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뇌 - 뉴런부터 국가까지, 대화는 어떻게 인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가
셰인 오마라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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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공통의 신화(이야기)에 뿌리를 두며 그 신화는 집단적 상상(뇌)에 존재한다는 국가형성 담론은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하는 ‘인지 혁명’ 핵심이기도 하다.

◈ 뉴런부터 국가까지, 대화는 어떻게 인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가

베네딕트 앤더슨은 같은 논리로 1983년 국가를 ‘상상의 공동체’로 정의한 바 있다. 셰인 오마라의 《대화하는 뇌》는 심리학적, 뇌과학적으로 깊이 들어가 상상의 도구가 ‘대화’임을 밝혀낸다. 대화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행위이자 개인의 삶부터 거대한 사회를 형성하는 기본 수단이라는 것.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경험과 현실을 이해한다.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부분은 세상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만드는 것이다.” p.194

◈ 공통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잡담의 힘

인지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잡담이 사회적 관계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잡담은 사회적 윤활유로 작용하는 동시에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기 때문. 또, 타인의 불쾌한 행동을 보면 불쾌해지고 그 감정을 누군가와 말하면 그 감정이 약해지는 식으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잡담은 더욱 중요해지며, SNS도 오늘날 이런 기능을 일부 수행한다고.

세네카의 말처럼 “모든 사람은 판단보다 믿음을 선호“한다. 따라서 집단 기억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공유된 지식을 ‘공유되었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어서다. 타인과 연결되고자 집단의 믿음을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이지만 현명하게 판단할 것. 가짜 뉴스나 편파적 정보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 대화로 연결되는 사람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수업이나 독서모임에서조차 유대를 이루어 공동의 목표로 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대화’다. 다정한 안부, 시시한 이야기로 우리는 연결되고 서로의 정서적 벽을 허문다. 국가 형성 같은 거창한 담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화의 힘을 일상에서 매일 감각하는 셈이다.

조금씩 세상을 알아갈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 뿐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끊임없이 연마해야 할 기술이 있다면 사랑, 그리고 대화의 기술이 아닐까. 대화하는 뇌로 도달할 미래가 이왕이면 서로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말들로 지어질 세계라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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