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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위한 침묵 수업 -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침묵의 뇌과학
미셸 르 방 키앵 지음, 이세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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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늘 배우고 싶은 미덕 중 하나다. 말이 많았던 날은 늘 후회하니까. 제목부터 끌리는 책이다. 원제는 Cerveau et silence.

프랑스 신경 과학자 미셸 르 방 키앵은 과로로 안면 마비 진단을 받는다. 휴식과 회복 과정에서 침묵의 힘을 경험한 그는 《뇌를 위한 침묵 수업》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여덟 가지 침묵을 이야기한다. 흔한 고독 예찬과는 다르다. 뇌과학적 지식, 철학과 경험이 녹아 있는 생생한 조언들은 잠시의 여백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로 채우려는 현대인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 호흡을 통한 침묵
저자는 ‘느린 호흡’을 권한다. 틈틈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제어하고 주의력을 다잡으며 타고난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고.

◈ 자연을 통한 침묵
자연은 자신감과 창의력을 북돋는다. 자연에서 산책한 71%는 우울감 수치가 떨어졌지만, 쇼핑몰에서 배회한 경우 수치 감소는 45%에 그쳤다.

◈ 휴식을 통한 침묵
집중과 휴식을 반복’하면 뇌의 효율이 높아진다. 과제에 몰두하는 동안은 독소 배출이 불가능하다. 휴식하거나 잠을 잘 때 명상 후 재생 효과를 실감하는 것은 뇌의 독소 제거와 관련된다. 한 시간에 몇 분이라도 멍하니 몽상에 빠져 주의력을 침묵시키면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도 늦출 수 있다.

◈ 몽상을 통한 침묵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으로 시작되는 추억 여행처럼 과거나 미래로의 몽상은 뇌의 휴식에 도움이 된다. 현실에서의 좌절, 부재에 절망할 때 이러한 상상은 내면을 북돋아 인생이 부과하는 시험에 더 잘 대처하도록 만든다고. 상상은 회복 탄력성의 원천이며 장애물을 극복하게 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 명상을 통한 침묵
실리콘밸리에서 명상이 유행한 지는 오래다. 스티바 잡스를 선두로 페이스북, 구글 등 많은 기업들이 명상 공간을 제공한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 역시 “자기 자신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일상 활동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 경청을 통한 침묵
누군가 우리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줄 때, 우리가 타인을 경청할 때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모성애와 관련되며 공감, 차분함, 신뢰, 안전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발표법이나 자기 PR 기술 뿐 아니라 경청법을 배울 것을 제안한다. 서로를 잘 듣는 환경 속에서 좋은 침묵은 매일 조금씩 자라난다.

🏷️명상, 휴식, 자연, 경청, 옥시토신, 침묵. 모두 좋은 에너지를 지닌 단어들 같아요. 제목만큼 내용도 좋았던. 권태롭거나 삶이 어딘가 통제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읽는 것만으로도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드실 것 같아요 🧘‍♀️🌿

thanks to @across_book @hyejin_bookangel 💌

#뇌를위한침묵수업 #어크로스 #뇌과학 #명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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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김종원의 세계철학전집
김종원 지음 / 마인드셀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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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속 문장이다. 조심스럽지만 어떤 책은 제목만 보아도 내용이 짐작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세의 문장에 작가의 생각을 덧붙여 오늘날에 맞게 풀어냈다. 김종원 저자는 120여권의 저서를 쓴 인문학, 육아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다. 세상이 사랑하는 것들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데, 그게 궁금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자신 있게 곧바로 달려가자.”
“자연스럽게 해내려면 부자연스러운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자기 생각을 어린아이가 이해할 정도로 쉬운 글과 말로 표현하라.”
“내가 반복한 것이 곧 나를 증명한다.”
“경청하라. 원래 진심은 가까스로 전해지는 것이다.”

잘 알려진 고전 속 문장을 활용한 자기 계발과 위로의 결합, 필사 트렌드를 겨냥한 책이다. 흔하지만 실천이 어려워 새기면 좋을 문장들이 담겼다.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시종일관 끈기와 희망을 강조하는 부분은 위로가 됐다. ‘어려운 시기’, ‘불경기’라는 말이 사기를 저하시키고 성장할 자유를 잃게 한다는 대목도 공감됐다. 역사적으로 ‘어렵지 않은 시기’가 있었던가. 불황에도 돌파구와 희망은 있다. 읽고 쓰는 일이 귀해지는 시대, 긍정적인 사고로 다작하는 작가의 존재는 그 자체로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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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뇌 - 뉴런부터 국가까지, 대화는 어떻게 인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가
셰인 오마라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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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공통의 신화(이야기)에 뿌리를 두며 그 신화는 집단적 상상(뇌)에 존재한다는 국가형성 담론은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하는 ‘인지 혁명’ 핵심이기도 하다.

◈ 뉴런부터 국가까지, 대화는 어떻게 인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가

베네딕트 앤더슨은 같은 논리로 1983년 국가를 ‘상상의 공동체’로 정의한 바 있다. 셰인 오마라의 《대화하는 뇌》는 심리학적, 뇌과학적으로 깊이 들어가 상상의 도구가 ‘대화’임을 밝혀낸다. 대화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행위이자 개인의 삶부터 거대한 사회를 형성하는 기본 수단이라는 것.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경험과 현실을 이해한다.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부분은 세상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만드는 것이다.” p.194

◈ 공통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잡담의 힘

인지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잡담이 사회적 관계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잡담은 사회적 윤활유로 작용하는 동시에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기 때문. 또, 타인의 불쾌한 행동을 보면 불쾌해지고 그 감정을 누군가와 말하면 그 감정이 약해지는 식으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잡담은 더욱 중요해지며, SNS도 오늘날 이런 기능을 일부 수행한다고.

