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89년 21승 3패, 방어율 1.17, 승률 8.875
90년 22승 6패, 방어율 1.13, 승률 0.786
91년 19승 4패, 방어율 1.55, 승률 0.826
89,90년 2년 연속 리그 MVP
86~89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91,93년 다시 우승
이런 뛰어난 기록을 가진 선동열이지만 책 속에 많은 부분에서 선동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야구 인생은 늘 그러했다. 프로야구 첫 게임에서도 패전투수가 됐고, 일본에 진출해서는 첫 게임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초등학교 때도 나는 엘리트가 되지 못했고, 고등학교 때도 역시 그랬다. 대학교 역시 랭킹 1위로 진학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 나아가 '실패'의 경험들이 나의 약점을 돌아보게 했고, 그 약점은 나를 더욱 노력하게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오늘의 선동열을 만들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64p
우리가 흔히 성공했다고 부르는 사람들이 실제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을 들어보면 보통 이런 식이다. 항상 힘들었고, 잘하지 못했고,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들,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최종적인 결과만을 보는 것이듯 하다. 하지만 그 최종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 누구나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 위대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성공했다고 불리는 사람들도 그 결과라는 것은 인생의 극히 일부분에 진하지 않는 듯하다. 그곳, 그 결과에 맞이하기 위해서 그들이 겪었던 고통, 수많은 노력들은 결과의 뒷부분에 쉽게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다.
『야구는 선동열』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 다 그 길 위에 있는 것은 아닐까?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힘든 과정이라는 길 위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그런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단지 내가 가는 길의 끝이 그리 먼 길이 아니길 바라면서 지금의 길을 가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그때는 그랬다.'라는 문구가 있다. 메이저리그를 국가권력으로 못 가게 막히고, 팔이 안 좋았지만 공을 계속 던져야만 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은 그런 시대였다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그 당시는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과 그 당시의 모습을 생각해보곤 한다. 물론 어떤 시대가 좋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과 환경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나의 관점과 상황에 기초해 다른 사건을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는 것은 내가 나의 환경 속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해도 그 상황 속에 들어가 있으면 그럴 수밖에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타까운 상황도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그랬다.'가 맞는 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