.

​* 마음에 남는 문장들*






#새벽으로가는길 #정형남 #애플북스 #한국문학 #신작소설 #소설추천 #채만식문학상 #깊이있는소설 #문학상수장작 #남도문학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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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아가는 것들에 대하여
심규진.뭉치들 지음 / 설탕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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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아가는 것들에 대하여』는 심규진 교수와 대학에 갓 입학한 스무 살 청년들이 삶과 신앙, 관계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고백을 엮은 시와 산문집이다. 그래서일까? 스물의 문턱에서 자신들의 고민의 흔적을 남겨 놓은 그들의 물음에 유독 마음이 머문다. 자식을 바라보는 애틋함과, 그 시절을 지나온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뭉클했던 까닭은, 그들의 물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준에 안주하며 흔들리는 자신을 아프게 응시하고, 내면의 모난 모습에 슬퍼하면서도 끝내 그분을 향한 갈망을 회복하려 애쓰는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언어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남는다.

달콤한 초콜릿으로 건네받은 할아버지의 사랑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손녀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병원을 찾을 때마다 호주머니 가득 초콜릿을 채워 넣는 손녀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닮아간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보게 된다. 사랑은 결국 받은 사랑을 타고 다시 흘러가는 법이다.



누군가를 닮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이상이나 흉내가 아니라, 내 곁의 존재가 품은 따뜻함과 슬픔을 함께 느끼며, 그 맑은 마음을 내 안에 하나씩 담아내는 일이다.


'물'이라는 시에 나오는 문장도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늪이 되어버린 땅, 물 위로 뜨는 물고기"

하나님을 더 알고 싶어 찾아온 자리에서 오히려 본래의 목적이 흐려져 혼란스러워하는 청년의 고백이다. 그 문장이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세상살이에 닳고 닳아 무뎌져 버린 내모습, 과연 나 역시 이토록 투명하게 내적 갈등을 마주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본다.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의 연약함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청년들의 태도는 조용하지만 깊은 배움으로 다가왔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낮은 자리의 참된 사랑을 닮고자 몸부림치는 스무 살의 맑은 시선 앞에 서서, 오랜 계절을 지나온 나 역시 오늘 하루를 가만히 정돈해 본다.

책장을 덮고도 청년들이 남겨둔 순수한 온기가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오늘, 누구의 마음결을 닮아가고 있을까.

누군가에게 조용히 흘러갈 작은 사랑의 씨앗을 품은 채, 다시금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자리를 바라보게 된다.


🌿마음에 남는 문장



<책담쓰담서평단>을 통해 도서를 온세하님으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 생각한페이지 @think1page

📖 온세하 @on.seha

#닮아가는것들에대하여 #심규진 #설탕나무출판사  #책담쓰담서평단 #포이에마 #하얀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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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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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mydear_ b



단숨에 읽어 내려간 자서전적 소설은 함께 울고 느끼며 깊은 정서적 교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 소설을 글로 기록하기까지, 깊은 곳에 묻어둔 아픔을 꺼내어 마주해야 했을 작가의 마음은 과연 괜찮았을까? 그런 마음이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엄마의 삶도, 가장 좋아했던 사람의 사고도 "마치 내 잘못 이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라는 작가의 고백이 버림받은 감정으로 다가올 때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것은 우리네 삶 속에서도 일어나는 죽음과 상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겪는 치열한 삶의 흔적들이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느껴지는 동질감이다. 


이 소설은 성냥과 나무젓가락 가공 공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공 후 남은 쓸모없는 자투리 나무껍질은 여름이면 푹푹 썩어 악취를 풍겼고, 비가 온 뒤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온갖 독버섯이 기생했다.  


작가는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붉은 사슴뿔버섯'을 이야기한다. 부를 좇던 아버지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외도와 위선, 장애를 안고 세상의 편견을 견뎌내야 했던 고독, 그리고 삶의 처절한 고통 속에서 붉게 타오르던 마음의 분노를 독버섯으로 투영해 낸 것이다. 


썩어가는 나무 찌꺼기 틈에서 피어난 독버섯처럼,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생의 집착이 겹쳐 보여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주인공은 장애인을 향한 차가운 시선 앞에 대학 진학마저 포기한 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제힘으로 살아남기 위해 온종일 앉아 미싱을 돌리며 자수를 놓는다. 그러나 간절했던 바람과 달리 돌아온 것은 차가운 외면뿐이었다. 



하지만 그 모진 어둠 속에서도 주인공은 결코 글쓰기만은 놓지 않았다. 쉼 없는 노동 끝에 마주한 종이 위에서 비로소 날아오를 수 있었고, 독서와 기록은 불편한 육신과 세상의 설움을 견디게 한 유일한 숨구멍이자 삶을 지탱한 구원의 통로였다.


자신의 삶을 글로 기록하며 살아온 처절한 사투를 보며 글쓰기는 작가를 돌보는 통로가 되었음을 발견한다.  글쓰기는 자신을 향한 돌봄이기에 글을 기록하고 싶은 분들이나 마음이 흔들리고 위로가 필요한 모든 분들께 조용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책속의 한문장

"글속에서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 동안은 불편한 다리에서 오는 슬픔과 고난을 잊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잊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었다."(p.262)



#붉은사슴뿔버섯 #서순희 #장편소설 #자서전적소설 #한국소설 

*이책은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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