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지리학 전공인 나는 평소 살던 환경이 아닌 새로운 곳에 가서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고 다른것을 경험해 보는 것이라고 여행의 의미를 배웠다.
그 동안 다녔던 여행을 생각해본다. 좋은 숙소에 좋은음식, 가이드를 앞세워 언제든 한국음식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돈 많이 들여 편안함을 추구하며 다니기만 했던 것 같다. 힐링과 휴양이라는 명목하에. 돌이켜보니 이건 여행이 아니라 그냥 호텔체험이나 부자놀음 정도 였던것 같다. 그렇게 다녀온 여행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사진 몇장과 마사지의 개운함, 기념품 정도 였으니까.
아이가 생기기전, 결혼을 하기전, 난 왜 이렇게 용감하게 떠나지 못했을까. 지금보단 그때가 더 용감하고 더 무식했을텐데.
불속에서 춤추던 여인에게 엄마가 손짓발짓, 마지막엔 아들을 동원해 나는 한국에서 왔고 육십넘어 배낭여행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내 인생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 당신이 있어서 더 멋져진것 같다고 전해달라는 대목에선 눈물도 났다.
어쩌면 나는 여행기를 읽는 내내 젊은 아들이 아니라, 늙은 엄마에게 나 자신을 대입시켰던것 같다. 사이사이 우리아들 크면 엄마데리고 여행 가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젊은 아들은 돈하고는 멀어도 자유롭게 사는 것같다. 어떻게 저렇게 하고싶은걸 하고 살았을까. 본인이 하고싶은거에 참 당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망치듯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내 바닥까지 보고나서 난, 그렇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었는데 하는 생각도 나고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작가의 꿈도 먼지 털어 이제야 꺼내들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아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이게 진짜 여행인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어쩌면 이 여행은 엄마가 아니라 그냥 여인이었으면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 여인보다 엄마는 위대하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뛰고 재미있어서 덮을 수 없었던, 오랜만의 책이었다. 유럽편도 기대가 마구마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