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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 어린 왕자 심리 수업
김서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평점 :
음...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이다.
처음에는 그저 어린왕자라는 소설에 대한 프로이드 시점에서 심리분석을 한 책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근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광운대학교'에서 심리학 강의한 내용은 모아 놓은 것이다.
초반부는 담당 교수의 심리학 강의가 나오고, 후반부에는 학생들의 어린왕자에 대한 토론이 나온다.
이 책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내용은 떡하니 쓰여있는 '광운대학교' 나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어린왕자'분석이라니,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을 통해서.

이 표지의 '어린왕자'의 그림, 너무 좋지 않은가? 언제 봐도 생텍쥐페리의 이 그림은 그냥 최고이다.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왠지 모르겠지만 생명력이 있다.
교수님을 비롯한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이다.
김서영 교수, 손병진, 김건욱, 이수빈, 이창수, 조일남, 김은빈, 박재희, 이혜림, 지승엽
나중에라도 만나면 술 한 잔 사주고 싶은 선배 마음 ^^
이들이 처음 강의를 들으며 이렇게 책까지 낼 거라고 생각이라도 했을까?
나도 대학교 때 심리학과 프로이드에 관심이 많았었고, 프로이드 꿈 분석을 정말 즐겁게 들었었다.
'어린 왕자,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든 책이니 만큼 많은 해석을 들을 수 있다. 이런 책들의 좋은 점은 책 하나만을 읽어도 한 번에 여러 방면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가다가 좀 있다 보면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마치 유영을 하는 듯 생각이 너울너울 춤추며 여러 곳을 왔다 갔다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책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마치 한 학기짜리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문체도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문체를 사용해서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처럼 읽게 된다.
14p 하나의 작품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건 성적 상징을 찾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우물을 남근의 상징으로 설명하거나, 비행기가 사막에 불시착하는 장면을 성적으로 해석하면 '어린 왕자'의 아름다움과 신비가 사라져버립니다. (중략) 정신분석으로 작품을 설명한다는 것은 그 작품이 가진 치유적 에너지를 포착하고, 그 힘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퍼뜨리는 작업으로뜻합니다. 정신분석학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이론이자 망가진 마음이 회복되는 이야기예요. 그것은 행복하고 건강하고 기쁜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정신분석적 비평은 '어린 왕자'를 읽었을 때 우리의 마음이 왜 따뜻해지는지, 우리가 왜 이 동화를 사랑하는지를 설명해주고 긍정적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것이 정신분석학이라는 이론의 역할입니다.
>> 프로이드의 이론을 대충 알고 있는 사람들은 위에 얘기된 것처럼 잘못 알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이라는 것은 분석하는 게 아니고 분석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근데 분석에만 집중하고 저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 반도 쫓아가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저 이만큼 분석 잘합니다.'라는 자기 자랑에 불가하다. 분석을 했으면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것 없이 분석만 하다 보니 '프로이드'는 이상하다. 모든 걸 리비도(성)에만 집착하고 있다. 유아기가 어떻게 현재에 적용될 수 있냐'등의 문제만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현대 정신분석학에서는 프로이드의 분석법 외엔 많은 분석법이 도입이 되었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 여러 가지를 함께 봐야 하겠지만 그 기초에는 '프로이드'가 있었고 그의 사상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해석이 되고 있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25p 1856년 지금의 체코령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모라비아 직역의 작은 마을, 프라이베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4 살 때 빈으로 이주한 이후 1938년까지 그곳에 살았어요. 빈 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브로이어라는 선배와 함께 히스테리 연구를 하게 된 계기로 프로이트는 심리 치료의 영역에 뛰어들게 됩니다. 사실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은 브로이어가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는 프로이트보다 열네 살 위였으며, 이미 베르타 파펜하임이라는 환자를 치료하며 정신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라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중략) 프로이트는 진정으로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연구한 사람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모든 것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어요. 그 관찰 방법이 바로 정신분석학이죠.
27p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을 말로 생각을 표현하는 치료라고 정의했어요. 말을 많이 하다 보면 현재의 문제도,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실마리도 드러난다는 거죠
28p 프로이트는 그러한 말 하기를 '해석'이라고 불러요. 하나의 사건에 대해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요.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도 사람의 개성에 따라 모두 다르답니다. 내게는 힘든 문제인데, 그 사람에게는 별일이 아닐 수 있어요. 그럴 땐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즉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물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 역시 해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루는 한 사람이 프로이트에게 묻습니다. "선생님, 결국 어떻게 해도 과거는 바뀌지 않잖아요?" 프로이트는 이렇게 답합니다 "네, 바뀌지 않아요. 그렇지만 해석은 달라질 수 있죠. 과거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 현재도 바꾸긴답니다." 현재가 바뀌면 물론 미래도 바뀝니다.
>> 회사일을 하다 보니 어떤 동일한 문제를 여러 사람이 똑같이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근데 그 문제를 바라보거나 대처하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일단 짜증부터 내고, 어떤 사람은 일단 다른 사람에게 문제를 전가한다. 다른 사람은 또 원인을 파악하려 하거나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찰해보면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전 문제와 똑같다.
전에 안된다고 했던 사람은 또 안된다고 하고, 화내던 사람은 화내고, 전가하는 사람은 또 전가한다.
문제는 이들이 자기 자신이 어떤 문제든 동일한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게 쌓이다 보면 매사가 짜증스럽고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몸이 안 좋아진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행동 패턴을 바꾸는 것이다. 패턴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삶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고 관점을 바꾸면 정말 모든 게 바뀔 수 있다.
