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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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참 귀엽다. 그리고 재목이 맘에 든다.

여행이 항상 그렇다. 새로운 곳에 툭 던져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모든 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버스 하나 타는 것도 힘들고 바로 옆 동네로 가는 것도 힘들다. 음식을 시키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나온다. 하루 종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숙소에 오면 몸이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것이 여행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얼마나 많은 삽질을 했을까? 읽기 전에 이미 기대가 된다.

저자 소개

서지선

지도 위를 걸으며 세상을 수집하는 여행자. 지도가 좋아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과 세계지도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여행책 뒤적거리기요 몇 없는 특기 중 하나는 세계지도 외우기다. 세계지도는 세상을 가르쳐주는 훌륭한 선생님이었고, 결국 한 사람을 자신의 덕후로 키워 내는 데 성공했다. 지도 위를 직접 걷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24개국 100여 개가 훌쩍 넘는 도시를 여행했다. 여전히 귀를 쫑긋 세워 새로운 곳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미래의 여행 계획을 세운다. 지리학을 전공했을 것 같지만, 일본학과 문화관광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책과 여행매거진, 때론 강연으로 여행과 세계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알고 보니 지도가 재미있다’, ‘지도를 알고 떠나니 여행의 가치가 달라졌다’는 말을 듣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 변기 바닥이 뚫려있었다. 수 십 년 전 똥통 있던 시절엔 다 그랬다고요? 아닙니다. 재래식이라고 다 같은 재래식이 아니라 이겁니다. 이곳은 달리는 기차 안이다. 그 말은 즉? 기찻길 위를 이동하며 소변을 대지에 흩뿌려야 하는 것이다. 32p

》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인도의 기차 안에서였다. 밑이 뻥 뚫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는 얼마나 나던지…. 아래를 내려다보면 땅바닥에 무척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내가 쌓는 것이 그 속도로 바닥에 떨어질 것이라는 이상한 더러운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일단 급하니 볼 일은 봤다. 기분이 참 찝찝했지만 기차가, 그리고 화장실이 그렇게 생긴 걸 내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거사를 치렀다.

사하라 사막의 밤

모로코에서 사하라 투어를 가게 되면 보통 마라케시에서 시작해 이틀에 걸쳐 사하라의 모래사막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라케시에서 시작한 여행은 아틀라스산맥을 넘으면서 본격적인 사하라 지대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때 흙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나 멋진 암석이 펼쳐진 협곡을 찍고 가게 된다. 이 경로가 모두 사하라의 일부이다. 하지만 우리의 환성은 누구나 그렇듯 이미 모래사막에 가 있다. 72p

》 사하라 사막에서 모래사막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전에 두바이에 갔을 때 사막투어를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는 몸도 피곤하고 다음날 전시회도 준비해야 해서 신청을 안 했다. 그때 신청을 할 걸 아는 마음이 지금도 있다. 해외에서는 한 번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바로 해야 한다. '나중에 하지 뭐'라고 생각하며 지나가면 그 일을 평생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는 것도 그렇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는 사고 싶은 것이 눈에 띄면 가는 길을 멈춰 바로 산다. '돌아오는 길에 사야지'라고 지나치면 오는 길에 다른 길로 오는 경우도 있고 같은 길로 오더라도 그 장사꾼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은 한국에서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때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하려고 하는 편이다. 나중에 지나고 나면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것을 하거나 사기 전에는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을 해본다. 미루는 것, 다음에 하겠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능하면 무슨 일이든 보일 때, 생각날 때 해치워야 한다.


재미있는 여행기다. 올해는 코로나로 해외를 한 번밖에 못 나가서 그런지 여행기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여행이 기대되는 이유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보면서도 나도 몰랐던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저자가 겪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와 싸운 이야기이다. 싸웠다기보다는 둘이서 여행을 하다 보니 작은 다툼이 있었던 정도이기는 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같이 다니는 사람과 이런 일들을 겪게 돼곤하다. 아무래도 서로 긴장되어 있고 힘들 때도 이따 보니 날카로워져 있고 그러다 작은 일에도 안 좋은 소리를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막상 여행이 끝나고 나면 사이가 정말 가까워진다.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왠지 모를 우정 같은 것이 쌓여 간다.

저자는 24개 국가 100여 도시를 여행했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행 가이드와 같은 책도 좋지만 여행지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 같은 이야기가 있는 이런 책도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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