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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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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늘 질문을 받고 답을 하고, 시험에 들고 누군가를 시험한다.

누군가를 슬쩍, 혹은 다부지게 떠보는 것은, 나에게는 즐거운 유희였을 수 있겠지만, 그 상대는

머리속에 많은 것을 떠올리며 번뇌에 잠겼을 것이다.

그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가야만 하는 길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옳지 않은 일인 줄 너무나 뻔이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순간들이

우리 삶에는 얼마나 많던가.

그 패러독스들.  아이러니들. 모순들. . .

그런 와중에도 찾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

나도 그럴수 있다면, 매달린 절벽의 나무가지에서 손을 놓을 수 있다면.

깨달음 이란 어마어마하게 위대한 거창한 단어는.

순간순간 손을 놓기도 하고,

죽을 듯이 붙잡기고 놓지 말아야 하는 순간도 깨달음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나를 위한 붙잡음 일 수도 있고, 타인을 위한 붙잡음 일 수도 있다.

나를 위한 거면 집착이고, 타인을 위한 것은 관용이고 깨달은 것일까?

누구든 무엇이든 어떤 질문이든 깨달음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우주만한 차이라고도 할 수 있고 찰라처럼 아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장난.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말이다.

이것과 저것이 섞이고 엉키고 스며들어 순간순간 대처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내가 조금더 젊었을 적에 누군가 던진 화두 하나는, 온통 나의 존재를 없어지도록 번뇌하게 만들고 풀어내지 못하면 잠못자며 분해하고 한심해 했었다. 그것은 마치 수학공식처럼 명확하게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정답이 있지않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어느덧 나에게

그런 진지한 물음을 물어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시절 나는 쓸데없이 왜 그렇게 진지했을까?

늘 좀더 살아야 되는지 언제 죽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 태어나는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죽음만큼은 선택이라고.

지금 나에게 더 이상의 선택은 있는 것일까?

 

나는 우울하고 힘들때마다 찾아가는 장소가 있듯이,

삶이 퍽퍽하다고 느껴지면 이 책을 열어본다.

어느 파트를 열어봐도 그것이 처음이듯, 처음을 열어도 나중같듯이.

일종의 정화서 라고나 할까. 늘 가까이에 두고, 나는 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내려놓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슬플때 부석사를  찾아가듯 나의 힐링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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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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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까지 김영하의 소설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어. . .?' 이런 느낌을 들게할 내용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결말이 쉽게 유추되는 내용이랄까.

술술 잘 읽혀져서 쉽사리 책을 치울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여전한 장점이랄까.

그의 씨크하면서 조롱하는 듯한 글이 좋다.

무심한 척 그렇지 않은 척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니까.

연쇄살인범이 치매에 걸려 기억을 점점 왜곡되게 하고있는 모습은 눈에 보일듯 선명하게 그려진다.

힘없고 왜소하게 늙어가는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딸은 믿기기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있다고 하는 기억들은 얼마나 주관적이고, 내 중심적인가

눈에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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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두둔하는 악마에 대한 불온한 이야기
정영문 지음 / 세계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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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정영문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되었다.  그 책안에 작가 그 이미지가 너무 나를 강하게 끌어 당겨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초상권이고 뭐고 그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으로만 사람을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표피만을 베껴내는 것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오래도록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상상하고 상상하고...그래서 결국 그림을 완성했다.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그의 주소를 알고자 했으나, 거절당했다.  전화 번호라든가 그런것도 알 길이 없었다.  결국 출판사에 그의 초상을 그렸는데 전해 줄 길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자 핸드폰 번호를 알려 주었다.  스토커라고 판단을 해서 안 알려 줬다는 얘기였다.  스토커라..흠음 

여름이었다.  지리한 장마가 계속 되던 날, 작가니까 아침 일찍은 안 일어나리라 생각되어 11시가 넘어서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30여분 더 기디리다 한 번 더 걸었더니, 받는다. 

'정영문 선생님 이십니까?' 했더니  

' 밖에 비가 오나요?' 라고 질문엔 대답 않고 자신의 굼금증을 먼저 묻는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네, 아주 많이 오고 있어요'  했더니 ' 전화기 진동 소리가 비오는 소리와 섞어 잘 알아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아,  정말 작가가 맞구나...이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건 목적을 말하고, 단 지 그림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날 신촌 이대 앞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던가.  작가에 대해서.  성격이랑 취향이랑, 그 아름답던 목 선을. 

나의 상상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사진 보담 조금 말랐다는 것 말고는 그의 눈 빛이라든가, 긴 목선이며, 좋아하는 옷 색깔이나...  그림을 전해 주었고, 그는 자신의 최근 작품 신간을 사인을 해서 들고 나왔다. 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하긴 했지만, 다음엔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함께 메밀 국수를 점심으로 먹고, 대화를 나누다 다음에 또 볼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곧 만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헤어졌다.  다음번엔 그 아름다운 목 선을 한번 만져 볼 기회를 가지지라 생각 하면서...하지만 결국 그 희망은 이루지 못했다.  말을 못했다....음  후회된다. 

