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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태도 -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
이수현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어릴 적에는 글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일기 쓰기는 하루 일과 중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아마도 ‘강요당한’ 글쓰기여서 그랬으리라. 내가 글쓰기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좀 더 크고 나서의 일이다.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감정들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혹은 그 감정을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자발적인’ 글쓰기는 지금껏 나의 ‘취미’가 되어 있다. 물론 아직도 일기는 쓰지 않지만, 책을 읽고 그때그때의 감상을 남기는 서평 쓰기가 일종의 꾸준한 글쓰기 습관이 되어, 지금은 하나의 낙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라고 하고 싶다😂)인 이수현 작가님의 일상은 여러모로 나와 닮았다. 지금은 직장인이자 작가, 대학원생으로 분주하게 살고 있는 작가님은, 고달팠던 취업 준비 기간에 홀로 고뇌하다가, 가장 행복했던 ‘나’는 역시 ‘글을 쓰는 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지난했던 취업 준비 기간에 밤마다 짧은 글을 쓰며 복잡한 심경을 달래곤 했고, 오랜 직장 생활에서 원인 모를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했기 때문에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
그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한다는 것은 더욱이 힘든 일이다. 작가님은 오히려 다양한 자아로서의 경험이 다양한 글감을 낳았다고, 하나의 자아가 무너질지라도 다른 자아로서 힘을 되찾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러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전작 《유리 젠가》가 탄생했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순간, 일상이 무료하다는 핑계로, 또는 바쁘다거나 피곤하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접어 두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작가님이 말하는 ‘기록하는 태도’는 거창하지 않다. 자유롭게, 천천히 사유하며, 자신의 마음을 담는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 타인의 강제에 의한 기록은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담을 수 없다. 내가 어릴 적부터 지금껏 ‘일기 쓰기’를 싫어하는 이유일 것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글은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남들에게 진실한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작고 미약하지만, 나도 나만의 ‘추억의 책장’을 열심히 채워 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