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살인자는 교묘하게 남과 북 사이에 숨었다

그리고 살인 자체보다는 그 파장을 감추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블랙박스와 CCTV가 없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 이상한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한국에는 남한도 아니고 북한도 아닌 제 3의 도시라고 불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개성공단이에요. 아니, 정명섭 작가가 쓴 [ 제 3도시 ] 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개성공단이지요. 현실의 개성공단은 2016년 폐쇄된 이후로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은채

여전히 그런 상태에 머무르고 있지요.

[ 좀비썰록 ], [ 유품정리사 ] 등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매우 한국적인 추리소설을 쓰시는 것으로 유명한

정명섭 작가님이 이번에는 남북의 미묘한 정치 역학적 관계를 주제로, 그리고 여전히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개성 공단을 배경으로 한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쓰셨어요.

개성공단이라니!! 지리적으로는 너무나 가깝지만 느낌상 너무나 먼 나라인 북한의 개성공단.

이걸 주제로 어떻게 풀어내셨는지 매우 궁금하였습니다.

주인공은 강민규라는 민간조사업자입니다. 좋게 말해서 민간조사업자이지

그냥 아무렇게나 얘기하자면 흥신소 직원 혹은 사설 탐정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의 남자가 그를 찾아옵니다.

자신을 친근하게 대하는 이 남자,,, 군대 동창이라기엔 나이가 조금 많은 듯 한데...

알고 보니 그는 강민규의 큰 외삼촌인 원종대였습니다.

 

그는 개성 공단에서 속옷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원자재와 재고가

자꾸 펑크가 난다며 강민규에게 조사를 부탁합니다.

개성 공단은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곳이지만

엄연히 북한이기 때문에 CCTV 를 달 수 없고 직원을 마음대로 자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장인 원종대는 답답한 마음에 민간조사업자인 자신의 조카를 찾아온 것이었어요.

강민규는 왠지 북한이라는 장소에 간다는 사실이 왠지 찝찝하긴 하지만

파리를 날리는 이름만 사무실에 앉아 있기 보다는

착수금을 비롯하여 짭짤하게 수입을 챙겨주겠다는 원종대 사장의 발언에 홀라당 넘어가서

개성공단에 가게 됩니다. 명목상 관리과장으로 왔지만 사장의 끄나풀에,

자꾸 없어지는 원자재와 재고를 조사하러 나왔다는 사실을 눈치챈 직원들이

강민규를 냉대하고, 특히 법인장을 맡고 있는 유순태라는 사람은

강민규에게 노골적으로 개성 공단만의 룰이 있음을 확인시키며 조용하게 있다가 갈 것을 권유합니다.

공장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조사한 결과, 아주 체계적으로 재고품과 원자재가 밖으로 유출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강민규. 그는 원종대의 공장 뿐 아니라 개성 공단의 거의 모든 공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물자가 부족한 북한에서 한국 제품이 엄청나게 고가에 판매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행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요.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오려던 찰나!!

허걱!! 강민규가 온 것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고 사사건건 그와 부딪혔던 유순태 법인장이

자신의 숙소에서 목이 졸린채 살해가 되어 발견됩니다.

당연히 살인의 유력 용의자는 심하게 갈등을 빚었던 주인공 강민규가 되어버렸구요.

좀도둑을 잡으러 왔다가 살인 용의자가 되어버린 강민규!!

그는 과연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개성 공단이라는, 지금은 존재가 불투명해진 한 장소를 두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그 살인 사건에 휘말려버린 사립 탐정의 이야기!! 마치 SF 소설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이었어요.

이 책을 읽어보니까 남북한의 정치적 역학 관계가 조금 보이는 듯도 하고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일이 물밑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냥 물자가 부족한 북한 주민들의 좀도둑질로 인해서 발생한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다 큰 몸뚱이들이 이리저리 얽혀있다고 해야 할까?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했어요.

이 책을 남북한의 기류가 좀 화기애애한 상태에서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그 뿐만 아니라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그동안의 세월 속에서

다르게 살아온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의 가치관 차이 때문에 엄청난 갈등이 빚어지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다소 헐렁해 보여도

명탐정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재치와 기지를 발휘하는 주인공이 있어서

재미있었다는 생각도 들구요.. 결말을 보니까 아무래도 강민규를 주인공으로해서

시리즈가 나와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건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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