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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줄 평: 사마천 그리고 사기 그의 사상을 글들의 깊이를 '인간의 길'을 통해서 짧게나마 엿볼 수 있다.

왜 읽어야 하는가?
동양 고전의 최고봉이라는 '사기', '사기'는 총 52만 6,500자로 되어 있다. 그 '사기'를 다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사기'를 공부하면서 메모해둔 고사성어와 명언들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그 깊은 세계를 이 책을 통해서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나 또한 '사기'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기에 이 책은 현재에서 그 깊이의 일부분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들어있는 고사성어들이 충분히 깊이 있는 좋은 글들이기에 이 책만 가지고도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읽을 것인가?
전에 읽은 명심보감도 그랬고, 이번 '인간의 길'도 하루 이틀에 빨리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 번에 몇 개의 글만 읽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의미를 몇 시간 또한 하루 종일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각 고사성어마다 그만큼의 깊이가 있고 많은 의미가 내재되어 있으며, 배우고 익혀 내 삶에 적용해 봐야 하는 주옥같은 글들이다. 가능한 한 많이 생각하고 기억하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반 서적과 같이 읽는다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 책과는 맞지는 않는다. 책에 핵심이 하나로 요약되는 것이 아니고 각 글들이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어 우선 핵심 요약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길'은 총 4개 장으로 되어 있다.
1장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2장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3장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4장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리고 각 장은 15개 전후의 글들로 구성 되어 있다.
다 기억해야 한다. 방법은 읽고 또 읽어 끊임없는 반복 읽기를 통해 다 기억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시대를 먼저 보면 사마천은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다. 즉 난세에 삶을 산 사람이고 '인간의 길'과 '사기'의 내용도 난세에 사람들에 모습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는 말과 같이 끊임없는 전쟁의 시대였기에 사람들의 본성과 인간됨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람의 역량이 중요한 시대였다.
그런 시대로 인하여 사마천은 사람의 여러 모습을 그릴 수 있었고,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릴 수가 있었다. 우리는 이 난세 속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과 급변하는 환경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볼 수 있게 된다. 그 모습들 하나하나가 현대에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 책의 4개의 장과 같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도 배울 수가 있다. 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깊이는 우리가 이 글들을 얼마나 깊이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의 깊이에 따라 다르고,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진정 '인간의 길'에 나온 글들의 깊이를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책 전체가 다 중요한 내용이라 어떤 걸 끌어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각 장마다 하나의 글들만 뽑아 봤다.
1장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열정과 오만의 경계
거정절빈(擧鼎絶矉) - 솥을 들다가 정강이뼈가 부러진다.
35p 무왕이 힘이 세어 힘겨루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역사 임비, 오획, 맹열이 모두 높은 자리에 돌를 수 있었다. 무왕이 맹열과 솥 들기 시합을 하다가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8월, 무왕이 죽자 맹열은 멸족당하였다.
무왕은 진나라 왕들 중 괜찮은 리더에 속했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흠이 있었다. 그게 바로 힘자랑이었다. 그래서 무왕은 자신이 하자고 한 솥 들기 시합을 하다가 솥에 깔려 죽었다. 현재 시대 사람들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자신이 조금 남보다 낫다고 남을 무시거나 그것을 자랑하면 그것 때문에 깔려 죽을 수 있다. 허세와 교만은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못나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자랑 때문에 그만큼의 대우도 못 받을 수도 있다. 아는 것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내보일 것인가 하는 문제도 그만큼 중요하다.
2장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전방위 소통이 필요한 시대
야랑자대(夜郞自大) - 야랑이 스스로를 크다고 여긴다.
120p '사기' '서남이열전'에 야랑이란 나라가 나온다. 당시 한나라는 흉노와 더불어 천하를 양분하고 있었다. 한나라가 흉노를 상대하느라 서남 지방에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 야랑 등 소수민족이 각각 왕이라 칭하며 독립을 선언했다. 특히 야랑의 수령 다동은 자신을 야랑후라 부르며 야랑을 천하의 대국으로 여겼다.
그 후 다동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한 무제의 사자가 인도로 가던 중 야랑을 지나게 되었다. 다둥이 사자에게 물었다.
"한과 야랑 중 어느 나라가 더 큰가?"
한나라의 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한나라에는 수십 개의 군이 있는데, 야랑은 그중 한 군만도 못합니다.
기가 질린 다동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마천은 작은 나라 야랑이 큰 나라라고 착각한 이유를 "길이 통하지 않아 스스로를 크다로 여겼고, 한나라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요컨대 교통과 소통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3장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공허한 말잔치에서 벗어나라
이식지담 (耳食之談) - 귀로 음식을 먹으려는 말
181p '배운 자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에 얽매여, 진나라가 제왕의 자리를 누린 날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만 보고 그 처음과 끝을 살피지 않아 비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으니, 이는 귀로 음식을 먹으려는 말과 다음이 없구나. 서글프다.'
사마천은 배운 자들이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사물의 본질이나 대세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공허한 말을 떠벌리거나 아예 무시하며 비겁하게 침묵하는 현상을 귀로 음식을 먹으려는 말로 야유했다. 여기서 천고의 명언 이식지담이 나왔다. 대개는 줄여서 이식이식 (耳食) 으로 사용한다.
모든 화근은 입에서 시작된다.
치아위화(齒牙爲禍) - 치아가 화근이다.
182p 치아가 화근이다라는 의미인 치아위화는 '남을 비방하는 바람에 화를 불러왔다'는 속뜻을 갖고 있다. 이 성어의 이면에는 기원전 7새기 무렵 진나라에서 일어난 복잡한 정쟁이얽혀 있다.
진나라 헌공은 재위 5년째 되던 해 여융족을 정벌하고 여희와 그 동생을 얻었는데, 둘 다 총애했다. 그런데 여희가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앉히려고 태자 신행을 헐뜯고 모함해 결국 죽게 만들었다. 헌공이 사망하자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치열한 정쟁이 일어나, 여희의 아들 해제와 여희의 동생이 낳은 도자까지 살해 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을 두고 사마천은 군자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경'에 백옥의 반점은 갈고닦을 수 있으나 잘못한 말은 고칠수 없다고 하였으니... 애초에 헌공이 여웅을 공격할 때 점괘에 치아가 화근이 된다고 나왔던 바, 여융을 쳐서 여희를 얻고 그녀를 총해하였으나 마침내 그 때문에 난이 일어났다.
4장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사냥개가 아닌, 사냥꾼으로 살아가라
발종지시(發踪地示) - 개의 줄을 놓아 뒤쫓을 방향을 지시하다.
214p 유방은 항우와의 쟁패전에서 5년 만에 승리를 거두었다. 천하 평정 후 공을 세운 사람들의 논공행상이 벌어졌다. 모두들 한자리를 기대하며 유방의 입만 바라보았다.
유방: 그대들은 사냥을 아는가?
공신들: 물론 압니다.
유방: 사냥에서 짐승이나 토끼를 쫓아가 죽이는 것은 사냥개지만, 개의 줄을 놓아 뒤쫓을 방향을 지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대들은 짐승을 자았을 뿐이니 '사냥개의 공로'와 같다. 그러나 소하로 말하자면, 개의 줄을 놓아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이니 '사냥꾼의 공로'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