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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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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개하는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께서 집필한 이 책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동원한 책입니다.
일반적인 서사를 벗어나 책을 읽는 독자를 <그대>라고 부르죠.
책을 펼친 순간 이 책은 말합니다.
나보다 파격적인 녀석은 없을 걸?
맞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살아있습니다.
작가의 머릿속을 한 번 드나들고 다른 은하계로 여행을 갔을지도 모릅니다.
형체는 없고 작가의 머릿속에만 남은 채 말이죠.
지금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책'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졌고요.

책을 펼치며📖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기며 스스로를 <여행의 책>이라고 말합니다.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한 권의 책이며 그것도 살아 있는 책입니다.
제 이름은 <여행의 책>입니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
여행의 책이라니?
이건 마치 책이 살아서 말하는 것 같구나!
그런 책도 있었나.

홀로 고독한 책, 몹시 심술 궂은 책,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어 결국에는 중간도 못 가 책장을 덮게 만드는 그런 녀석도 있죠.
반면에 저를 기쁘게 하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런 녀석은 제 서재에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근데 이 녀석은 다른 책이랑 성격이 달랐습니다.
앞에서 말한 책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죠.
이 책은 처음에는 상냥하게 손을 내밀며 함께 여행하자고 저를 꼬드깁니다.
이 녀석의 말이 얼마나 달콤한 지 손을 잡듯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죠.

아주 달콤한 말을 건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나자. 육체를 버리고 정신이 떠나는 여행.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 말이 예전에는 '함부로 나대지 마라.'라고 변환되어 들려왔죠.
그 때문이었을까.
본래 저라는 사람은 어딘가로 숨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아마 깊은 골짜기나 캄캄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늘 남의 시선을 신경쓴다.
이런 말을 자주 들었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그러한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기억이 떠올리려고 하는 찰나에 이 녀석은 말합니다.

"이 여행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그대는 곧 돌아올 것이니,
차분한 호흡을 계속하고 있으라고
그대 육체에게 말하라.
나는 그대의 책이다."

이제 숨을 가다듬고 날아오를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 녀석의 말대로 해보죠. 뭐.

공기의 세계📗

그 중 첫 번째 공기의 세계를 떠다니며 산뜻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폭포수에서 수련을 하던 도인을 마주하죠.
도인은 저에게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합니다.
제가 왜 바보일까요?
저는 그저 더 넓은 세상을 보았고, 인생은 그저 허깨비가 아니라고 말했을 뿐인데 말이죠.
근데 바보 같다는 게 마냥 나쁜 뜻은 아니더군요.
프랑스어 앵배실의 어원을 둔 참된 뜻의 언어로는 <발목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발목도 지팡이도 필요 없는 사람.
홀로 걷는 사람.
어쩌면 인생은 홀로 걸었을 때 보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홀로 걷지 않기 때문에 '바보'라는 소리를 못 듣고 자란거죠.
저는 바보입니다.
자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외쳐보시죠.
저는 바보입니다.
홀로 걷는다는 사람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전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허리를 구부린 채 두 손을 등에 모으고 걷는 어르신, 당당하게 걸어가는 어른의 모습 사이로 문 밖으로 뛰쳐나가는 어린 아이의 설레는 뒷모습.
우리는 어쩌면 자신을 위한 뒷모습을 감추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오직 남에게 보이기 위한 모습만을 보인 채 말이죠.
자 저는 이제 다음 여행지로 떠납니다.
얼른 안내해줘.
그 말에 이 녀석은 제 손을 잡고, 페이지를 넘기라고 말합니다.

​흙의 세계📙

저는 잠시 집에 돌아왔습니다.
대지를 밟고 세계를 딛고 일어선 제가 보입니다.
저를 맞이해맞이해주는 친구들을 마주하죠.
그들은 저를 위한 파티를 열어주고 생일을 축하해줍니다.
정말 감사하죠.
하지만 그들은 제 등을 떠밀며 혹은 저를 믿어줍니다.
잠시 쉬었다가 여행을 떠나라는 거죠.
잠시 뜨거운 눈물을 뒤로 하고 그들에게 제 뒷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전 제 몸을 뒤로 하고 정신이 떠나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홀로 가되 독선적으로 가지 말고 안내서가 되어줄 친구를 만나라.


