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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평점 :
“ 남편의 복수를 위해 얼굴을 고치고 살인자의 아내가 되었다. ”
“ 나는 지옥에 있는 걸까, 천국에 있는 걸까”
표지의 한 여성이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서 있다.
그녀의 표정은 알 길이 없지만 붉게 물든 표지의 배경과 어둡게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강렬하여 표지만으로도 의도가 엿보인다.
[ 작열 ] 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는 가슴 속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뭔가를 품고 있고, 책 소개에 나와 있는 여러 글들은 복수의 의지에 불타는
그녀의 이미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 그가 욕조에 들어가 있을 때 드라이기를 물에 빠뜨릴까? "
음식에 독을 탈까? 자고 있는 동안에 칼로 찔러 죽을까?
소설 [ 성모 ] 로 한국에 알려진 아키요시 리카코의 장편소설 [ 작열 ]
첫 장면은 행복한 한 부부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아내의 이름은 리에, 그리고 남편은 방문 의사일을 하고 있는 히데오이다.
함께 있을 떄는 마냥 정겹지만, 남편이 집을 나서면 돌연 표정을 바꾸는 리에.
남편 앞에서 미소 짓던 얼굴은 이내 어둡게 변하고 결연한 의지에 가득 차있다.
이후, 장면은 한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혼 후 아버지와 함께 살던 사키코는 교통사고로 아버지마저 잃는 비극을 겪는다.
그 후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서 살아가는 사키코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다다토키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학생을 만나게 되는데
노란 머리에 귀걸이를 한 그가 다소 불량해보이긴 했지만,
그도 자기처럼 부모님을 한꺼번에 ( 그것도 자살로 ) 잃은 고아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들은 연민의 정에서 시작하여 사랑 그리고 결혼이라는 결론을 맺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사키코는 경찰로부터 남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믿지 못하지만
사고지점에 도착한 후 추락사하여 엉망으로 되어버린 남편의 사체 앞에
자신이 사준 지갑과 휴대 전화 등이 피가 묻은 채로 뒹굴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진짜 다다토키의 죽음을 인정하게 된다.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 황망해하던 그녀에게 경찰은
다다토키가 사기 사건의 주범일 수 있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추락사가 자살이라기 보다는 사기 피해자의 손에 당한 타살로 보고 있다는 의견을 보인다.
알고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후 실직한 남편 다다토키가 남들에게 여러 사기를 쳐서
그걸로 번 돈을 사키코에게 가져다줬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여러 사기건 중에서 가장 큰 사기건이 바로 인공 심장 관련 사업이었는데
그 사기에 휘말린 사람이 바로 의사 히데오 구보카와치라는 사람이고
그는 타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그를 확실한 용의자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다다토키의 죽음을 목격한 목격자도 없고 히데오를 살인범으로 몰고갈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던 탓에 히데오는 그대로 풀려나고만다...
하지만 남편의 죽음에 피눈물을 흘리던 사키코는 그때부터 복수심에 불타오르게 된다.
마치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처럼....
사키코는 어떻게 히데오에게 복수를 하게 될까?
사실 책을 조금만 읽으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알게된다.
그녀가 바로 히데오의 현 아내인 리에라는 사실을.
우연인듯 필연같은 한 사건으로 인해서
사키코는 리에라는 한 여인의 정체성을 얻게 되고
전 남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렇게로만 흘러가면... 너무 결말이 빤하지 않을까?
뒷 편에는 정말 상상치도 못한 어마어마한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독자들의 예상을 그야말로 180도로 전환시키는 반전.
그뿐 아니라 적들의 진지에서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의 활약마냥,
사키코의 행동 하나하나에 조바심을 느낄 수 있도록 장치를 철저하게 깔아놓은 작가.
이 책은 그야말로 서스펜스 그 자체이다. 완전 재미있는 추리 소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