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4 : 리플리를 따라간 소년 리플리 4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플리 1권에 이어 곧바로 4권으로 넘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처음부터 리플리와 새로운 캐릭터 프랭크가 등장하기 때문도 그랬고,이번 4권 리플리를 따라간 소년은 1권에서 가졌던 느낌과는 약간 달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왜 프랭크가 리플리의 집에 있게 되었는지,그리고 왜 리플리가 프랭크를 도와주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작품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리플리와 프랭크에게 비슷한 구석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4권은 하이스미스의 다른 리플리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리플리의 내면을 잘 드러낼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전 시리즈에서 리플리의 잔혹한 면이 거짓된 다른 면과 함께 구별되어서 드러났다면,이번 작품에서는 철저하게 리플리의 내면 대신 프랭크의 내면이 드러나고,그 내면을 리플리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날 프랭크가 리플리의 프랑스 집으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프랭크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16살 소년이었고,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리플리는 프랭크의 모습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프랭크는 자신의 아버지를 벼랑에서 밀어 살해했고 그 사건이 사고사로 처리되지만 이후 집을 떠나게 되었고 그 사건이 신문에 실리게 되면서 불안해진다. 그렇게 해서 리플리의 집에 오게 된 프랭크는 어느덧 그와 가까워지고 아내인 엘로이즈와도 가까운 사이가 된다. 한마디로 리플리와 또다른 리플리와의 만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프랭크가 베를린에서 납치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후 프랭크를 구하긴 하지만,그들의 최후는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왜 굳이 프랭크를 베를린으로 데리고 가면서 납치되는 상황까지 만들었을까? 이 작품의 배경이 된 독일이 당시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진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독과 동독이 경제적으로나 다른 면에서 큰 차이가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작품에서 리플리와 프랭크의 차이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플리는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지만 피해자의 신분을 이용하여 큰 부자가 되어있고,반대로 프랭크는 도피 중인 신세인 것이다. 아마도 베를린이 등장한 것도 그 상징적인 표현을 위해 설정한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 게 아닌 가 생각한다.

 

2,3권을 읽지 못해 리플리가 이후에 어떠한 행동들이나 사건을 일으켰는지는 모르겠지만,이 작품만 봐서는 리플리의 행동에 어느 정도 변화를 일으킨 건 분명해 보이는 것 같다. 리플리가 프랭크를 도와주는 부분은 전작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 나도 그랬다. 뻔뻔하게 경찰,동료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봐 살인까지 저지르고 태연히 남의 돈을 얻어 부자로 사는 행동은 정말로 나쁘게 보이지만 이 작품을 먼저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또다른 단면을 가지고 있는 리플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부분 때문에 과연 올해 나올 마지막 5편에서 리플리의 결말이 어떻게 나올 지 정말로 궁금하다.

 

20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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