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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평점 :
존 스튜어트 밀은 수많은 인문학 관련 서적에서 거의 항상 논의되는 사람이다. 인류 역사에 발자취를 남김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몇 명만 뽑으라고 한다면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나는 아직까지 존 스튜어트 밀이 왜 그렇게 칭송을 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책을 읽어본 적도 없었다. 이 책이 내가 그의 사상을 접하는 첫 책이었다.
주요 저서로는 '논리학 체계'(1843), '정치경제학 원리'(1948), '자유론'(1859), '대의정치론'(1861), '공리주의'(1863), '자서전'(1873) 등이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생애
존 스튜어트 밀은 1806년 5월 20일에 영국의 미들섹스 주 펜터빌 로드니 가 13번지에서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이며 경제학자였던 제임스 밀 (1773~1836년)과 해리엇 버로우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가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고서, 제러미 벤담(1748~1832년)과 르랜시스 플레이스(1771~1854년)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밀에게 극도로 엄격한 조기영재 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 밀은 3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웠고, 8살 때는 라틴어를 배워 10살 무렵에는 플라톤과 데모스테네스의 저작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12살부터는 스콜라 철학의 논리학을 공부했고,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 저작들을 원어로 읽었다. 13살 때는 애덤 스미스의 저작을 통해 정치경제학을 공부했고, 14살에는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에서 화학, 동물학, 논리학, 고등수학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17살이 된 1823년에는 아버지가 재직하고 있는 영국 동인도회사에 입사했다. 그 후로 그는 1858년까지 36년 동안 그 회사에 재직하면서, 연구와 저술 활동을 병행하게 된다.
그의 사랑이자 소울메이트
24살 때인 1830년에 해리엇 테일러(1807~1858년)를 만나 교제하게 된 후 이전에 신경쇠약,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그에게 정신적 안정을 되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테일러는 유부녀로서 남편인 존 테일러와 함께 자유주의적인 뉴니테리언주의 활동을 하면서, 급진적이니 정치사상을 토대로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이었다. 밀은 헤리엇 테일러와 오랫동안 지적인 교류를 하며 친밀하게 지내다가, 남편이 죽자 그녀와 교제한 지 21년 만인 1851년에 그녀와 결혼하였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여성이었던 테일러는 밀과 처음으로 만난 이후에 계속해서 밀의 사상과 저작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자유론'은 1854년에 처음에는 짧은 에세이로 구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로 그 글에 담긴 여러 가지 사상들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밀과 그의 부인 해리엇 테일러는 이 글을 확대하고 다시 써서 꼼꼼하게 수정했다. 그래서 밀은 '자유론'은 "자기 이름으로 펴낸 그 어떤 글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그리고 말 그대로 우리의 공동 작품이었다."라고 진술한다. 그런데 최종적인 원고가 거의 완성되어가던 1858년에 그의 아내 테일러가 프랑스 여행 중에 아비뇽에서 갑자기 폐출혈로 죽는다. 밀은 그 시점부터는 이 글을 수정할 수 없었고, 그녀가 죽은 후에 그가 처음으로 한 일들 중의 하나는 그 책을 출간하여 "그녀에게 헌정하여 그녀를 기리는"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또한 밀이 '자유론'을 쓰는 데는 독일의 사상가 빌헬름 폰 훔볼트가 쓴 '국가 활동의 한계'라는 책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1859년에 출간된 '자유론'은 '공리주의'와 더불어 밀의 두 권의 주저 중 하나다.
고전은 누구나 좋은 걸 알면서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다.
책의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결코 개인의 자유를 논할 수 없다!'
막상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나는 이 사람의 발끝만치도 쫓아갈 수도 없는 사람이었구나.'였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책 내용을 이해, 아니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물론 눈으로 그냥 글자를 읽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들 그리고 그 이면에 깔려있는 얘기들은 내가 쫓아갈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이 아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무지에 깊이 반성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의 깊이에 깊이 반성하게 만들었다.
자유라는 것을 논할 것도 없이 글을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고 책을 몇 번을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하며 그 뜻을 헤아려 보려 하였으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나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전부였다.
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
59p 개인의 의견의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이 심각한 해악이 되는 이유는 그런 행위는 현재의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의 세대들까지, 그리고 그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찬성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인류 전체에게서 중요한 것을 빼앗아버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62p 공권력이 자신의 판단과 책임 아래 행하는 모든 행위들 중에서, 틀린 의견을 전파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위야말로, 자신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는 전제를 가장 강력하게 천명하는 것이라는 반론이다. (중략) 입법부나 행정부에 속한 사람들이 국가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금지시키는 것은 그들이 오류로부터 자유롭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맡겨진 의무를 양심과 확신을 따라 행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우리의 의견에 의거해서 행동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이익은 방치되어 버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의무도 이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모든 행위에 적용되는 반론은 그 어떤 특정한 행위에 대해서도 유효한 반론이 될 수 없다.
