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가족과 친구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아버지는 토목 기사로 평생을 나무로 무언가를 해 온 사람이다. 주인공이 중년이 되고 아버지는 노년이 되었지만 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항상 나무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고 그때도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 집에 들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다음 프로젝트로는 관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얘기하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아버지와 아들은 아들의 관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관을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야 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냥 관이 만들고 싶어졌을 뿐이고 조금씩 관에 대해 배워나가고 조금씩 서로에 대해 배워 나가고 삶에 대해 배워 나가게 있었다.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는 관을 만들기로는 했지만 관을 어떻게 제작해야 되는지 어떤 관이 좋을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시작을 했다. 죽음도 그러하리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죽음이 어떤 것인지, 어떤 죽음이 나에게 맞는 죽음인지에 대해서 바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듯이 하기로 마음먹었어도 바로 명확해질 수는 없는 것들이 있다. 너무나 사전 지식이 없고 어쩌면 관심을 일부러 두고 싶지 않았던 것들은 처음부터 하나씩 알아나가는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을 만들기로 했지만 그 관이 완성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 책은 관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3년의 시간 동안 주인공에게 일어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잔잔히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죽음의 소재로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삶이라는 것 속에서 그의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했고, 그의 친한 친구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암에 2번이나 걸리기도 했다. 다시 삶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죽음이라는 것은 이렇게 우리의 삶 근처에 있는 것이었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죽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인지 몰랐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외에는 죽음은 다시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어렸기 때문에 내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어렸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내 주위의 사람들이 병으로 죽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가장 가까운 죽음이라는 것이 아는 사람의 부모 정도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죽음이 나의 근처에 와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도 작가와 같이 중년이 되었고, 이제는 내가 직접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꽤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되었다. 지금부터 나도 죽음을 가까이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영혼의 집 짓기'를 통해 가까지 있어도 외면하고 싶었던 죽음을 바로 앞에 두고 그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은 매일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 얘기를 들어도 그때뿐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그렇지만 그래도 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에 집중하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죽음보다는 삶이라는 것이 더 간절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집중을 하고 있다. 이 순간뿐만이 아니라 나는 항상 삶에 집중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책들을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분명 죽음을 가까이한다면 살아가는 방식이 조금은 바뀔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조금은 화를 덜 내고, 조금은 너그러워질 것이고, 조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삶에 집중할 테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죽음을 선택할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도 관에 들어가 땅에 묻히는 것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화장? 결론을 내리고 싶은 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잠시나마 생각하지 않은 생각을 해봤다는 것, 나는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나에게는 의미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나는 다시 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