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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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라는 이 책은 저명한 심층심리학자 제임스 홀리스의 93년 출간된 융심리학 명저 <중간항로 middle passage> 를 다시 펴낸 것이다.

정신분석학 이론을 바탕으로 중년의 위기를 워즈워스, 루미의 시나 파우스트, 보바리 부인 등 여러 문학 등으로 비유하며 읽기 쉽게 성년기, 결혼과 일과 그리고 다가올 노년기를 준비하고 있다.

유년기에 있는 주술적 사고, 청소년기의 영웅적 사고 그리고 성인기에 다가오는 현실적 사고 에 대해 언급하고, 사실 우리의 관념적 시간인 카이로스에 근거하면 생물학적 연대기적으로 중노년기가 되어도 성숙하지 못하고 유소년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삶의 4가지 정체성의 하위 단계들

유년기
사춘기
2차 성인기
유한성

유년기에서 성인기로 갈 때, 현재 서구문화에 부재한 의미있는 전통적인 통과의례가 없어 많이 젊은이들이 유년기의 의존성을 성인이 될때까지 버리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통과의례 6단계

1) 부모로부터 격리. 납치라는 의식
2) 죽음. 의존적 유년기의 살해
3) 재생. 개인의 재탄생이 인정받음
4) 교습. 부족의 원초적 신화를 전달.
5) 시련. 완벽한 격리상태에서 스스로 해결.
6) 귀환. 마침내 지식과 신화적 기반, 내면의 힘 지니고 공동체로 돌아옴.


30년전 북미 정신치료 전문가들은 청년기를 12-28세로 상정하고 있지만, 저자는 10-40대가 1차 성인기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30년전에 출간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요즘의 고령화 초고령화 사회를 반영해본다면 성인과 노인은 보다 광범위하다. 지금 한국의 청소년은 법적으로(법마다 근소하게 상이하지만 청소년기본법으로는) 만10-24세까지로, 청년 연령은 만19-39세(지역에 따라 45세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사회가 되자 60대도 노년층이 아니라 중년층이며 80대이상이 노년층이겠다. 작금의 사회는 이 변화를 쫒아가기에 벅찬 느낌이 든다. 정년이 65세면 15-20여년 동안의 세월이 사회에서 주력 노동이 되지 못하고 뒷전으로 나가야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한 후 결혼을 하게 되는 정해진 발달과업을 착실히 따르는 집단주의적 사회로 이에 발맞추어 행하다보면 각각의 연령이 늦어진다. 또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과 육아는 생물학적 연령과 사회적으로 직장에서 근로노동이 한창 활발한 연령이 상충되어(20-40대), 이를 뒷받침해줄 제도적 지원이 없고 불이익이 가득한 사회에서는 인구 저출생 현상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 책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차이와 차별에 관해서도 서로가 겪는 고통을 적절하게 논하여 (중년의 여성독자가 보기에도) 균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 시대적으로 정신분석학적으로도 보기 드문 남성 저자라고 생각하였다. 특히 파우스트와 보바리부인을 인용한 뒷부분도 그렇다. 결혼의 의미(유년기에 이루지 못했던 부모로부터의 전폭적인 애정을 바라는 욕구를 성년기에 배우자로 전이시킴)와 직업적 일의 소명 가치 등에 관하여도 자세하게 파고들어 도움이 될 것이다.

갓 마흔을 넘기는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중간 항로를 통과하며 지나온 인생을 한번 점검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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