그때 난 그림을 배운지 오래 되지 않은 공부하는 입장이었고,  세월이 흐른 지금은...난  이제 회화는 하지 않고 설치미술만 한다.  그는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미술학을 했다.  누구보다 그림을 좋아하고 재능의 여부는 잘 모르지만,  좋은 그림을 판단 할 줄은 안다. 그것은 굉장한 재능이다. 

나중에 놀러간 그의 원룸에는 화보집이 꽤 있었고, 그림 하는 친구들이 선물한 그림도 좀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한 권의 책이 쓰여져 있다고 했지만, 그의 작업이 잠만 자면서 침대 속에서만 이루어 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엉뚱하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에게는 남들엑 없는 삶을 대하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들은 독자들이 갖는 공통적인 것이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을 확인 할 수 있는 텍스트와 더불어 문학을 향한 조용하고 이성적인 열정이 숨어있다.  그것을 발견해 내는 독자들은 그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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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두둔하는 악마에 대한 불온한 이야기
정영문 지음 / 세계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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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멋진 제목 속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괴저'는  첫번째 실려있는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으로 정영문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고,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후 그의 책은 모두 찾아서 읽게 되었는데,  그를 좋아하는 부류는 딱 두 종류이다. 

한 부류는 아주 광신적으로 좋아하거나, 다른 쪽 한 부류는 뭐 이런책이 다있어! 하면서 집어 던질 사람들의 부류이다.  나는 전자에 속하고, 당연히 그의 그 구차하고 비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부재아닌 부재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마치...카프카의 '변신'을 대하는 듯한 강한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작가의 삷도 카프카 작품속의 인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자신의 책 속의 한 이미지 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아니,  자신의 이야기 속의 한 남자가 책 속에서 걸어나와 현실 속에서 우리 주위에서 우리를 비웃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아마도. 

카프카가 그린 주인공이 곤충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괴저라는 병이 거린 주인공도 몸이 점점 곰팡이가 피거나 썩어가는 병을 앓고 있다.  이유도 없고, 그것엔 이유 따위는 있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당연하게 이유는 있지도 않는 현실 이후의 문제이다.  

그와 그의 병을 둘러싼 가족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모자란 누나의 반응과, 병원 원장과, 그리고 그런 것들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현실감 없는 삷과는 별반 상관도 없는 듯이,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뒤얽혀 흘러간다. 주인공은 죽음이라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도,  이런일은 있을 수 없다며 악다구니를 쓰고 삶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사실 그에게는 죽음이나 사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호흡될 뿐이다. 

그의 죽음 이후엔 남은 가족들의 삶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지리궁상이던 생활은 병원장이 준 거액의 돈이 있어 미래를 생각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달라 질 많은 심리적 변화들. 

아마도 가족들은 그의 희생으로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갈 것이다.  그가 의도한 것이 그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모든 것이 현실에선 그렇게 흘러간다.  바라는 대로만 되지도 바라지 않는 대도 그렇게 안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의 부재는 그래서 진정한 부재가 아닌 존재하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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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 - 숭고와 시뮬라크르의 이중주 진중권 미학 에세이 2
진중권 지음 / 아트북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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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로 유명한 진중권 의 후속편, 아니 현대판 이라고 해야할까.  미학 오디세이가 고대부터근대의 철학적 이해와 시대적 흐름을 따라 작품과 이야기를 삽입한 형태라면 이번 현대 미학강의는 철학가가 바라보는 미학에 대한 얘기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놓았다. 

진중권 자신의 정신적 지주인 발터 벤야민의 알레고리와 멜랑코리에 대해서가 첫장이고 

두번째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진리의 신전' 

세번째는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진리, 가상, 화해' 

네번째는 자크 데리다의 ' 회화속의 진리 ' 

다섯번째는 미셀 푸코의 '위계없는 차이의 향연 ' 

여섯번째는 질 들뢰즈의 ' 감각의 논리-새로운 유물론 미학의 정초 ' 

일곱번째는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 형언할 수 없는 숭고함 ' 

여덟번째는 장 보드리아르의 ' 스캔들이 말하는 것 ' 으로 되어있다. 

오늘 날 현대 철학은 프랑스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전까지 왕위를 차지하고 있던 독일 철학은 현대에 이르러선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가들은 처음부터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오래전 철학가들의 사상을 발굴해 내고 현대보다 앞서갔던 아방가르드적인 철학가들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무섭게 변해가는 사조 속에서 정체성과 담론을 형성시키는데 에너지가 고갈되버렸다..유행병처럼 들뜷고 일어났던 사조들을 시간이 지난 뒤 차가운 이성으로 차분하게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  '탈근대'의 뜨거운 예술성은 수용을 위해 차가운 합리성으로 한 번 더 걸려져야 한다. 

이제 작가들은 철학의 끈을 쥐지 않으면 작품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  좋게 말하면 서로의 상호보완 이라고 해야겠지만 작품도 만들어야 하는데 철학 공부까지 해야 하다니.. 참 힘든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아주 재미있게 철학과 미학을 공부할 수 있다.  그리고 두고두고 보면서 이해 안가는 부분은 밑줄 그어가면서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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