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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엄마와
아버지가 재혼한 여자와 전 남편사이에 낳은 여동생(승지)와 함께 살게된
20대 초반 대학생 여자아이(효은)의 이야기이다.
새로운 가족과 새로운 엄마의 출현.
작가의 말에서 전경린은 2000년대를 규정하는 자신의 관점 중 하나로
'집'을 가진 엄마의 출현을 이야기 했다.
이혼녀, 미혼모 그외? 무엇이건 엄마가 되었으나 아이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여자들의 출현이
90년대와 달리 2000년대에 새로이 나타난 어떤 사회현상같은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2000년대의 엄마 중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엄마는 386세대다.
어두운 시대를 고민했으며 민주화 항쟁에 앞장섰고, 빛나는 이상을 꿈 꾼 세대.
누구보다 뜨거운 청춘을 보낸 그들이 어느순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었다.
세월에 순응하여 기성세대에 빠르게 편입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부모가 됨으로서 밀려온 속세? 그런.. 현실적인 것이 버겁고 힘겹기도 했을것이다
그런 분열? 갈등? 같은 것이 이 소설 속에서 잘 표현되어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만들어진 승지와 효은.
이 피 한방을 섞이지 않은 자매는 엄마의 말을 빌면 눈이 닮았다.
눈모양이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세상의 바닥을 안다는 듯한 그런 눈빛이 닮았다.
그리고 묘하게 애어른 같은 구석이 많다는 점도 닮았다.
아마 두사람 다 엄마가 자신을 두고 떠난 경험이 있고,
그래서 가족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럴것이다.
성장
자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부모는
자식의 내면에 대해서도 관대히 이해하고 있는 법일까?
이 소설 속의 '엄마'는 스무살 딸의 눈물에 대해서
"너만 할 때 네 자신이 만든 울 일 같은 건 아직 없어. 네 잘못 같은 건 없어. 엄마가 만든 거야...... 네가 우는 건 전부 엄마가 잘못해서 우는거야. 무슨 일로든, 네가 운다면 그건 다 엄마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그런 엄마였다.
그렇게 울던, 효은이 어느 순간 성숙한다.
엄마의 삶과 자신의 삶을 떼어놓지 못하던 그녀가 어느순간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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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아빠에게서 엄마에게로 가서 태어났다.
그토록 자발적으로, 그토록 맹렬하게 달려가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내가 태어난 이유는 모른다 해도
그 의미는 앞으로 내가 찾아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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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숙은 무엇에서 부터 출발했을까?
그것은 엄마에 대한 이해.
엄마도 여자임을 알게되면서 부터 인것 같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아직 성숙되지 않은 여자였던,
원피스나 구두보단 검은색 후드티가 좋았던
효은이 조금 더 여성성에 다가가게 됨으로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여고시절 동성애적 사랑을 했던 K와의 정서적 분리. 진정한 결별이었다.
또한 승지도 엄마와 함께 살면서 여자가 된다.
그 상징적 장면은 초경의 시작.
이 장면은 효은의 초경시기와 교차되면서 참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엄마는 승지와 효은을 앞에 앉혀 놓고
언제든 엄마가 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그러니 더 조심해야 한다면서..
마치 자신이 엄마가 된 그 순간을 회상하는듯. 내가 읽기엔 그렇게 읽혔다.
불완전하지만 돈독한 가족
승지. 효은, 그리고 엄마.
이 기형적인 가족은 스산한 분위기로 출발해서
묘하게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로 변해갔다.
누구하나 못되고 나쁜 사람이 없기에 어쩌면 예정된 변화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실에 비해 따뜻하고 터무니없이 희망적이기도 한것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갈등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시대와 이 시대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가족이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들..
그런것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그 따뜻함도, 현실성도 좋았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던것 같고, 순간순간 뭉클했고..
나중에 나도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는 뭐 그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