68p 이상한 것은, 사람들은 자유로운 토론을 하는 것은 옳고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자유로운 토론을 "모든 분야에 무한정으로 도입하는"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특정한 분야에서 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임을 모르는 것이다.
이제는 자유에 대하여 얘기할 때 개인의 의견의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이 해악이라는데 반대를 하는 의견은 거의 없어진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그런 행동들이 공공연히 없이 자행되고 있다. 광주학생운동, 댓글 조작 사건들을 통해서 보이듯 권력의 핵심층인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행동들이 자행된다는 것은 밀이 주창한 자유 논쟁에 있어 15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98p 어떤 문제에 대한 진실은, 양쪽의 의견을 똑같이 공정하게 경청하고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양쪽이 제시하는 근거들을 가장 강력한 빛 안에서 심혈을 기울여 살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다. 도덕 및 인간과 관련된 문제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훈련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온갖 중요한 진리들에 대해 반대하는 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런 반대자들을 허구로라도 만들어내어서, 그들로 하여금 악마의 생각을 기가 막히게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제시할 법한 가장 강력한 논거들을 들어서 그 진리들을 반박하게 해야 한다.
130p 의사 표현 방식 중에서 최악의 것은 궤변을 일삼고, 사실들이나 근거들을 은폐하며, 자신의 주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거짓으로 제시하고, 반대 의견을 왜곡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이라고 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충분히 이 개념에 대하여 사유해 봤는지 생각해 봐야만 한다. 남이 나와는 다른 관념을 가지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을 때 그 의견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이 흔들린다면 혹은 논리적인 토론의 이루어짐이 없이 감정적인 대응이 앞선다면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진실에 대한 생각이 충분히 깊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그리고 밀이 제시한 허구로라도 만들어내어서 그 질실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해 보고 내린 결론이라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제시되는 논거에 대하여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논거들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진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깊이 있는 사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이루어진 진실을 대하게 될 때면 그것은 온전한 자신의 사유의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얕은 깊이의 생각이 만연한 현시대에서 이런 깊이 있는 사고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만의 깊이 있는 사고의 결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남과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자기 개발이라는 것은 이런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를 발전시켜 나가는대서 시작되어야 한다.
제3장 인류 복리를 위해 필수적인 개성
143p 강한 충동은 활력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활력은 나쁘게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활력이 없고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라, 활력이 있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더 많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언제나 사실이다. 오직 풍부한 감정을 타고난 사람들만이 그 감정을 계발해서 아주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민한 감수성을 타고난 사람들만이 자신의 충동들을 생생하고 강력하게 만들어서, 대단히 열정적으로 미덕을 사랑함과 동시에 아주 단호하게 자기 자신을 절제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마음껏 활동하고 자신의 자질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사회가 그런 사람들과 그런 자질들을 배척함으로써 영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봉쇄해버린다면, 그것은 영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 밀은 개인의 개성은 충분히 인정되어야 하는 부분이고 발전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에 의해서 활력을 가진 사람이 활력이 사라진다면, 그리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감수성을 잃게 된다면 우리는 동시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영웅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이 얘기는 국가뿐만 아니라 작은 사회, 가정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충동으로 보이는 활력 혹은 감수성을 가진 사람을 지속 개발시킨다면 우리는 수많은 다양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현시대에서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일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면 민한 감수성을 가진 아이를 놓고서 그 부모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 가령 의사, 판검사로 키우고자 한다면 그 아이는 감수성에 계속 상처를 낼 것이고 그 감수성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일반 아이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아이로 성장해 평범한 아이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의 감수성을 충분히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최고의 예술가, 작가 혹은 만화가 등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부모들은 아이의 직업이라는 것은 자신들이 이루지 못했던 꿈의 대리자로 성장시키고자 하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으로 키우고자 했다. 그것은 사람의 기본 생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사회에 문제점에서 기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화하고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룩한 현시점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교육방식에 있어 결코 올바르지 못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인하여 아이는 조금은 더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삶을 살게 될 수 있을지라도 원래의 기질에 따라 살았으면 얻었을 행복의 양보다는 훨씬 더 낮은 행복의 양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현시대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감정병들은 어쩌면 우리 사회와 부모들의 책임일 수 있겠다. 이제는 우리도 생존에 대한 기본사항들이 충분히 충족될 수 있는 사회 발전을 이룩한 만큼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자신의 기질을 충분히 개발 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4차 산업시대로 들어선 현시점에서 가장 유망한 직종에 대한 교육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자유론'이란
정말 짧은 지식과 얕은 생각으로 존 스튜어트 밀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의 글을 판단한다는 것은 아예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안다는 것은 나의 자유가 누리기 위해 남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도 그 어떤 이유로 인해서든 개인이 국가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법적이고 도덕적인 의무들을 다 이행한 상태에서는 자신을 즐거움을 위해서 한 행동에 대해서는 그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자유에 경계선은 타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하지 않는 선으로 규정하고 그 자유와 개성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밀의 사상은 1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자유에 대한 많은 것들 가르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