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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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주어이고 언제 문장이 끝나는지 혼란스러운 만연체 덕분에, 독자는 읽는 내내 몽환적이고 어지러운 혼란 속에 놓인다. 이 책은 일출의 장면조차 "이른 아침에 거지가 교회에 오르는 것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그려낸다.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조차 희망이 아닌 쇠락의 징조일 뿐이다.


기울어 침몰하는 조직에 소속되어 본 일이 있는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려는 무리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머무는 사람들. 그들은 무력감 속에서 누군가 이 불만스러운 시대를 뒤집어엎어 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반항심을 품은 채, 고여 있는 상태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마을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희망 없는 절망의 원형 감옥에 갇혀 있다. 그들은 원에서 탈출했다고 믿으며 새 터전으로 나아가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 조금도 지옥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수미쌍관의 결말은 어디까지가 의사의 상상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조차 모호하게 만들며 이 굴레를 공고히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어보겠다는 지적 허영심으로 시작한 독서였으나, 스웨던 한림원이 왜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선택했는지 곧 깨달았다. AI와 기술의 발전은 정점으로 치닫지만, 민주주의나 평화 같은 가치는 끝없이 쇠퇴하는 듯한 이 시대에 군중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던 무기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동구권의 몰락한 협동농장에서 굶주리던 농민들과, AI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리둥절해하는 나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이른 아침에 거지가 교회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가슴 아픈 모양으로 태양이 떠올라, 흡사 빛으로 세상에 그림자를 드리겠다고 다짐하는 듯이

돌이킬 수 없는 음험한 몰락에 자신의 기억으로 맞서는 것

죄책감이란 한번 혜성처럼 작열하고 나면, 이후엔 여명처럼 희미한 의식의 불편함 정도만 남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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