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장르소설만을 쓰던 작가가 연애소설을 쓴다면 어떤 느낌일까?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히트 소설을 잇따라 썼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산타 아줌마>라는 판타지와 유사한 작품을 쓴 적이 있고,호러소설로 유명한 스티븐 킹도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같이 작품성도 인정받은 순수소설을 쓴 바 있었다. 그리고 누쿠이 도쿠로의 연애소설 <신월담>도 읽기 전에는 조금은 싱거운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고 여기에는 660 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다른 연애소설처럼 자칫 흐름을 놓치게 되어 지루해질까봐 걱정을 했었던 게 사실이었다. 여기에 이전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통곡>,<우행록>,<후회와 진실의 빛> 등과 읽어보지 못한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치마저 이 작품으로 인해 깎아먹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은 후 가진 생각은 오히려 장르소설 작가가 쓴 연애소설치고는 상당한 수준이었고 오히려 그런 점이 이 작품을 좀 더 다양한 시선에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것과 작품의 다양한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에 도움을 줄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는 점이었다.

 

문단에서 가장 뛰어난 외모와 함께 나오는 책마다 화제를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쿠라 레이카지만 8년 전 갑작스러운 절필 선언 이후 두문불출을 하게 된다. 그리고 8년 후,이제 막 새내기 편집자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 와타베 도시아키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사쿠라 레이카에게 편지를 쓰고 동의를 얻어 그녀와 만나게 되는 기회를 가진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사쿠라 레이카는 도시아키에게 자신이 성형수술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이 오랫동안 숨겨왔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녀는 원래 고토 가즈코라는 이름의 사마귀가 나있는 매력적이지 않은 얼굴 탓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던 소녀였다. 대학 졸업 후 한 회사에 들어가서 사장인 기노우치와 만나게 되고 그와 데이트를 하기 시작하면서 애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늘 다른 여자와 만나는 기노우치 때문에 불안해진 그녀는 친구인 도키코의 조언으로 사마귀 제거 수술까지 받게 되지만,뒤늦게 친구 도키코가 그와 몰래 만나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화가 난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고,그들의 결혼소식에 화가 나 성형수술로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한다. 과거와 달리 예뻐진 외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그녀는 기노우치가 자신의 글쓰기를 알아봐준 것을 생각해내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몇 번의 도전만에 소설 신인상을 받는 위치에까지 오른다. 그 사실을 알고 기노우치가 연락을 해오고 기노우치가 그녀에게 사쿠라 레이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이후 계속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성공하지만 이후 그녀에게는 뜻밖의 사건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사쿠라 레이카라는 여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자세히 들여다보면 왠지 모르게 드라마에서 본 듯한 기억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전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느슨하지 않고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재미를 준 것은 장르소설만 썼던 누쿠이 도쿠로라는 작가의 첫 연애소설이라는 점에다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의 질투와 증오심 같은 성격과 행동을 충분히 이해할만한 소재와 스토리로 절묘하게 녹여내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후반부에는 조금은 느슨해진 것이 아쉬웠다. 물론 이런 구성에는 막판의 조금은 충격적인 반전을 위한 장치로 활용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그러기에는 사쿠라 레이카의 계속되는 행동에 조금은 억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조금만 적당히 행동했더라면 마지막의 조금은 충격적인 결말이 안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여성의 연애와 배신,그리고 이후에 계속되는 재결합에 이르는 사랑과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는 인생에 대한 부분으로 나뉘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후자 부분은 아마도 작가 누쿠이 도쿠로의 경험이 어느 정도 들어가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만큼 이 두 부분의 구성이 비교적 균등하게 이뤄져있고 그 구성이 아주 절묘하게 잘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다른 장르소설을 읽어 본 나로서는 이 작품으로 그의 또다른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고,이 작품으로 그를 처음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다른 장르소설도 찾아보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누쿠이 도쿠로는 연애소설 작가로 활약해도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점이다.

 

201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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