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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독특하고 다소 자극적인 표지와 함께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라는 제목을 보고 끌리게 되었다. 주인공 타지오에게는 두 명의 쌍둥이 형이 있었는데 둘 다 외모 하나로 당대 최고 인기 스타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타지오는 그런 형들의 모습을 보며 자라게 되고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형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후 열등감에 사로잡힌 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신의 외모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살이 되었을 때 타지오는 더 이상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끝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다.
3번의 자살 실패 후 당대 최고의 예술가라 불리는 페테르를 만나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삐뚤어진 사회 현상들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근에 대한민국은 얼짱, 몸짱 열풍이 불면서 외모지상주의에 푹 빠져 있다.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우선순위에 외모를 올려놓기 시작했다. 심지어 성공의 유무를 결정하는 데 있어 외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현상은 신인 가수들의 모습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최근에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가수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획사들이 신인 가수들의 노래실력 보다는 외모를 선호하고 있는 것 같고 대중들도 가수라면 노래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외모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외모 중시 현상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 외모 가꾸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이어트, 피부 마사지, 운동 등은 물론이고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성형수술까지 하고 있다. 물론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한 번의 성형 수술에 만족하지 못하고 수차례 성형 수술을 하기도 하면서 성형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성형 중독 등의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개인적으로 얼짱, 몸짱 열풍에 잠시 휘둘려 연예인들의 멋진 모습을 따라가기 위해 건강을 무시한 채 과도하게 운동에 매달리고 피부미용에 많은 투자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면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깨닫게 된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 권리인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될지 풍자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얼마 전 연예인 노예계약서로 통하는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전속계약 관행이 문제시 되었다. 그들 나름대로 한 명의 스타를 키워내기 위해 여러 가지 고충이 있겠지만 계약 내용에는 도가 지나친 사생활 침해에 상당히 불리하게 적용된 수익배분 구조 등 연예기획사와 연예인이 맺은 계약은 현대판 노예 계약서로 보였다. 이는 연예인을 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품으로 바라보는 돈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폐해의 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