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는 즐거움
리처드 파인만 지음, 승영조 외 옮김 / 승산 / 200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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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굉장히 심플하게 생겼다.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어떤 화려한 장식도 없고 인쇄질도 표지도 모두 평이하다.(그때문에 내가 읽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책의 가치는 분명 종이에 있지 않을 터이다. ㅋ


이 책은 내가 이벤트에 당첨되어 얻게 된 책이다. 다른 책들도 함께 왔었는데 지금도 내 손때를 타지 못한 불행한 놈들도 꽤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행운아인데 내가 그 중 제일 처음으로 본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책의 가치는 분명 과학자 파인만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 파인만을 소개하는 책으로는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등이 있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나는 도무지 꼬마가 라디오 수리를 도맡아 하는 일이나 물을 채운 컵으로 점원을 놀리는 에피소드들에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한두번이야 괜찮겠지만 책한권을 그런 식으로 읽는다고 생각해보라 결국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베게로 사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ㅡㅡ;;)

그런데 이책은 분명 그런 식으로 인간 파인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그저 파인만의 강의내용(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을 엮은 것인데 구성 방식은 맘에 들게 점진적으로 잘 해놓았다.
중요한것은 그 강의들에서 일관되게 알 수 있는 것들이 바로 과학자 파인만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로 파인만 할아버지(이미 나에겐 ;;)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으며 기어이 관련 책을 몇권읽다가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의 교양서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일단 개별적인 강의내용을 묶은 것이기 때문에 연결이 자연스럽지는 못하고 내용도 소설처럼 읽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워낙 파인만 아저씨(봐줬습니다. 어차피 저에겐 그게 그거 ^^)의 입담이 좋으셔서 나는 책을 잡은 순간부터 한큐에 읽어 버렸다. 개중에는 챌린저호 사건에 대한 보고서 같은 전혀 생뚱맞게 느껴질 글도 있었고 반복되는 곳도 있었으나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나는 차마 이 책을 피땀흘린 알바비로 사라는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만일 5000원 정도의 공돈이 갑자기 생기거나 자금상황이 여유로울 때에는 이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파인만 아저씨를 아는 것은 그만큼 유익한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상한가.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깨어있는 과학자라는 점에서 이며 그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그러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제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사실은 강의별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13장이나 되는데다가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시간낭비라고 생각되어 몇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리겠다.

우선 첫째는 파인만이 바라보는 과학이다. 과학자들은 과학을 왜 하는가?
그것이 황금산맥처럼 잘 찌르면 대박을 터트리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인류의 풍요로운 발전을 위해서? 아니면 과학이 종교적 탐구의 길이기 때문에?
물론 이 모두가 답변이 될 수 있고 무엇이 더 훌륭한 답변이라 말하기도 곤란하다. 하지만 파인만은 이렇게 말한다. 그와 그의 동료들이 과학을 하는 이유, 그것은 '발견하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답변을 기대했다가 이에 대해 실망했다면 죄송하지만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그토록 매니아적인 성격을 보이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앞의 것(재미)이 먼저다. 정말 코앞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베터리를 만들고 안테나(더듬이)를 만들어 밝혀내었을 때, 그 안개를 걷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희열은 결코 자신의 맑은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며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감정일 것이다.

이는 과학자들을 모험가나 탐험가에 비유시킨다.국경 밖의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탐험하는 모험가들은 그들이 가져온 정보로 지도를 그리고 바깥세상에 대해 이야기 해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믿기 어렵겠지만 바다를 건너고 대 산맥을 넘어 거기에 신대륙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어떨까. 분명 모두를 흥분시키는 짜릿한 대 발견이다. 모든 과학자들은 이 우주라는 대 지도를 그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물리천문학자 뿐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이 그러하다. 저 우주는 좀더 포괄적 개념이다.)


그런데 만일 지금의 탐험가들 처럼 과학자들이 전 우주지도를 완성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탐험가들이 예전처럼 목숨걸고 대륙을 탐험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미 지구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대충 아는 것이다.(사진으로 볼 수 있기까지하다)
만일 과학자들이 그렇다면 분명 그들은 의기소침해 질 것이다. 미지의 영역이 없음은 곧 그들의 즐거움을 빼앗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이상 신대륙을 발견할 때의 짜릿함을 맛보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파인만은 무지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은 아직 발견할 것이 남았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정말 유쾌하기 짝이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매일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할 따름인데 말이다.



두번째로 파인만이 이야기하는 것은 과학의 사회참여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그토록 눈부시고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화에 힘쓰지 못해서 거의 오타쿠와 같은 매니아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웃음)

사실 부인할 수 없는 말이다. 우리가 그렇듯 과학은 낯설고 머리아픈 학문으로 이미 그 입지를 굳혔다. 또 사람들은 그러한 과학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고자 하는 대신 과학을 거의 신성화 시켜서 이해할 수 없는 또 아무대나 갖다 붙이면 설득력을 갖는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어져 왔다.

하지만 파인만은 말한다. 과학은 신이 우주는 이러이러하다.라고 못박아 이야기 해주신 것이 아닌 인간들이 발견하고 생각해온 산물이다. 과학자들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수 많은 오류 속에서 그걸 쌓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을 그렇게 신성화할 이유가 없다. 또 그것을 아무대나 갖다 붙이는 것은 더더욱 안될 말이다. 과학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무척이나 많은 학문이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것이 우리나라 지도 정도가 될까? 아니 그 정도 크기인지 아닌지도 알지를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니, 그 전에 과학자들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괴리는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더더욱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과학은 사람들이 쌓아온 것이니 당연히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게 신학이랑 다를게 무엇인가
(전 종교인들에게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여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과학에게 가는 일이 두려워서 포기하기 전에 이것을 상기하면 좀더 친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거없는 비과학이 버젓이 판치는 세상이 빨리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또 과학이 더이상 정치바람에 휘둘려 무기가 되기 보다는 인간의 삶에 풍요를 가져다 주는 축복의 열쇠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파인만은 나노공학의 시발이 된다 할 수 있는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와 미래의 컴퓨터(병렬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에 대한 강의를 하였는데 이는 사실 물리학 보다는 공학적 주제에 가깝다.
나 역시 공학자가 되길 바라는 공학도로서 이러한 주제는 정말 흥미진진한 읽을 거리이다.(덕분에 공상도 맘껏 하였다)

이 강의의 의의라면 그것이 가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가 얘기했다는 것이다.(지금도 가능하다 여겨지기에 많은 사람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간은 안심하고 그 길을 걸어갈 수 있게된 셈이다.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나노공학만 해도 그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예전 그리스처럼 도서관이 불탔다고 울지 않아도 될 것이며 심지어 몸에 도서관을 들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한사람의 전 생애를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 재미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사생활 침해라는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또 병렬 컴퓨터는 어떤가. 지금 이렇듯 과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중심에는 컴퓨터가 있다. 사람들이 계산에 매달려 노가다를 해야하는 것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이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상상력을 동원하는 일에 더욱더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과학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이 걸려야 계산할 수 있는 계산이 허다하다. 만일 병렬컴퓨터가 발전되어 그러한 계산이 가능해 진다면 과학의 발전은 물론이고 이제 우리는 슬슬 우주여행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파인만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대부분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나는 그가 추구하는 자유로움과 정직성(사실에 대한)은 어떤 학문을 하는 학생이든지 가슴 속 깊이 새겨두어야 할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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