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
이경자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회백색을 주로 사용하여 다소 어두워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박수근(1945~1965) 화백님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유학은 물론이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12세 때 밀레의 “만종”을 보고 화가의 길을 선택하고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조선 미술전람회를 통해 입선을 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국전에서 여러 차례 입선을 하면서 학계에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후 특별히 신경을 쓰고 그린 작품이 예상외로 낙선을 하게 되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술에 의존하다가 건강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게 되고 결국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살아생전에는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최근에 박수근 화백님의 작품들이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고 박수근 화백님의 여러 작품들 중 “빨래터”가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중 사상 최고 경매가인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그러나 얼마 뒤 한 미술전문지를 통해 최고 경매 가를 경신한 이 작품이 얼마 후에 위작일 수 있다는 기사가 실리게 됨으로써 이 작품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특별 감정위원회가 구성 되었고 감정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작품의 감정 방법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진품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빨래터”에 이어 “떡 만드시는 어머니”라는 작품이 또다시 위작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 작품은 국제미술과학연구소가 한 기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감정을 통해 위작으로 판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두 작품의 진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저자는 최근 위작 논란이 되어온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박수근 화백님의 “빨래터”를 통해 많은 이들이 미술작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소설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우리 곁으로 다가 왔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인간 박수근이 화가로써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에 대해 사실을 바탕으로 탁월한 심리 묘사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또한 어려운 시절 화가의 아들로써 살아온 박성남씨의 내면의 심리 변화 역시 작가의 눈을 통해 잘 묘사되어 있다. 현재 박수근님의 작품이 지닌 진정한 가치보다는 위작 논란이나 작품 가격 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6.25 전후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예술가로 살아가는 한 가장의 모습이자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빨래터라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잘 알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었던 박수근 화백님의 모습을 통해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많은 이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 또한 이 글을 통해 나의 부모님이 걸어온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니 눈물이 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표지를 통해 “빨래터”를 볼 수 있었듯이 다른 좋은 작품들의 모습을 페이지 사이사이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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