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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작가와 출판에 대한 이야기
정혜윤 지음 / SISO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한줄평:
글을 쓰고 처음 출판을 하고자 하는 예비 작가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얘기들을 북 에디터답게 알기 쉽게 풀어써줬다. 출판사의 입장에선 초보 작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싶다면 강추
월간지 기자, 출판사 에디터, 프리랜서 에디터를 거쳐 출판사 운영까지... 책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10년 동안 200여 권의 책을 다듬거나 쓰고 만들었다.
이 책 말고도 출판에 관한 다른 책도 몇 권 봤는데 이 책만의 특징이 있다. 다른 책들의 경우는 아무래도 정보 전달이 목적이다 보니 자기의 생각과 경험을 전달하는 책보다는 다소 딱딱한 문체로 쓰여져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거의 비슷한 정보 전달을 하면서도 에세이처럼 쉽게 줄줄 읽어 내려간다. 정보 전달 책을 읽는 기분이 아닌 그냥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써 놓은 에세이처럼 쉽게 읽으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작가가 북에디터였고 출판사까지 운영해본 베테랑이라서 그런지 출판사 입장에서 작가를 보는 시간에 대하여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출간계회서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는데 간단한 양식이나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되는지 예시하나가 들어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출간 관련 책을 이 책 한 권만 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3p 어떤 이유이든 자신이 계속해서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그 어떤 헛소리에도 자기 자신을 지키며 들을 써야 할 이유 하나쯤은 찾았으면 좋겠다.
62p 언젠가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의 강연 영상을 보는데 성공하는 것은 쉬워요.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돼요."라는 말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쉬워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될 때까지 찾으면 돼요."
글쓰기 뿐만이 아니라 처음에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을 하더라도 중간에 가면 그 의지가 점점 약해지고 마지막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그것을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묄세'라는 얘기처럼 자신이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히 서 있다면 아무리 거센 바람이 몰아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특히 글쓰기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라면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만 한다. 혹자들은 목표를 명확히 하면 그 꿈을 이룰 수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그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비슷한 류의 일을 하나씩 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 경험들로 인하여 명확한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처음에는 목표 없이 시작했다고 하여도 이유를 알고 있으면 목표를 세우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실천 계획들도 하나씩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다른 것보다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자.
29p 나름대로 이 업계에 종사하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는데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을 꽁꽁 숨기고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줄게"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진정한 전문가는 몇 없었다. 다른 사람이 내 것을 빼앗아 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크게 성공할 수도 없다.
얼마 전 속독법 책을 몇 권 읽고 작가의 카페에 가입한 적이 있다. 책도 많이 쓰시고 속독법 관련해서는 꽤나 유명하신 분이었다. 그 카페에 가입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글 쓰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제대로 트레이닝을 한번 받아 보시는 건 어떨까요? 글쓰기만 하시면 돈을 얼마 안 내셔도 되는데 책 쓰기까지 하고 싶으시면 몇백만 원은 내셔야 합니다."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나는 그분께 얘기드렸다. "작가님 책이 좋아서 함께 하고 배우고 싶어서 카페의 가입한 거지 돈 내고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원래 카페 가입하면 이렇게 전화를 다 하시나요?" 총무인지 하시는 그분이 말씀하시길 "그런 분들이 있으셔서 선생님께 의향이 있으신지 물어본 겁니다." 이런 대화가 몇 번 오고 간 후 나는 전화를 끊었고 카페도 탈퇴해 버렸다. 그분 책을 다시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그런 마음도 싹 없어졌다. 내가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참 여러 카페에서 가입 요청이 오고 막상 들어가 보면 '글쓰기에 00만 원', '출판하는 데까지 00만 원' 하는 얘기들이 많다. 물론 단돈 몇십만 원에 책을 출판하게 해준다면 그것이 그리 큰돈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익 회사를 가지고 있다면 광고를 한다는 것은 직원의 급여와 운영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너무 돈을 좇아 가다 보면 그 본질을 잃고 본래의 의도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100만 원 되는 아이폰을 사면서 스티브 잡스를 욕하지 않고 애플빠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자신의 소명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34p 처음부터 글발이 좋은 작가는 거의 없다. 모방 후에 창작이 가능하다는 말처럼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사람의 글이 성장하는 법이다. 내가 글발이 좋아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 있다. 예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부끄럽고 어디 내놓기 쑥스러우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나는 어제 쓴 글을 봐도 부끄럽니다.
