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64>로 처음 요코야마 히데오와 접한 이후 추리보다는 사회파에 가까운 작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이전에 읽은 <클라이머즈 하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었다면,이번에 개정판으로 읽게 된 <사라진 이틀>은 그의 장기인 경찰 내부의 감추고 싶은 비밀을 소재로 한 사회파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수상작답게 단순한 내용인 것 같으면서도 작품을 읽다보면 완벽하게 꼼꼼한 캐릭터 설정과 충격적인 결말 등 그의 특기가 아주 절묘하게 버무려진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다. 어떻게 보면 제목에 혼란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중요한 것은 사라진 이틀보다는 왜 경찰 고위층에서 사건을 감추고 범인에게 허위 진술을 하게 만들어야 했는지를 더 주의깊게 본다면 이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사라진 이틀이라는 제목에만 집중하여 읽었는데,이후의 결말이 전혀 뜻밖의 전개로 나온 것을 보고 조금은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아들을 병으로 잃고 아내와 둘이 살아온 카지 경감은 경찰 내부에도 아주 모범적이자 성실한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내를 죽이고 그로부터 3일이 지난 후에야 경찰에 자수를 하면서 이 작품이 시작된다. 아내를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얘기를 잘했지만 아내를 죽이고 왜 3일 만에 나타났는지,그 지난 이틀 간의 행적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여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심문을 맡은 형사 시키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찰 고위층에서는 이틀 간의 행적을 그냥 넘어가려고 하지만 그가 이 이틀 동안에 신칸센을 타려 했다는 것을 본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여기에다 그가 향락가로 알려진 가부키쵸라는 곳에 갔다는 것을 입증해줄 명함이 발견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치밀하게 파고 든 신문기자에 의해 공개가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확산된다.

 

어떻게 본다면 <64>에서 볼 수 있었던 경찰 내부의 갈등과 비리,언론과의 소원한 관계 등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요코야마 히데오는 이런 부분을 전작 못지 않은 빠른 전개와 치밀한 캐릭터 설정으로 커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번득이는 트릭이나 추리가 나오지 않음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과 동시에 왜 카치가 이틀이 지난 후에야 자수를 했는지,그 이틀 간의 행적에 뭘 했는지에 집중하고 있는데 막판에 와서 이것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면서는 처음부터 범인이 밝혀졌다는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서술되었던 범인인 카지를 제외한 형사,검사,신문기자,변호사,판사 등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볼 수 있는 다양하고 독특한 입장들을 읽으면서 왜 그래야만 했는지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오히려 침착한 카지의 행동에 비해 사건을 빨리 해결하라고 재촉하는 경찰 고위층이나 집요하게 사건을 캐내기 위해 조사를 하는 신문기자 등 오히려 사건 당사자보다 사건에 관심이 있거나 조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급해보였던 게 아이러니같았다. 사실은 카지 경감이 더 급해보였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에 가서야 드러났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 작품이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나오키 상에서 떨어뜨리자 작가가 나오키 상 수상을 거부했다는 일화가 나왔는데,이 작품에서 과연 어디가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는 건지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다. 추측을 해본다면 아마도 결말의 반전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보는데,그것 가지고는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정확하게 표현을 한다면 TV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인연이나 우연 정도로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TV드라마에서 그렇게도 자주 써먹는 방식인데 소설에서 사용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이 정도라면 충분히 봐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병에 걸린 아내를 죽인 살인자이긴 하지만 작품 말미에 그가 할 행동을 본다면 어떻게 보면 자신의 목숨이 그 날 이후로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지막 결말의 여운이 아주 길게 남았던 작품이었다.

 

201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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