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리스의 눈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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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법의학자 캐릭터 손다이크 박사를 만들어낸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은 이후 반 다인 등 여러 추리소설가에게 영향을 끼친 대표 작가이다. 우리나라에도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을 포함하여 몇 작품이 출간되었지만 이전까지는 그의 대표작들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엘릭시르라는 브랜드에서 비교적 오래된 추리소설들을 잇따라 출간하고 있는데,초반 몇 작품들은 고전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긴 하지만 지금의 작품에 비해 추리보다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지금의 장르에 익숙해있던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지 모르겠지만,리차드 오스틴 프리먼의 <오시리스의 눈>은 아주 절묘하게 스토리,캐릭터와 추리를 섞어내고 있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백만장자인 존 벨링엄이 실종되면서 시작한다. 아무도 모르게 갑자기 사라진 이 사건을 두고 상속후보들이 유언장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찾은 유언장은 참으로 기가 막히다. 어느 하나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자신이 어디서 실종되었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조합이나 인물이 달라지는 아주 독특한 구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의 장례식을 어디에서 치르느냐에 따라서도 비슷하거나 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존 벨링엄으로 추정되는 시체의 여러 '부분들'이 다른 곳에서 속속 발견된다. 이 사건으로 상속자들이 순식간에 용의자로 몰림과 동시에 법의학자 손다이크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참으로 기가 막힌 설정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보통의 유언장은 누군가에게 재산을 몰려서 주거나 아니면 동등하게 나누거나 하는 식으로 나오는 게 상식적인데,이 작품의 유언장은 상속 기준이 자신의 죽음에 따라 달라지는 아주 특이한 설정을 하고 있다. 여기에 당연하게 나오는 상속자들끼리의 분쟁은 다른 작품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게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손다이크 박사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엑스선의 사용은 지금은 너무나 흔해버린 조사일지 모르겠지만 발표 당시에는 기가 막힌 소재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드라마와 장르 부분들이 잘 어우러지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비교적 꼼꼼한 설명과 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말미에 나오는 작품 해설을 읽어본 게 작품 이해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줬다.

 

거의 100년이 넘은 작품임에도,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처음 나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재미있고 기가 막힌 작품이었다. 다만,범인의 동기가 거의 작품 마지막에 와서야 드러난다는 점은 아마도 작가가 작품 속에서 사건과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더 치중해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부분이 좀 더 일찍 나왔다면 사건에 대한 이해가 더 쉬웠을 것이고 손다이크의 활약도 더 크게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그래도 100년 전에 나온 작품 치고는 지금 읽어도 큰 무리 없었던 작품이었다. 더불어 아직까지 소장만 하고 있지 읽어보지 않은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201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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