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라이프 -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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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프' 결국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최인철 교수는 책 서문에서 이전 작 '프레임'에서는 다른 학자들의 여구 성과를 저자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편집한 리메이크였다면,  이번 책 '굿 라이프'에서는 저자가 지난 10여 년간 제자들과 직접 수행한 연구 결과들에 기초해 써 내려간다.

 

지은이: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 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부임했고, 2010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설립하여 행복과 좋은 삶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 행복 교육을 전파하고 전 생애 행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행복의 심화와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프레임'등이 있다.

 

굿 라이프란 균형이다.

이 말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말을 100퍼센트 이해했다면 책을 덮어도 된다. 이 짧은 한 문장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불교의 중도, 공자의 흔들림 없는 마음가짐 등 세계의 역사 속 석학들이 말한 수많은 명언들과 가르침들 중에서 그 핵심은 균형이었다.
어느 한 쪽에도 취우침없이  바른 마음으로 세상에 균형점에 서서 모든 일을 한치의 그릇됨 없이 바라보는 것, 이것이 균형이고 우리가 삶에 대하여 가져야 할 태도이다.

책은 총 3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Part 01 - 행복한 삶
Part 02 - 의미 있는 삶
Part 03 - 품격 있는 삶
이렇게 3가지의 파트로 나누어져 어떤 삶이 굿 라이프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수많은 연구결과와 통계를 사용해 이해를 돕게 해준다.

Part 01 - 행복한 삶
37p 행복이라는 감정 상태는 본질적으로 매우 다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감정을 '행복'이라는 단 하나의 개별적 감정이라고 좁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행복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연구는 우리가 충분히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로 '단 하나의 옳은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직된 사고를 꼽는다.
38p 행복이 일상을 벗어나서 아주 특별하고 신비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행복이 좋은 기분과 만족, 그 정도라면 그걸 가능케 하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음을 알게 된다.
예컨대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내 삶에 만족을 더해주는 것이라면 아이의 웃음소리, 여름밤의 치맥, 시원한 산들바람, 멋진 문장들, 상사의 예상 밖의 유머, 잘 마른 빨래 냄새,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중략) 등등 그 리스트에 끝이 없다. 이것들은 다 우리 일상에 있는 것들이다. 행복은 철저하게 일상적이다.
>> 소설 파랑새에서 얘기하는 행복의 의미 파랑새는 결국 우리 곁에 있었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우리가 행복을 찾아 나서면 결국 거기에는 행복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행복하고 싶어서 무엇을 해야 한다.' '나는 무엇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 이런 말들을 하며 행복 찾기 여행을 하지만 결국 그곳에 있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좋은 일시적인 감정'뿐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행복을 맞이하고 있다. 그것이 행복의 모습이고 더 이상 좋은, 더 이상 가치 있는 행복은 원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 좋으면 내가 지금 행복한 것이다.
책에서는 행복한 상태를 부정적인 감정 경험보다 긍정적인 감정 경험 상태가 더 많을 때를 얘기하는 것이지 부정적인 감정 경험이 전혀 없어야만 행복하다고 결코 정의하지 않는다. 즉 우리가 그렇게 찾고 있었던 이상적인 행복 모든 것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 그런 상태는 원래 우리 같은 일반인은 찾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 상태가 되고 싶으면 진정 성인군자가 되던지 종교인이 되지 않는 이상은 찾기 힘든 것이다.

행복은 유전으로부터 오는가
p58 1996년 '심리 과학'이라는 매우 권위 있는 저널에 '행복은 우연적 현상이다.'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데이비드 리리켄과 오크 델리건 이라는 두 명의 미네소토 대학심리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이다. (중략) 리켄과 텔리건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들의 행복을 9년 간격으로 조사한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다. (중략)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복 간의 상관이 높다는 점은, 개인 간 행복의 차이가 유전적 특성에 의해 대부분 결정됨을 시사한다. 여기까지는 논문에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의결과를 해석하면서 논문의 끝부분에서 매우 유명한(악명 높은?) 발언을 하게 된다.
It may be that trying to be happier is as futile as trying to be taller.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키를 키우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부질없다.)
>> 그들은 마지막 주장이 과장을 넘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3년 만에 이를 정정하는 책을 발간하게 된다.
61p 책 서문에서 리켄은 '이제 이 책에서 분명히 드러나겠지만, 우리의 그 비관적인 주장은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을뿐더러, 명백하게 틀린 주장이다. (For reasons that will become evident, that possimistic conclusion is not impelled by the data and in fact, I believe, it is wrong)'라고 분명하게 적음으로써, 자신의 발언이 일종의 '오버'이자 오류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책을 내는 이유가 이런 자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a chance to set the record straight)' 이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 이 별것 아닌 해프닝을 내가 자세히 적는 이유는 나도 이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고 그런가 보다 하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행복이 유전으로 결정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책 속에는 행복과 환경, 마음먹기 등 많은 연구결과와 자료들이 있다. 이런 자료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첫 번째고, 내 주변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그 두 번째이다. 이렇게 두 가지만 실천하면 바로 지금부터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Part 1의 Chapter 3에는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10가지가 소개되어있다.
1.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2.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3. 비교하지 않는다.
4.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5.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6.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7. 돈으로 시간을 산다.
8.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9.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10. 비움으로 채운다.
이렇게 10가지이며, 이중 자주 반복되는 것이 돈과 경험이다. 덜 행복한 사람들은 돈에 가치를 두고 더 행복한 사람들은 경험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더 행복한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에 돈을 주고 이야깃거리도 사고, 돈을 주고 시간을 사기도 한다. 그리고 관계와 경험을 위해 여행도 한다.
하지만 덜 행복한 사람들은 돈에 가치를 둔다. 스크루지가 생각나지 않는가? 이미 부유한 사람들도 돈에 가치를 두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덜 행복하다는 연구결과도 소개돼 있다. 돈에 가치를 두면 돈을 얻는 대신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처럼 느껴진다.