65p 비판받기 싫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되지 마라. - 아리스토텔레스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아리스토텔레스 집에 TV가 있었다면 그토록 위대한 사람이 됐을까?
73p 예비 작가라면 특히나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어느 정도의 양을 써야 하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기계발 단행본을 기준으로 원고지 매수로는 약 800매, 혹은 한글 파일에서 글자 크기 10포인트 기준으로 85매 이상은 써야 한다.
75p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꼭지마다 분량을 어느 정도 균일하게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꼭지는 1장, 어느 꼭지는 3장 이런 식으로 분량이 들쑥날쑥하면 디자인을 맞추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76p 인세 비율은 작가의 인지도나 기획안 등을 고려하여 약 6~10% 정도로 책정되며 선인세는 30~100만 원 정도가 보통이다.
77p 책 한 권을 발행하여 서점에서 유통하기 위해서 약 1,000만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고, 원고를 받으면 투자한 만큼 회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88p 일단 원고를 쓰는데 있어서 작가 스스로가 최대한 자신의 글에 대해 고민하고 애정과 정성을 쏟는 것이 먼저다.
135p 대상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해서 좁힐 수 있을 만큼 좁혀야 기획의 완성도는 더 높아진다.
149p 기획안에는 어떤 내용들을 담아야 할까?
가장 먼저 '제목과 부제'다. 제목과 부제에는 원고 내용을 가장 적절히 함축하는 단어들이 들어가는 게 좋고, 가제여도 상관없다.
그다음에는 '기획의도(배경)'이다.'왜 이러한 원고를 쓰게 되었는지, 얼마나 이 책이 독자들에게 필요한 책인지'를 어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 소개' 항목은 반드시 신경 써서 작성해야 한다.
필요한 글을 센스 있게 집필하는 10가지 법칙
154p 예비 작가들에게 '한글 파일을 열었을 때 나오는 바탕체에 10포인트, 검정 글씨, 줄 간격 160%' 상태에서 원고를 작성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165p 사전이 참 유용하다는 점을 느껴왔고,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쓸 때 사전을 친구 삼아 막힐 때마다 검색하고 찾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유사어를 비롯해 반의어, 관용적인 표현, 속담 등 긍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자료는 쌓여 있다.
186p 작가로서 좋은 책을 쓰고 싶고, 멋진 글을 쓰고 싶다면 좋은 책을 통해서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좋은 책이란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속에 명문장을 남기는 그런 작가들이 쓴 책을 말하는 것이다. 그냥 읽어보라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독자인 나에게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 작가가 말하는 주장이 독자인 나와 무슨 관련이 있고,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자 이런 책을 쓴 것인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이나 해결책을 말해주고 있는지 등으로 분석하면서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된다.
192p 잘 팔리는 글, 잘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 이처럼 독자들이 가진 욕망을 직, 간접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요소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그 욕망은 글을 쓰는 나로부터 찾아보자. '나는 어떤 욕망을 해결하고자 지금 이 책을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208p 군더더기처럼 느껴지는 글은 과감히 빼자. 글을 삭제함으로써 비는 분량은 또 고민해서 채워 넣도록 한다.
217p 내 생각에 '한 권의 책 내용이 단 한 줄로 아주 명확하게 정리가 되고 그 주제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가'를 가늠해 보았을 때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좋은 콘텐츠가 아닐까 한다.
219p 책을 쓰기 시작하기 전부터 '나만이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이 결정되었다면 그 글을 통해 그것을 마지막 장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블로그를 쓰며 책을 거의 다시 한번 읽어 봤는데 참 맘에 든다. 작가님의 성격이 참 편안한 분이신 거 같다. 이상하게 요즘은 책을 읽으며 작가님의 성격이 막 떠오른다. 물론 알고 보면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다른 부분도 많이 있기도 하지만, 글은 작가를 닮는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알겠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나는 문장은 아래 문장이다. 결국 모든 것은 깊이이다.
188p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연코 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