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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 - 난치병 환자들의 기적을 함께 찾아온 의사의 기록
김운 지음 / 더로드 / 2026년 9월
평점 :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 (난치병 환자들의 기적을 함께 찾아온 의사의 기록)
아침에 눈을 뜨고, 두 발로 걸어 나서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저녁을 먹는 하루. 너무도 당연하게 흘러가던 날들이 있었다. 한 번도 ‘기적’이라 이름 붙여본 적 없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지난 6월 서울 삼성병원으로 정밀 검사를 받으러 다녔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확인하러 가던 날들의 가슴 떨림은 여전히 생생하다
진료실 문을 열고 의사 앞에 설 때마다 쿵쾅거리던 심장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그 시간의 떨림이 되살아난 탓일까.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무심코 지나쳐 온 그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온 마음으로 간절히 기다려온 기적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은 정형외과 의사 김운 저자가 군 병원에서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고위험군 환자들을 치료하며 남긴 3년의 기록이다. 검사로는 원인이 잡히지 않아 꾀병이라는 의심까지 받던 환자들이 진단과 재활, 수술의 고민을 거쳐 다시 걷기까지의 과정이 진료 일기와 함께 담겨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회복이 직선이 아니라 롤러코스터 같은 곡선이라는 이야기였다. 긴 정체기 끝에 어느 순간 물이 끓듯 좋아지기도 하니, 하루의 통증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전체 방향을 보라는 말은 아픈 사람뿐 아니라 조급한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된다. 또 의사의 충분한설명은 밤길을 비추는 가로등과 같다는 비유, 의사는 한계를 선고하는 심판자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여야 한다는 저자의 신념이 오래 남았다.

마지막 장은 환자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삼성병원에 함께 다녀오면서 우리 부부에게도 변화들이 찾아왔다. 함께 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여유, 함께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들,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선물로 다가왔다. 그때의 보호자로서의 불안이 얼마나 깊은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언제 낫는 거야?", "다른 사람은 다 나았다더라", "마음을 강하게 먹어." 이런 말들보다는
"오늘은 몸이 좀 어때?" ,"네가 아프지 않고 편안했으면 좋겠어", "무리하지 말고 네 속도대로 가자".
환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의심 없이 믿어주고, 좋은 날은 좋은 날대로 버거운 날은 버거운 날대로 "내가 늘 네 곁에 있다"라는 묵묵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그 곁을 지키는 마음만으로도 환자에게는 다시 버텨낼 힘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불어 보호자 역시 흔들리고 지칠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에, 보호자가 스스로를 돌보는 일 또한 환자를 지키는 길이라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시선이 얼마나 깊고 다정한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만성 통증으로 힘든 분,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에게 권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하루가 어떤 이에게는 간절한 기적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 책이다.

✍️ 마음에 남는 문장들 🌲
🌱수술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172쪽)
🌱치료는 약과 수술만으로 끝나지 않고, 환자와 함께 방향을 확인하고 그 시간을 버텨내는 과정에서도 이루어진다. (160쪽)
🌱재활의 목표는 단순히 엑스레이 속의 뼈가 붙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환자가 다시 자신의 발로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치료는 완성됩니다. (198쪽)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지루하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내며 서로를 믿는 마음일 것입니다. (139쪽)

※본 서평은 인디캣 서평단 이벤트로 출판사 '더로드'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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