Part 02 - 의미 있는 삶
어떤 삶이 의미 있는 삶일까? 이 질문에 대한 궁금증이 이 파트를 읽고는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다.
143p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경험하는 자기(experiencing self)와 기억하는 자기(remembering self)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우리에게는 현재 순간을 경험하는 자기가 있고, 나중에 그 경험을 기억하고 회상하면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가 있다. 카너먼은 우리에게 두 가지 자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다.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만족과 기분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삶 전체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 파트에서는 경험하는 자기가 아닌 기억하는 자기의 관점에서 핵심 요소인 의미 있는 삶에 관하여 논하여진다.
p148 학자들이 정의한 의미의 의미를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의미란 중요성(significance)이다.
- 타인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 간주하더라도 자신이 의미를 경험하면 의미 있는 일이다.
둘째, 의미는 유용성(usefulness)이다.
- 자신의 행위가 쓸모 있다고 느낄 때 그 일은 의미를 갖게 되니다.
셋째, 의미는 이해(understanding)다.
- 인간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sense-making) 욕구다.
넷째, 의미는 정체성(Identity)과 관련이 있다.
-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과 연결되어 있을 때 의미를 경험한다. 즉 의미 있다는 것은 곧 자기다움을 뜻한다.

153p 굿 라이프는 의미가 가득한 삶이다. 의미는 우리 삶에 질서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준다. 의미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며, 죽음과 공포라고 하는 가장 본질적인 존재론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심리학자 에릭 클링커(Eric Klinger)의 말처럼 "인간의 뇌는 목적 없는 삶을 견딜 수 없다(The human brain cannot sustain purposeless living)."
>> 인지심리학자들의 많은 연구에서도 이와 같이 나온다. 우리가 하는 일과 의미가 상충이 되면 우리의 뇌는 그것을 합리화하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그래서 내가 분명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나 혹은 의미가 없는 목적성이 없는 일을 하고 난 후에는 뇌는 그 행동에 대하여 가짜 목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사람들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뇌에서 벌써 이 행동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서 정당화 했기 때문이다.

159p 우리나라는 성취한 부의 수준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의 행복을 경험하는 대표적인 나라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168p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굿 라이프가 '즐거움을 경험하고 고통을 피하는 것'이라고 믿을수록 역설적으로 즐거움과 만족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굿 라이프가 '자기를 성장시키고 타인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을수록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이 크고 긍정 정서도 강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략) 이 패턴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강해진다는 것이다.
186p 우리는 즐거운 일은 당장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은 나중으로 미룸으로써 죄책감을 피하려고 한다. 즐거운 일을 겸 험하기 위해서 대단한 결심과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의미 있는 일을 휘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계획이 필요하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현재는 쾌락의 시간이고, 미래는 의미의 시간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책 서문의 마지막 문장을 오늘의 화두로 삼고 계속 생각해 봤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굿 라이프'의 메시지는 균형과 확장이다.
재미와 의미, 순간과 삶, 유전과 환경, 성공과 행복, 현재와 미래, 자기 행복과 타인의 행복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에 대한 유연하고 확장된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과 맞닥뜨렸을 때의 영감과 경외감,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골똘한 관심도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행복에 이르는 길이 하나가 아님을 알게 된다.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무거운 의미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야구장에 가는 것과 같은 가벼운 의미도 의미임을 아는 것 역시 의식의 확장을 가져온다. 균형과 확장이 가져다주는 의식의 자유로움을 농해 우리 모두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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