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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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약간은 두꺼운 분량이 내 숨을 차게 했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새 공포의 한가운데에 들어가게 만드는 무서운 작품이다.

주인공 제프-에이미,에릭-스테이시 커플은 관광 중 만난 마티아스와 그리스인 파블로와 함께 마티아스의 동생인 헨리히를 찾기 위해 폐허로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야인들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그들은 어느 구릉지 안에 갇히게 되고,설상가상 그곳에서 알 수 없는 덩굴이 그들의 목을 죄여온다...

왠지 모르게 나는 이 작품이 스티븐 킹의 작품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가졌다. 마치 밀실처럼 고립된 상황에서의 공포나,잔인하리만큼 날카롭고 자세한 죽은 사람에 대한 모습,거기에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심리를 자아나 다른 것에 의한 환청이나 속삭임으로 표현하는 기법 등은 왠지 킹이 그냥 이 작품을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의 잔인한 슬래셔 무비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저히 <심플 플랜> 이후 13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읽히고 미묘한 움직임 하나 놓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대체적으로 나오는 공포는 인간의 말초적인 두려움을 이용한 공포다. 거대한 덩굴이 주인공들이 무심코 했던 말들을 흉내내면서 사건은 점점 거대한 덩굴에 대한 공포와 함께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는 원초적인 공포로 바뀐다. 예전에는 스티븐 킹이 이런 식으로 속삭임이라든지 환청같은 것을 이용하여 표현했다면 스콧 스미스는 그저 따라하는 것,하지만 따라하는 것이 자신을 죽이려는 거대한 괴물체라는 설정을 사용하여 장르문학으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고전 속담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마지막에 서로를 죽고 죽여 결국 거대한 덩굴 스스로의 공격 없이도 인간을 먹을 수 있는 똑똑한 방법(한마디로 똑똑해진 살인마의 진화),이것이 이 작품을 기억 속에 남게 하는 장르문학의 힘인 것이다. 과연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표현됐을까?

2008/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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