불의 세계📕

이 세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병이 확산하고, 죽음이 늘어나는 곳이죠.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격을 마주합니다.
이 녀석은 잠시 괴팍해집니다.
어서 눈을 뜨고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뭘?
저를 가로막는 수많은 적을 말이죠.
이 녀석들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합니다.
불운이 되기도 하고 죽음이 되기도 하죠.
결국에 마주할 상대는 자기 자신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잘 모르지만 상대는 저를 아주 잘 압니다.
힘들었던 일, 슬펐던 일을 배꼽 주머니에서 마구 꺼내보이죠.
저는 눈을 감고 싶어집니다.
외면하고 도망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는 그런 유형의 여행이 아닙니다.
이 여행은 저를 마주하는 혹독한 여행입니다.
지중해로 둘러싸인 나라에 가서 유유자적 햇볕을 쬐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그를 이기기 위해 저를 마주하고 그가 꺼내는 카드보다 더 센 카드를 꺼내보이기로 합니다.
아 저는 이길 겁니다.
누구를?
저를 이길 겁니다.

혹독한 훈련을 거친 것처럼 숨을 헐떡거립니다.
아 편하게 침대에 누워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는데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요?
이 녀석은 채찍을 휘두르더니 이제는 당근을 주네요.
흥. 절대 안 먹을거다.
라고 말하려는 찰나
이 녀석은 제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배꼽에서 꺼내 들이밀죠.
흥. 순순히 페이지를 넘기고 맙니다.
그는 저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물의 세계📘

사실 저는 물이 무섭습니다.
물 속에 있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잖아요. 헤엄을 치는 것도 잠시 잘못하면 빠져 죽을 수도 있죠.
그런데도 물에 들어가면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뼈 마디를 눌러주고 어깨를 주무르고 있죠.
저는 생명입니다.
태초에 저는 물 속에 있었습니다.
양수 속에서 어머니의 품을 느꼈죠.
가끔은 아버지의 툭 튀어나온 배꼽이 절 누를 때도 있었죠.
이 책은 제 시작을 알려주었습니다.
제 어버이가 저를 낳았고, 마름모 형태의 빛이 새어 들어와서 그 빛을 따라 머리를 집어 넣으니 이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습니다.
이 빛이 저를 만들어준 생명이라는 겁니다.

책을 덮으며📔

저는 이 책을 덮으며 <안녕>이라고 말해보았습니다.
이제 영영 보지 말자는 말이 아닌 자주 보자는 말입니다.
순간 목욕을 오래 한 것처럼 때가 부풀어 올라왔고, 개운함과 동시에 피곤함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이제 잘 시간이라 자야겠다.
하지만 잘 때마다 느낀 불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진정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저는 배꼽에서부터 마주한 빛, 탯줄을 끊어진 순간을 기억하며 어버이 더 나아가 행성, 은하계, 빅뱅으로 이어져 있다는 순간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여행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정신을 수행하기 위한, 혹은 나 자신을 가라앉히고,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한 권의 책이며 그것도 살아 있는 책입니다.
제 이름은 <여행의 책>입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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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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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용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한 사람을 위한 문학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라디오를 통해 자주 목소리를 들었지만, 실제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더 뵙고 싶은 작가다. 그 이유는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이야기 바깥의 공간들 선릉 주변을 산책하고, 「미스터 심플」의 인물을 떠올리며 무인 세탁소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소설이 끝난 뒤에도 인물과 장소가 현실로 이어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가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감정이 고양된다기보다는,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정돈되는 느낌에 가깝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의 소설은 분명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시각적으로 강하게 다가온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보이게 만드는 문장들이다.

작가는 자폐를 가진 인물과 함께 선릉 주위를 맴돌고, 모두 타버린 종묘를 바라보며, 당근을 매개로 서로의 아픔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쓴다. 이 소설들은 거창한 사건 대신, 잃어버린 것들의 흔적을 더듬는 행위에 집중한다. 무엇인가를 따라 걷고, 머뭇거리고, 되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인물은 자신을 조금씩 마주한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혼란 속에 있고,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망설임 자체가 하나의 진실처럼 느껴진다. 사라져가거나 이미 소멸된 것들을 붙잡으려는 시도, 혹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의 소설을 오래 남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 누군가의 걸음을 잠시 따라 걸었다는 감각이 남는다. 정용준의 소설은 그렇게 독자를 조용히 돌아보게 하는 힘이 깃들었다. 나도 모르게 길을 걷다가 누군가의 걸음을 따라 걸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 타인을 통해 나를 바라본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 「두부」 속 두부를 만날 수도 「미스터 심플」 속 미스터 심플을 만날 수도 있다. 「이코」 속 주우를 마주할 수도 있다.

나는 그 어떤 만남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그들과 함께 발을 맞추어 걸을 것이다.

이 작품을 한 사람을 위해 마주 걷고 싶은 사람 혹은 나를 위해 걷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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