세네카의 말처럼 “모든 사람은 판단보다 믿음을 선호“한다. 따라서 집단 기억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공유된 지식을 ‘공유되었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어서다. 타인과 연결되고자 집단의 믿음을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이지만 현명하게 판단할 것. 가짜 뉴스나 편파적 정보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 대화로 연결되는 사람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수업이나 독서모임에서조차 유대를 이루어 공동의 목표로 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대화’다. 다정한 안부, 시시한 이야기로 우리는 연결되고 서로의 정서적 벽을 허문다. 국가 형성 같은 거창한 담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화의 힘을 일상에서 매일 감각하는 셈이다.

조금씩 세상을 알아갈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 뿐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끊임없이 연마해야 할 기술이 있다면 사랑, 그리고 대화의 기술이 아닐까. 대화하는 뇌로 도달할 미래가 이왕이면 서로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말들로 지어질 세계라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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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뇌 - 뉴런부터 국가까지, 대화는 어떻게 인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가
셰인 오마라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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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공통의 신화(이야기)에 뿌리를 두며 그 신화는 집단적 상상(뇌)에 존재한다는 국가형성 담론은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하는 ‘인지 혁명’ 핵심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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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가
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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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메디컬 미드(미국 의학 드라마)에 빠진 적이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와 《하우스》가 ‘인생 미드’인 정도. 약간의 과장을 보태 전자는 메디컬 드라마의 탈을 쓴 치정 로맨스, 후자는 의학을 소재로 한 미스테리 추리물이다. 비슷한 한국 드라마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있다. 미국 드라마에 비해 한결 인간적이고 따뜻한 감동의 휴먼 드라마.

◈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세요…

메디컬 드라마가 좋았던 건 순전히 개인 취향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중대한 사명 아래 치열한 삶을 사는 젊고 똑똑한 인간종에 대한 동경이랄까. 자기 분야 외에는 서툴고 순수한 ‘너드(nerd)미(美)’도 한 몫. 이유야 다르겠지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미시간 의대 교수이자 의사인 엘리엇 태퍼는 의대생 시절부터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사들에 관심이 많았다고. 그는 메디컬 드라마의 꾸준한 인기를 기술적, 과학적으로 매력이 있는 의사라는 캐릭터에 사람들이 매료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기 의학 드라마는 의사단체들이 승인한 내용으로만 구성됐으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모습으로만 그려졌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초인적인 의사 묘사는 지속되지 못했다.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었기 때문. 시간이 흐르면서 TV 속 의사들도 결점, 갈등, 감정, 불완전성 등 인간적인 매력을 덧입고 어떻게 실수를 저지르고 편향에 빠지는지도 보여주게 됐다.

◈ 우연은 어떻게 삶을 바꾸나

하버드 의대 보건정책 전공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사 아누팜 제나, 크리스토퍼 워샴의 공동 저서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현실적, 제도적인 우연한 변수들, 그리고 의사들의 학력, 경험, 정치 성향에 따라 치료 결과와 사망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양한 연구로 밝혀낸다. 심지어 외과 의사의 생일에 수술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생일날 쇄도하는 소셜미디어 알람, 메세지, 전화로 인한 주의 산만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대표적인 사례로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잘 걸리는 데에는 어떤 과학적이거나 의학적인 이유도 아닌 ‘부모들의 불편함’에 있다.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은 연례 검진과 독감 예방접종을 한 번에 해결하지만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의 부모는 소아과 연례 검진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감 예방접종 때문에 다시 병원에 가는 걸 번거로워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훌륭한 점은 오늘날 이런 의료 서비스의 맹점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결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인데, 그중 하나가 잘 알려진 ‘넛지(nudge)’, 즉 ‘디폴트(default)’ 경로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쉬운 선택과 어려운 선택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쉬운 선택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학교나 기관을 통한 기본 접종, 또는 ‘옵트 아웃’ (참가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독감 예방 주사를 맞게 되는 방식)의 활용이 그것.

◈ 의학 속에 숨은 경제학

이것이 경제학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책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간접 비용’을 지적한다. 자녀가 독감에 걸려 부모가 소비한 시간과 일을 하지 못해 소득, 미리 지불한 어린이집 비용을 합산하면 손실 규모가 매년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고. 측정하기 힘든 간접적 비용이 최적의 치료를 방해하고 그것은 다른 의료 서비스의 측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나아가, 이런 비용은 돈을 넘어 옳은 일, 즉 의사들이 권장하는 일이자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위해 햐아 하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비용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우리 아이가 진짜 ADHD 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과잉 진료의 문제점, 타이밍과 균형의 기술, 의사 성별, 정치 성향과 관련된 의외의 문제가 다채로운 예시로 담겼다.

◈ 누구의 탓도 아닌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은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가. 이 책은 비단 의료계 뿐 아니라 개인과 집단이 당면한 문제 원인이 단순히 구성원의 능력이 아닌 환경과 시스템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섣불리 개인의 역량 부족을 탓하지 말 것. 원인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우연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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