49p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하나의 세부가 더해지면 그 무게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고 분석이 확장되며 새로운 답을 가지게 되죠.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자신도 모르는 새 못 보는 뒤치로 이동하게 돼요. 성숙이란 이렇게 방점을 찍은 후에도 해석을 열어놓고 변화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뜻합니다.
2부 토론
93p 이혜림 "제발.... 나를 길들여줘!" '어린 왕자'의 세계관에서는 길들이는 일이 몹시 중요합니다. 길들여진 다는 건 서로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을 길들여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름답게 핀 장미꽃의 부분 부분을 의미 있게 바라보지 않을 겁니다. 지리학자에게 꽃은 기록할 가치가 없는, 덧없는 것에 불과합니다. 꽃을 길들인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보며 그녀가 가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겪었던 고통을 떠올릴 것이며, 비록 영원할 수는 없지만 함께이기에 소중한, 꽃과의 시간들에 감사할 것입니다. 이제 왕자는 자신의 꽃과 닮은 장미꽃이 널려 있더라도 울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길들이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어린 왕자가 성장한 것입니다.
>> 길들인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사랑한다는 것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겠지만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것이 그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서로를 맞추어가는 되는 것이다. 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서 싸우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방향으로 상대방을 맞춰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온다. 내가 길들여지기보다는 상대방이 나에게 길들여지려는 마음이 강할 때,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나에게 맞추기를 바랄 때, 그리고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서로에 대한 실망감이 생기며 논쟁과 싸움이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나에게 맞춰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상대방에게 맞춰주려고 하는 노력이다. 그리고 그것이 안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나는 부부는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길로 가면서 힘들 때가 있을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넘어지려고 할 때 부축해 줄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고 살아온 경험이 다르다.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품어 줄 수 있을 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소통이라는 것도 항상 상대방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나만의 얘기를 한다면 소통은 이루어질 수 있다.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에 맞는 대답을 해줄 때 소통이 되는 것이다. 내 얘기, 내 행동 위주의 삶이 상대방 위주로 바뀔 때 함께 걸어갈 수 있게 된다.
94p 이수빈: 역설적이지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우린 다른 행성을 길들여야 해요. 그래야 비로소 온전한 나 자신이 될 수 있어요. 길들인다는 건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거죠. 그건 나 자신의 의지로써, 노력으로써 합일을 이루어내는 개성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어린 왕자에서는 소행성에 사는 사람들 얘기가 많이 나온다. 사실 우리도 모두 우리만의 소행성에서 살고 있다. 지리학자의 소행성, 왕의 소행성 등 자신만의 소행성안에서 자신만의 울타리를 펼치며 살고 있다. 그 소행성안에서 하는 일은 당연히 모든 것이 옳은 일들뿐이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혹은 누가 내 소행성을 방문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의 소행성과 내 소행성이 충돌을 하며 서로 다른 것들이 맞닥뜨리게 된다. 나만의 소행성은 침범당하고 상대방도 자신의 소행성을 침범당한다. 서로 그 소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장미꽃과는 다른 장미꽃이 있고, 나의 바오바브나무와는 다른 바오바브나무가 있다. 그 꽃과 나무는 결국 내 것이 처음부터 아니었다. 그 꽃과 나무에 물을 주기 위해서는 물주는 방법을 물어봐야 하고 그 소행성에 들어갈 때도 어떤 방식으로 들어가야 소행성이 아프지 않은지 물어봐야 한다. 진흙 묻은 신발을 신고 들어가도 되는지, 맨발로 들어가도 되는지, 혹은 뛰어도 되는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소행성이 아파하거나 나무나 꽃이 아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소행성에 들어가게 된다면 작은 부분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96p 이창수 : 어쩌면 우리는 지금 내면의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길들여야 하는 건 나 자신일 수도 있어요. 장미는 밖에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안에는 꽃이 한 송이 있어요. 꽃은 내 마음속 작은 먼지부터 거대한 은하까지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나 순수한 열정으로 빚었던 꿈일 수도 있고, 타오르는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지극히 아름다웠던 순간일 수도 있죠. 꽃은 그 차제만으로도 우리를 빛나게 해줍니다.
>>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그 안에는 무엇이 있는 줄 아는가? 가끔은 남이 나보다 내 마음속을 더 잘 들여다보고 얘기해주는 경우가 있다. 내 소행성에 무엇이 있는지 당연히 알 것 같지만 시간 내서 자신의 소행성을 걸어 다니지 않으면 잘 모르게 된다. 매일매일 돌아다니며 꽃에 물도 주고 바오밥나무가 얼마나 커졌는지 화산이 폭발하려고 하는지 확인하고 확인해야 한다. 특히 화산은 매일 청소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다.
100p 김건욱 : 타인과 관계를 맺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게 돼요. 그런데 상대방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사랑하고, 심지어 상대방을 자신의 마음에 맞게 바꾸려 애쓰기도 해요.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 상대방은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관계의 위기는 이때 찾아오는 게 아닐까요? 길들여진 나는 나만의 공간이 좁아졌다는 생각에 답답해하고, 길들이는 나는 그런 내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끼죠.
다시 여우가 말합니다. "네가 길들인 것에 너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간단명료하지만 가슴을 꿰뚫는 말입니다. 우리가 나약했기에 그간의 관계들은 그르친 건 아니었을까요?
>>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를 길들이고 있지 않나? 나는 내 책임을 다하고 있나? 내 소행성 돌아다녀 본제 언제지? 화산 청소는 했나? 이제 나도 지구로 한번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